브리즈번의 도심 속 휴양지, 사우스 뱅크

South Bank

호주 유일의 도심 속 인공 해변인 스트리츠 비치.

드디어 스트리츠 비치(Streets Beach)다. 브리즈번행이 결정됐을 때 이곳이 가장 궁금했다. 몇 발자국 거리에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 다이닝과 펍이 즐비한 먹자 골목이 있고 눈앞엔 물비늘 반짝이는 강과 윤슬처럼 빛나는 고층 빌딩이 도열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 조감도처럼 비현실적 풍광은 과장이 아니었다. 야자수, 밀키 블루빛 라군, 물놀이를 즐기다 아이스크림 트럭 앞에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을 보자마자 짐과 옷을 벗어 던졌다. 서울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무더운 날마다 이런 장소를 얼마나 꿈꿨는지. 굳이 휴가를 낸 후 돈과 시간과 체력을 펑펑 소비해야 닿을 수 있는 호사를 브리즈번에선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원한다면 매일 누릴 수 있다. 모튼 베이(Moreton Bay)의 루스 해협에서 공수한 부드러운 모래가 뜨겁게 느껴질 때쯤 시원한 보트풀에 발을 담갔다. 바로 옆 아쿠아비티라는 이름을 가진, 제법 큰 풀 위에 튜브를 띄우고 코앞의 강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비치 타월과 읽을 책 한 권 챙겨 온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 앞에서 치미는 부러움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길을 재촉했다.

해변의 이름은 호주 아이스크림 브랜드 ‘스트리츠’ 사에서 가져왔다. 비치 앞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무더위를 식히는 로컬들.

이후의 여정은 “나 브리즈번에 살고 싶어”의 연속이었다. 리버 키(River Quay)와 피크닉 아일랜드 그린(Picnic Island Greens)엔 친구, 연인, 반려견과 소풍을 즐기는 로컬들이 있다. 부겐빌레아 꽃 넝쿨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산책로 아버(The Arbour)와 도마뱀, 새, 물고기가 서식하는 산책로 레인 포레스트 워크(Rainforest Walk)를 지나면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대관람차 휠 오브 브리즈번(Wheel of Brisbane)과 브리즈번 사인(Brisbane Sign)이 나타난다. 관광객이 두 명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로컬은 ‘컬처럴 센터’로 통하는 뮤지엄 지구로 직진한다.

아버는 사우스 뱅크의 상징적인 구조물이다. 해가 강렬한 도시에서 산책자의 그늘이 되어준다.

퀸즐랜드 퍼포밍 아트센터(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를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뮤지엄 산책길의 거리는 약 500m, 직진하면 느린 걸음으로 10분 거리지만 이곳을 제대로 누리려면 하루도 부족하다. QAGOMA로 통칭되는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Queensland Art Gallery)와 갤러리 오브 모던 아트(Gallery of Modern Art)는 2만여 점의 컬렉션을 보유한 미술관. 그 사이에 위치한 퀸즐랜드 뮤지엄 사이언스 센터(Queensland Museum and Sciencentre)는 영겁의 세월 전 이 땅에 살았던 공룡의 흔적을 비롯해 고대 생물의 화석 등을 소장한 자연사 박물관이다.

공원 안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많다.

무려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컬처럴 센터의 곳곳을 시시콜콜 참견하듯 구경하다가 퀸즐랜드 주립도서관(The State Library of Queensland)에 안착했다. 낯선 도시에서 잠시라도 사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땐 도서관을 찾는다. 잘 가꿔진 화단과 무성한 나무들, 강변 산책자와 브리즈번강이 한눈에 담기는 통창을 가진 라운지에 앉아 인증 사진을 찍는 대신 이 도시의 원룸 월세를 검색했다. 근사한 뷰를 가진 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 쓰다 미술관에 들른 후 공원에서 잠시 소풍을, 그러다 더워지면 스트리츠 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일상이라니. 이런 데서 살아볼 궁리를 하지 않기란 식욕을 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소풍과 일광욕은 브리즈번 휴일 풍경의 전형이다. 공원 주변 식당에선 피크닉 키트를 판매한다.
QAGOMA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많다.

사우스 뱅크에서 로컬처럼 휴일을 보내고 싶다면

다이닝 탐험

스트리츠 비치로 진입하는 입구에 서면 허공에 내걸린 ‘EAT SOUTH BANK’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사우스 뱅크 공원(South Bank Parklands) 일대는 브리즈번 로컬 사이에서 미식 지구로 통하는 곳이다. 리틀 스탠리 스트리트(Little Stanley St.)와 그레이 스트리트(Grey St.)엔 캐주얼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하다. 강을 바라보며 브런치를 즐기기엔 아버 뷰 카페가 제격.


도시 텃밭 즐기기

공원 안에 자리한 에피큐리어스 가든(Epicurious Garden)은 브리즈번의 공공 텃밭이다. 갓 수확한 채소와 허브, 과일을 사거나 화·수·목요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운영하는 하비스트 카트(Harvest Cart)에서 무료 시식, 원예와 재배 노하우를 배워볼 수 있다.

주소 Formal Gardens, Clem Jones Promenade near South Bank


음악 들으며 소풍

매주 일요일 리버 키 앞에선 감미로운 라이브 음악이 들려온다. 피크닉을 즐기며 브리즈번 로컬 뮤지션들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선데이 소셜 온 더 그린(Sunday Social On The Green)’ 얘기다. 인근의 레스토랑 리버 키 피시(River Quay Fish)와 더 제티(The Jetty)에서 소풍객을 위한 피크닉 키트를 미리 예약해두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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