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중국기사 '올킬' 이룰까

이홍렬 기자 2024. 2. 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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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배 15연승 신기록...구쯔하오와 최종 결판

새카맣게 멀어 보이던 결승점이 눈앞에 다가왔다. 6연승 과제를 한 판, 한 판 뛰어넘은 결과 이제 단판 승부로 변했다. 1.5%의 바늘구멍 같던 우승 확률은 50%로 부풀었다.

25회 농심배 한국팀 최종주자인 신진서. 5연승을 질주하며 한국 역전 우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 바둑의 클로저(종결자) 신진서(24)가 또 이겼다. 22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서 벌어진13국서 동갑나기 딩하오(24)를 189수만에 흑 불계로 꺾었다. 이번 대회 5연승째다. 신진서는 삼성화재배 타이틀 보유자인 딩하오에게 3연승하며 통산 상대전적 간격을 7승 3패로 벌렸다.

흑을 쥔 신진서는 과감하게 실리를 내주고 대세점을 선점하는 대범한 작전을 폈다. 상변 흑진에 갇힌 대마가 시달리면서 백의 인공지능 승률은 50수 언저리에 벌써 2할대로 추락했다. 딩하오는 초읽기에 쫓기면서 가까스로 대마를 살렸으나 도처의 백돌들이 시달리자 돌을 거두었다.

중국팀 4번 주자로 나온 딩하오. 신진서에 패해 1승도 없이 물러났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는 이창호가 보유 중이던 농심배 최다 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22회 대회 5연승, 23회 4연승, 24회 때 1승에 이어 올해 5연승을 합해 15연승 중이다. 이창호가 1회부터 6회 대회까지 6년 동안 14연승했던 기록을 19년만에 넘어선 것. 농심배 통산 승률에서도 신진서는 88.2%(15승 2패)로 이창호(19승 3패·86.4%)를 앞질렀다.

이창호의 농심배 기록 중 아직 깨지지 않은 것이 단일 연도 마무리 연승기록이다. 이창호는 2005년 6회 대회 때 탈락 위기에 놓인 한국 팀의 마지막 주자로 등판, 5연승으로 대역전 우승을 이끌었던 ‘상하이 대첩’의 주인공이다. 신진서가 23일 최종국서도 이길 경우 마무리 6연승으로 이 부문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농심배 통산 15연승으로 신기록을 세운 신진서.

또 있다. 혼자 특정국 선수 5명 전원을 모두 꺾는 농심배 사상 최초의 기록에 도전한다. 지금까지는 농심배 전신인 진로배 제5회 대회(96~97년)에서 서봉수가 중국 기사 5명(위빈, 창하오, 천린신, 차오다위안, 마샤오춘)을 모조리 격침한 사례가 유일하다.

이 모든 기록의 달성 여부는 23일 열릴 신진서 대 구쯔하오의 최종전에 달려있다. 한중 공식랭킹 1위끼리의 대결이다. 신진서는 50개월째 부동의 톱랭커이고, 구쯔하오는 지난 연말 4개월간 1위를 유지하다 1월 한 달 딩하오에 밀려났으나 2월 톱랭커에 복귀했다. 현재 신진서는 LG배와 잉씨배 2관왕, 구쯔하오는 란커배를 각각 보유한 메이저 챔프 대결이기도 하다.

중국 주장 구쯔하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진서와 농심배 우승을 놓고 최종국서 격돌하게 됐다.

상대전적에선 신진서가 최근 2연승 포함 9승 6패로 앞서 있지만 구쯔하오는 경시할 수 없는 난적으로 꼽힌다. 둘은 지난해 6월 초대 란커배 패권을 놓고 결승 3번기서 맞붙었는데, 초반 절대 우세로 출발한 신진서가 구쯔하오의 변칙 전법에 휘말려 통한의 역전패를 떠안은 바 있다.

다음은 최종국을 앞둔 신진서의 말. “가장 열심히 준비한 포석이 나와 기분좋게 출발했다. 컨디션 관리를 걱정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내일도 좋은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쯔하오는 실력과 함께 인품도 훌륭한 선수다. 멋진 승부를 펼쳐보이고 싶다.”

세계 2관왕인 신진서(오른쪽)의 착점 모습. 삼성화재배를 보유 중인 딩하오를 완파했다. (사진=한국기원)

농심배는 한 중 일 3개국서 대표 5명씩 출전, 최종 생존자를 보유한 팀이 우승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한 한 팀(5억원)에게만 지급된다. 지난 대회까지 한국이 최근 3연패(連覇) 포함 15회, 중국 8회, 일본은 1회 우승했다.

한편 함께 치르고 있는 제1회 백산수배(54세 이상 시니어) 제8국에선 한국 3번 주자 조훈현이 중국 3번 주자 마샤오춘을 백 불계로 제압, 상대전적을 10승 7패로 한 발 더 벌렸다. 23일엔 일본 최종 주자 요다 노리모토와 대결한다. 잔여 병력은 한국이 2명(조훈현 유창혁), 중국(녜웨이핑)과 일본(요다)은 각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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