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끝났다, 엔(¥) 정상화에 전 세계가 공포"…일본이 빠르게 금리 인상한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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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이창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일본학과 교수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 교양이 노트
- 일본이 빠르게 금리 올린 이유
- 엔 캐리 트레이드 여파 요동치는 전 세계 경제
- 세대 간 격차 부를 일본의 금리 인상

두 달 전만 해도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들이 경기가 요동칠 때도 미국만은 탄탄하게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 당시 IMF가 추계를 했는데 2029년까지 G7 선진국 중에서 2%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밖에 없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과 몇 주 사이에 전 세계 경기 침체 공포가 드리운다는 것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쩌면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관찰했던 탄탄했던 미국 경제의 성장이 신기루였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왜냐하면 미국 경기가 좋았던 걸 가만히 돌이켜 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미국 재무부가 국채 발행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거든요.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경기를 억지로 부양시켰던 그런 경험이 있죠. 그래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8%, 9% 수준까지 물가가 올랐잖아요. 그것 때문에 FRB 연준이 금리를 5.5%까지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물가에 브레이크를 걸려고 했었죠.

보통 이렇게 연준이 물가를 끌어올리면 유동성이 줄어들고 사실 돈줄이 말라야 하는데 미국은 생각해 보면 그렇게 돈줄이 말랐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유동성이 계속해서 풍부하게 존재했는데 그 이유가 뭐냐 하면 일본이 있었기 때문이죠.

전 세계가 금융 긴축을 실시할 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던 게 일본이고 결국에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서 전 세계에 투자하는 소위 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특히 금리가 높은 미국의 채권이라든지 미국 주식을 사는 곳에도 많이 쓰였고요.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미국의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했던 거죠.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

그런 와중에 방아쇠가 당겨진 게 바로 일본의 금리 인상입니다. 즉, 해외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차손을 입거든요. 그러니까 환차손을 입기 전에, 엔화가 더 강세로 돌아서기 전에 빨리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하죠.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회수가 되면 전 세계에 투자가 돼 있던 엔화 자금이 빠지면서 주식 채권 시장이 요동을 칠 것이고 자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에 대한 공포가 굉장히 커지면서 8월 5일에 아시아 증시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대폭락을 경험한 겁니다.

이게 어떤 상황이냐 하면 방에 가스가 조금씩 차고 있는데 여기에 작은 불꽃 하나만 던져지면 펑 하고 터질 수 있는 그런 상태가 됐다고 봐야 하죠.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미국의 성장이 AI 거품론이라고 해서 천문학적인 투자에 비해서 수익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는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죠.
 

일본이 빠르게 금리 올린 이유

Q.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다 금리를 내리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사실 조금 빠르게 금리 인상을 했잖아요. 이유가 뭔가요?
 
우에다 가즈오ㅣ 일본은행 총재 (7월 31일)
금리를 0.0~0.1%에서 0.25%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은행 BOJ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 이걸 경제적인 논리로만 생각해 보면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또는 실수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금리를 올리려고 했던 이유가 뭐였냐면, 엔저 때문에 수입 물가가 상승해서 고물가의 고통을 국민들이 겪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는데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냐면 일단 다들 아시겠지만 국가 부채 엄청나죠.

그런데 그것보다 심각할 수 있는 게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입니다. 가계 부채가 늘어나면 소비 위축이 될 것이고요. 기업 부채가 늘어나면 투자가 위축이 될 것이니까 소비도 줄어들고 투자도 줄어들면 당연히 일본이 경기 침체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되죠. 그러니까 잃어버린 30년에서 회복해서 겨우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했는데 금리를 올려서 모든 게 도로 아미타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금리를 올리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수치를 봐도 금리를 올리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이 경제 성장률을 보면요. 2023년 2분기에 일본이 1% 성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3분기에는 -0.9%로 역성장했거든요. 4분기에는 다시 0%로 올라왔어요. 그러다가 올해 1분기 2024년 1분기에는 다시 -0.5%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올라갔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러고 있는 겁니다. 이거를 더블딥이라고 하거든요. 두 번 마이너스가 된 거죠. 이렇게 더블딥에 빠진 경제는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더블딥 (Double Dip Recession) :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 짧은 기간 성장을 기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불황에 빠지는 현상

GDP 갭도 마이너스입니다. GDP 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수요가 부족하다는 거니까 사실은 경제 지표만 보면 지금 일본 경기가 별로 안 좋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에다 총재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생각을 해보면, 그중 한 가지는 경제 외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정치적인 압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기시다 (자민당) 총재의 지지율이 지금 굉장히 낮죠.


작년 말 올해 초에 일본 정치권에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졌거든요. 그러면서 지지율이 거의 10%대 정도로 빠졌어요. 그래서 기시다 총리가 초강수를 뒀는데 그게 뭐냐 하면 파벌을 해체했습니다. 

일본의 자민당은 파벌 정치거든요. 주요한 6개의 파벌이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파벌 규모로 네 번째 파벌이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규모가 큰 다른 파벌과 합종연횡, 연합하는 게 중요한데 기시다 총리가 파벌 해체를 선언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정치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 초강수를 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답보 상태였습니다. 결국 9월에 일본의 총재 선거가 있습니다. 지금 한 달 정도 남았기 때문에 이걸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것밖에 없어요.

실질적으로 일본은행이 정치적 압력을 받았나 안 받았나를 보면 일본은행 우에다 총재의 발언 내용이 미묘하게 바뀌거든요. 4월 26일 금리 정책 결정 회의를 하고 나서 우에다 총재가 기자회견을 합니다. 그때 기자들이 ‘이렇게 슈퍼 엔저가 지속되면 수입 물가가 폭등해서 서민들이 물가 때문에 엄청나게 생활이 힘든데 금리를 좀 올려야 되지 않냐’라고 묻자, 우에다 총재가 ‘엔저하고 물가 상승은 큰 관련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죠.

 
우에다 가즈오ㅣ일본은행 총재 (4월 26일)
물가상승률에 엔저 상황이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이걸 시장에서는 엔저를 용인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엄청나게 엔저가 진행돼요. 4월 29일 달러당 160엔까지 돌파해 버립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우에다 총재가 실언한 셈이죠. 그런데 한 일주일 있다가 5월 8일에 기시다 총리와 우에다 총재가 만납니다. 회담하고 나서 다시 우에다 총재가 기자회견을 했는데 ‘앞으로 엔저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그 속뜻을 해석해 보면, 엔저 때문에 물가 상승이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서 이 엔저를 좀 잡아야 할 것 같다. 사실 이런 의사 표현을 한 셈이죠. 결국에는 이런 정치적인 압력도 작용하고 더 이상 슈퍼 엔저 상황을 내버려둘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금리를 올리는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박상현 l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일본 정부나 일본은행이 실수를 좀 했다고 보고 있고요. 우에다 총재 의도가 너무 과하게 시장에 전달된 것 같아요. 일본 정부도 너무 강하게 엔화 강세를 요구한다는 식으로 됐고, 일본은행이 제어를 좀 해 줬어야 하는데 정부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고 추가로 더 긴축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게 시장 혼란의 방아쇠 역할을 하지 않았나…
 

엔 캐리 트레이드 여파... 요동치는 전 세계 경제

Q. 일본의 금리 인상이 엔 캐리 트레이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추세적으로 앞으로 엔고 추세로 전환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미일 간의 금리차를 배경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이용해서 여러 나라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 미일 간의 금리차가 축소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청산될 수밖에 없거든요.


문제는 이 청산의 속도입니다. 사실은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하게 청산될 때도 있었고 완만하게 청산될 때도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급격하게 청산됐을 때가 언제냐면 IT 버블이 붕괴했을 때, 그러니까 98년에 그랬었고요. 그다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도 그랬고 또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2020년에도 급격하게 청산된 적이 있었습니다.

98년에는 전 세계 증시도 폭락했지만 한국 증시가 40% 넘게 폭락했었고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국 증시가 무려 56% 넘게 폭락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도 결국 속도가 문제인데, 전문가들 예상에 따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 이번에는 그렇게 급진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얘기를 한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그렇게 예상한 근거가 달러당 엔 환율이 한 140엔대 후반에서 150엔대 정도를 유지할 경우였거든요. 우리가 8월 5일에 봤습니다만 달러당 141까지, 140엔대 초반까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엔화 가치가 급등했습니다.

물론 8월 6일은 146엔 정도로 다시 엔화 가치가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만약 엔의 가치가 140엔대 초반이나 130엔대 또는 그 이상으로 더 빠른 속도로 급진적으로 급등하게 된다면 아마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차손을 입기 전에 빨리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반면에 140엔대 후반이나 150엔대 정도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유지가 되는 경우라면 완만하게 청산될 수도 있겠죠.

이 부분도 전 세계의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이 예의주시하면서 보고 있는데 사실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 그런데 만약에 불행하게도 엔고가 급격하게 진행이 돼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어나게 된다면 한국 증시도 폭락하고 아마 전 세계에 굉장히 큰 경기 침체가 찾아올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세대 간 격차 부를 일본의 금리 인상

Q. 일본의 엔저가 사실 수출 대기업에는 호재였지만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소비자와 내수 기반 중소기업의 부담을 줬다고 하셨잖아요. 이번 금리 인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이번에 금리를 일본은행이 인상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변화와 장기적으로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변화로 나눠서 살펴봐야 될 것 같은데요.

단기적인 변화는 엔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사실 7월 들어서 일본 외환 당국이 약 5.5조 원 정도를 투입해서 엔저 방어를 했기 때문에 160엔에서 조금씩 조금씩 엔고가 진행은 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150엔대 초반 152, 153엔 정도까지 엔고가 진행됐는데 7월 31일 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나서 급격하게 엔고 가치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7월 30일과 약 일주일 정도 지난 8월 5일 상황의 비교를 해보면 달러엔 환율 같은 경우 급격하게 엔고가 진행됐고요.


유로나 파운드처럼 다른 기축통화에 대해서도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는데 유로 같은 경우 마찬가지로 7월 30일과 8월 5일을 비교해 보면 약 165엔에서 155엔으로 가치가 급등했고 파운드 같은 경우도 195엔에서 182엔 정도로 가치가 급등했습니다.

또 7월 31일 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나서 8월부터 당장 일본에 있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5배 올랐습니다. 5배 올랐다고 하니까 굉장히 많이 오른 것 같은데 시중은행들의 발표에 따르면 약 100만 엔 정도 예금을 해놓으면 약 800엔 정도 이자 수입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0엔을 1천 원으로 계산을 하면, 약 1천만 원 정도 저축해 놓으면 8천 원 정도 이자 수입이 늘어난 거죠.

사실 그런데 예금 이자가 늘어난 것보다 일본 가계가 더 신경 쓰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에서 대출 이자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입니다. 그러니까 대략 1년에 50만 원에서 60만 원 정도 이자 부담이 늘어난 거죠. 한 달에 약 10만 원에서 12만 원 정도니까 부담이 크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질 소득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그 상태에서 이자 부담액이 매달 12만 원씩 늘어난다고 하면 굉장히 큰 부담이 될 수 있죠.

장기적으로 이 금리 인상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 것이냐를 예측해 보면, 세대 간의 격차가 굉장히 벌어질 수 있다고 예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계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략 지금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2,199조 엔 정도 가지고 있거든요. 이거 사실은 천문학적인 규모인데 이 중에서 현금과 예금이 절반 정도 됩니다. 1,118조 엔 정도 되는데요. 그래서 이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하면서 ‘이자 부담도 늘어나겠지만 이렇게 예금이 많기 때문에 이자 수입도 늘어나서 이 두 개가 상쇄될 거다.’ 돈돈이 될 거다. 사실 문제는 이자 수입이 늘어나는 사람과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사람이 다르다는 게 문제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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