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유부녀를 사랑한 독일 대문호 괴테의 절규 "지식은 내것이 아니다. 마음만이 내것이다"
"어느 초라한 농가의 작은 방에 지독한 날씨를 피해 들어왔습니다. 방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나에게 달려든 것은 바로 당신 모습, 당신 생각이었습니다. 오오 로테! 거룩하게! 청순하게! 따스하게! 아아, 최초의 행복한 순간이 다시 되살아났습니다."
젊은 시절 괴테는 고등법원의 수습 직원이었다. 하지만 법조계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방황하던 괴테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의 이름은 샤를로테. 이미 약혼자가 있는 여인이었다. 감성적이었던 괴테는 괴로움의 나날을 보냈다.
괴테가 25세에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자기 경험을 쓴 것이다.
문학작품 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만큼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 있을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소설을 넘어 하나의 현상이자 열병이었다.
1774년 소설이 처음 출간되자 대중들은 열광했다. 베르테르는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난 '개인의 탄생'을 세상에 알렸다. 젊은이들은 소설 속에 나오는 베르테르의 푸른 연미복과 노란 조끼를 입었고, 금기를 넘어선 사랑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기성세대들이 책을 '유해 출판물'로 분류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열풍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급기야 소설의 주인공처럼 자살하는 청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훗날 '베르테르 효과'라고 명명된 이 동조자살 현상은 지금도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한다.
괴테는 이 소설로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무명 작가였던 괴테는 좋은 조건으로 출판계약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유럽 각지에서 해적판이 범람하는 바람에 나중엔 알량한 인세 수익마저 사라졌다.
돈은 벌지 못했지만 명성은 얻었다. 일약 유명인이 된 그는 82세로 사망하기까지 이름값으로만 평생을 살 수 있었다. 괴테 스스로 "사람들은 나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작가로만 알고 있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그가 60년 세월을 들여 쓴 역작 '파우스트'도 베르테르의 인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봉건사회를 뛰어넘어 개인을 발견했고, 사랑다운 사랑을 발견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외쳤다. 세상 그 어떤 사랑도 부끄러운 사랑이 아님을….
"나는 이렇게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만다. 그녀가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소설에서 가장 획기적인 부분은 베르테르의 장례가 사람들의 애도 속에 치러지는 장면이다. 남편이 있는 여인을 사랑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남자의 장례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이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특히 "성직자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문장은 많은 걸 말해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개인 선언을 다시 읽어보자.
"아아! 내가 아는 지식은 다른 사람도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나만의 것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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