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재건축·재개발사업 공사비 합의 진전...조합원 부담, 분양가 걱정
공사단가 상승 등으로 정체됐던 창원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다시 물꼬를 트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합의가 하나둘 진행되고 있어서다. 다만, 향후 조합원 부담이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낙관은 이른 상황이다.
창원시가 지난 16일 공개한 '4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현황'을 보면, 현재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은 16곳, 재개발 사업은 11곳이다. 재건축은 대부분 옛 창원지역(13곳)에, 재개발은 옛 마산지역(10곳)에 몰려 있다.아직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거나, 이미 준공인가가 떨어진 곳을 제외한 숫자다.
지난해 본격화한 고금리·원자잿값 상승 영향을 받는 사업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 착공 전 단계에 있는 곳들이다. 인가 후 시공사와 본계약을 맺는데, 보통 특약에 물가 변동과 공사비를 연동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창원시 재건축·재개발사업 중 이러한 사정으로 지연됐던 곳은 11곳인데, 최근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합의가 하나둘씩 진행되고 있다. 가음4구역, 신촌2구역, 자산구역, 회원2구역, 대야구역, 상남1구역, 경화구역 등이 물밑 합의를 마치고 총회 의결 혹은 계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시공사 요구 단가가 무리하다는 기류가 우세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는 데다, 건설사가 쓰러졌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어서다. 대야구역은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기존 GS건설·금호건설 컨소시엄에 두산건설을 끼워넣었고, 경화구역은 아예 시공사를 한양건설에서 이수건설로 교체하기도 했다.
백재흠 상남1구역재건축정비조합장은 "전국적으로 평당 공사비가 800만~1000만 원 수준으로 올랐다는 이야기가 많고, 우리 역시 30% 가량 올라갈 것 같다"라며 "물가 인상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일반 분양 물량이 적은 재건축사업 특성상 조합원 부담이 너무 커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신촌2구역재건축조합 역시 시공사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부도난 탓에, SGC이앤씨와 새로 시공 계약을 맺으려는 참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평당 시공 단가는 400만 원대에서 600만 원대까지 올랐다. 여러 군데 접촉해 봤지만, 검증된 건설사 중에서 그보다 더 합리적인 수준을 제시하는 곳이 없었다.
일반분양이 많은 재개발 조합이라고 해서 걱정이 없을 수 없다. 조합원 부담을 낮추려고 일반 분양가를 높였다가, 미분양 사태가 나면 곤란해서다. 이 때문에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 요구 수준을 낮추면서, 일반 분양가도 같이 묶어두려는 곳들도 있다. 이런 곳들은 조합원 부담이 오히려 커진다.
이원재 상남산호지구재개발조합장은 "가계약 당시 400만 원대였는데, 600만 원 초반대로 새로 제시받았다"라며 "애초 공사비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해도 충분히 남을 거라 봤는데, 상황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가 인허가 과정에서 높은 분양가를 받아줄지, 주변 다른 단지 분양가는 어찌 될지도 고려해야 해, 제시안 검토가 길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 수준을 검증하는 제도도 있지만, 신청하는 조합은 많지 않다. 검증 규모가 작고 검증 기간이 길어,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둔촌주공재건축사업조합은 시공단이 청구한 공사비 4조 3678억 원 검증을 한국부동산원에 신청했지만, 부동산원은 이 중 '직접 공사비' 1630억 원만 검증 대상으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 조현춘 가음4구역재건축조합장은 "통상 검증에 8개월이나 걸리는데 다, 결과를 공사비에 반영하도록 강제할 수도 없다"라며 "빠르게 협상을 진행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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