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증권이 고객의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해 주면서 거둔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연간 1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장에서 온라인 중심 영업으로 강자 자리를 지켜 온 키움증권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해외 주식 거래 확대와 대형주 위주 증시 호황이 맞물리며 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가운데, 동시에 주식 투자로 유입되는 자금이 불어나면서 증권사 몫의 과실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수탁수수료 수익은 1조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4% 증가한 수치다. 수탁수수료는 증권사가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외화증권·채권장외중개 거래 등을 중개하고 얻는 이익이다.

특정 증권사가 한 해 동안 1조원 이상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기록한 건 이번 미래에셋증권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그전까지 브로커리지 시장 1위였던 키움증권을 밀어냈다. 같은 기간 키움증권의 수탁수수료는 8878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키움증권 역시 1년 새 24.4% 성장했지만 더 빠르게 실적을 늘린 미래에셋증권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3~5위에 오른 삼성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도 일제히 수탁수수료 규모를 키웠다. 삼성증권은 31.5% 늘어난 8118억원, KB증권은 41.1% 증가한 7440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 역시 7106억원으로 40.0% 늘었다.
수탁수수료가 부쩍 확대된 배경에는 지난해 지속된 주식 투자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투자자 예탁금은 88조원으로 연초보다 31조원 늘었다. 이는 투자자가 증권 거래 계좌에 넣어둔 돈으로 언젠가 투자에 사용될 것으로 간주한다. 주식 거래 규모가 그만큼 늘어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주식 거래 확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대형주가 견인한 점이 주효하면서, 수탁수수료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실적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수수료 수익 중 국내와 해외의 비중은 각각 60%와 40%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 관련 주식 기대가 높아져 국내 투자자의 미국 나스닥 시장 유입이 두드러졌다. 보통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는 국내 거래 보다 높아 그만큼 증권사가 얻는 이익도 많아지는 구조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거래로 얻은 수탁수수료만 따로 떼고 봐도 미래에셋증권은 가장 높은 이익을 얻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수탁수수료는 3787억원으로 1위다. 그 다음으로 △KB증권(3586억원) △삼성증권(3262억원) △NH투자증권(3211억원) △신한투자증권(2480억원) △한국투자증권(2384억원) 등 순이었다. 7위에 오른 키움증권은 2187억원을 얻었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 주가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국내주식 시장점유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나, 이는 코스닥 대형주 중심의 장세와 ETF 거래대금 급증에 따른 현상"이라며 "키움증권의 고객은 코스닥 중소형주 중심의 고빈도 매매에 특화됐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오프라인 지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영업을 중심으로 위탁매매 시장 점유율을 높였는데, 신용거래와 단타 매매에 익숙한 개미 투자자는 키움증권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인식히 형성될 정도였다. 이러한 유형의 투자자는 코스닥 중소형주를 자주 사고 파는 경향이 높다.
다만 지난해에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이례적인 호황을 보이면서 주식 거래 참여자 자체가 크게 늘었고, 대형주와 ETF를 선호하는 투자 흐름도 뚜렷해졌다. 코스닥 중소형주 위주의 단타 매매 성향을 지닌 키움증권 고객층이 유지되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는 대형주와 ETF 거래를 선호하는 투자자 유입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수탁수수료가 첫 1조원을 넘은 것에 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단순히 주식 거래량이 늘어난 결과가 아닌, AI 기반의 정교한 자산관리 솔루션을 통해 고객 수익률을 제고한 것이 핵심"이라며 "고객의 자산가치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수탁규모가 커지는 고객 수익률과 수탁고의 선순환 구조가 안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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