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경계에 봄이 조금씩 번지고 있던 오후였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그 안에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날들이 있다. 나에게 에이스맨과의 첫 만남은 그런 날의 한 장면처럼 찾아왔다.
내연기관이 지배하던 시간은 저물고, 자동차는 이제 전동화라는 거대한 전환의 물결 위에 올라섰다. 그 변화는 단지 연료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가 달리는 방식과 느끼는 감정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DESIGN - 강렬함은 늘 조용히 시작된다
정차된 차체 너머로 햇살이 쏟아졌고, 그 그림자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 차는 말보다 시선을 먼저 건넨다고. 어떤 차는 디자인으로, 어떤 차는 소리로 존재를 알리지만, 에이스맨은 '기분'으로 다가온다. 조용하고 단정하지만, 그 속에 잔잔한 파동이 있다.
디자인은 언어가 되기 이전의 감각이다. MINI 에이스맨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지 않는다. 대신 서서히, 그리고 깊게 스며든다.
전면의 팔각형 그릴은 더 이상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MINI가 전동화 시대로 넘어가며 새롭게 쌓은 문법이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차체는 생각보다 낮고, 측면 라인은 도심과 잘 어울릴 만큼 부드럽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이 차의 또 다른 자신감이다.

후면부의 리어 램프는 유니언 잭 패턴을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정돈되었고, 루프에서 떨어지는 절제된 곡선은 차를 작은 오브제처럼 느끼게 했다.
크롬은 사라졌고, 날이 서 있던 에지는 유려한 곡선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MINI가 지키고자 하는 어떤 본질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MINI는 스스로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느끼게 한다. 디자인은 과장이 아닌 선택이며, MINI는 가장 덜어낸 방식으로 그 선택을 말하고 있었다.

INTERIOR - 감정이 눌러앉는 풍경 하나
실내는 단순히 차 안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은 방이었고, 익숙한 음악이 흐르는 북카페였고, 오래된 사진이 담긴 앨범 속 풍경이었다.
대시보드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라인은 직물 소재로 마감되어 있었다.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라는 설명보다 먼저 다가오는 건, 그 촉감이 주는 안도감이었다. 부드러움은 따뜻함과 닮아 있고, 이 공간은 사람의 체온을 기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센터의 원형 OLED 디스플레이는 에이스맨 실내의 중심이자 정서의 출발점이다. 직경 240mm, 동그란 이 화면 안에는 단순한 정보뿐 아니라 감정이 담겨 있다. 센터 콘솔은 플로팅 타입으로 설계되었고, 그 아래로는 숨겨진 수납공간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MINI 익스피리언스 모드에 따라 실내조명과 인터페이스가 달라지고, 디스플레이 속 그래픽은 계절처럼 변한다. '포레스트'를 선택했다. 그 순간, 실내는 녹음이 스미는 초록빛으로 가득 찼고, 창밖의 바람 소리조차 다르게 들리는 듯했다.

시트는 JCW 스포츠 시트가 적용되었고, 단단하면서도 포근한 착좌감은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불편함이 없었다.

뒷좌석에는 ISOFIX가 적용되어 유아용 카시트도 손쉽게 설치할 수 있고,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통해 하늘이 차량 내부로 스며든다.
MINI는 실내를 기능적으로 만들었지만, 그 기능 안에 감정을 숨겨두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DETAIL - 기능이 아닌 태도
에이스맨 SE 페이버드는 전기차로서 갖춰야 할 모든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그것을 너무 쉽게 자랑하지 않는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33.7kg·m의 힘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7.1초, 최고속력은 시속 170km. 54.2kWh 용량의 배터리는 WLTP 기준 405km, 국내 복합 기준으로는 312km를 달린다.
급속 충전 시 10~80%까지 걸리는 시간은 31분. 수치로만 보면 담백한 성능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훨씬 더 풍부한 체감을 준다.

하이빔 보조, 2-존 자동 공조 장치, 무선 충전,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리모트 3D 뷰, 드라이브 리코더, 그리고 운전석 마사지 기능까지. MINI는 고급 편의사양들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이 차를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하나의 배경이 된다.
MINI 디지털 키 플러스는 스마트폰이 차 키가 되는 기술이고, 원형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한 티맵 내비게이션은 전기차의 충전 일정을 자동으로 고려한다.
에이스맨은 작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태도가 이 차를 특별하게 만든다.

RIDE & HANDLING-조용한 길 위에 남긴 서사
도로는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침묵 위로 바퀴가 지나갈 때, 차는 이야기를 만든다. 에이스맨은 그런 차였다.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길의 감정을 읽어냈고, 그 언어를 고스란히 몸으로 번역해 냈다. 그것은 말보다 선명한 반응이었고, 침묵보다 섬세한 울림이었다.
스티어링 휠에 손을 얹는 순간부터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차는 도로와 싸우지 않는다. 힘으로 눌러 잡는 대신, 결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인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마치 중력의 법칙처럼 당연하게 느껴지는 저항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방향성. 운전자의 의도보다 반 박자 먼저 움직였지만, 그 앞섬은 조급하지 않았다. 예측이 아닌 신뢰였다.
전기모터는 소리보다 감각으로 반응한다. 스티어링 휠은 손끝의 미세한 떨림을 따라오고, 속도계의 숫자가 오르기 전, 차체는 먼저 호흡을 고르듯 움직인다. 에이스맨의 핸들링은 날카롭지 않지만 예리하고, 정확하지만 과도하게 민감하지 않다. 그 미묘한 차이가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대신 깊은 신뢰를 남긴다.

이 차는 코너를 돌 때도,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과장을 모른다. 대신 담백하게, 묵직한 여운으로 자신의 반응을 전한다.
노면의 결은 거칠 수 있지만, 차체는 그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서스펜션은 느긋한 리듬을 유지하며 조율된다.
마치 오래된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듯,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기보단 문장의 호흡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차는 내가 인식하지 못한 지점을 먼저 감지하고 있는 듯했다. 그 직관은 기술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공감에 가까웠다.
에이스맨은 흥분하지 않는다. 모든 상황을 자신만의 리듬으로 소화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일이 아니라, 그 위에서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느낌.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운전자가 아니라 공동 저자가 되었다.

속도를 올려도 차는 흔들리지 않았다. 전기모터 특유의 순간 가속은 출발선에서 몸을 툭 밀어내듯 시작되지만, 그 이후는 수면을 미끄러지듯 이어졌다.
가속의 리듬은 직선적이면서도 유연했고, 서스펜션은 단단하면서도 신중했다. 도로 위의 작은 흔들림조차 무심히 넘기지 않고, 정직하게 읽어낸다.
하지만 그 정직함은 결코 불편함이 아니었다. 마치 일상의 거친 숨결마저 흡수해 주는 낡은 소파처럼, 차체는 도로와 운전자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했다.
에이스맨의 주행은 '통제'보다 '조화'에 가까웠다. 출발, 커브, 제동까지 모든 움직임은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문장처럼 이어졌다. 좌·우로 꺾을 땐 스티어링 휠에 미세한 긴장이 실리고, 차체는 그 긴장을 숨 쉬듯 풀어냈다. 그 반응은 어떤 기술을 입증하려는 몸부림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 안에 정답이 있다는 듯, 차는 태연하고 묵직하게 자신의 선율을 펼쳤다.
이 차를 모는 일은 마치 오래된 활자를 읽는 것과도 같다. 글자 하나하나를 눈으로 좇기보다, 문장의 결을 따라 몸으로 느끼는 독서처럼.
운전석은 도서관의 한 페이지였고,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 전기모터는 각각의 문장이었다. 그 안에는 굳이 소리 내지 않아도 되는 확신이 있었고, 빠르지 않아도 충분한 속도가 있었다.
에이스맨은 그렇게 말없이 하나의 이야기를 도로 위에 남겼다. 운전자는 그 이야기를 읽어내는 독자이자, 동시에 써 내려가는 작가였다.
그 둘이 하나가 되는 순간, 도로는 더 이상 무채색이 아니었다. 감정과 풍경, 속도와 호흡이 조용히 스며든 장면이 되었다.

MINI는 말한다. 모든 순간이 매끄럽다고. 그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적어도 오늘의 에이스맨에겐, 분명히 그랬다.
MINI 에이스맨은 작지만 작지 않다. 감정과 기능, 디자인과 디테일, 전기차라는 기술과 사람이라는 존재를 고요하게 이어주는 매개체다.
나는 이 차를 타고 길을 달렸지만, 어쩌면 그 길이 나를 이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순간이 매끄럽게 이어졌고, 그 안에서 나는 멈추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에이스맨은 그저 잘 만든 전기 SUV가 아니라, 오늘이라는 시간을 조금 더 아름답게 기억하게 해주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 여운은, 차를 멈춘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085×1755×1515mm
휠베이스 2605mm
공차중량 1765kg
모터형식 전기모터(전륜)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33.7kg·m
구동방식 전륜구동
0→시속 100km 7.1초
최고속력 시속 170km
배터리 용량 54.2kWh
1회 충전 주행거리(복합) 312km
전비(복합) 5.4km/kW
충전시간 10~80%(급속) 약 31분 / 0~100%(완속) 약 9시간
타이어 225/40 R19(앞/뒤)
가격 58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