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로 알려진 대왕고래가 거대한 입을 벌려 먹이와 바닷물을 쭈욱 빨아들이는 장면인데 한입에 들어가는 바닷물 양이 무려 7만ℓ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눈엔 고래가 이 어마어마한 양의 바닷물을 삼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먹는 척만 하고 뱉어낸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바다에 사는 고래가 바닷물을 안 먹는다는데 정말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국내 유일의 고래 전문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물어봤다.

고래들은 진짜 바닷물을 안 먹는 걸까? 먹이를 먹을 때 입을 쩍~ 벌리는 대형 고래들을 보면 웬만한 건 전부 한입 컷일 거 같은데 커다란 입안에 특별한 기관이 있어 바닷물을 모두 걸러낸다.
이경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사
“그렇게 먹는 고래들은 대부분 수염고래예요. 수염고래들은 입안에 ‘수염판’이라고 얘기하는 촘촘한 빗살 같은 판들이 있어서 입으로 한꺼번에 머금은 물과 먹이에서 이 수염판을 통해서 물만 걸러서 뱉어냅니다. 좀 지저분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잇새로 침 뱉는 것 같은”

대왕고래나 혹등고래처럼 커다란 고래들은 모두 잇몸에 수염판이 달려있는데 이걸 필터링처럼 사용해 입안 가득 머금었던 물을 흘려보낸다는 거다. 실제로 대왕고래의 사냥 영상을 자세히 보면 바닷물을 먹이와 함께 쭉 빨아들인 다음 입에 있던 물을 다시 내뱉는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돌고래도 바닷물을 안 먹는 건 마찬가지다. 대형 고래와 달리 돌고래들은 사냥할 때 이빨을 사용해 먹이를 쏙쏙 물어 잡아먹어서 애초에 바닷물을 마실 일이 없다고 한다.

고래는 바다에 살지만 짜디짠 바닷물을 잘못 마셨다간 체액과 농도를 맞추려는 삼투압 현상이 발생해 몸속의 수분을 쫙 빼앗길 수 있다. 바다에 산다고 바닷물을 식수처럼 사용하면 갈증과 탈수에 시달려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는 거다.
이경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사
“모든 동물들은 바닷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오히려 수분을 빼앗기게 돼서 탈수로 죽을 수가 있습니다. 탈수가 악화가 돼요”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고래의 소변이 매우 짠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사냥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섭취할 수밖에 없는 소량의 바닷물을 신장에서 압축적으로 걸러내기 때문이다. 고래의 신장은 필수적인 수분만 흡수하고 불필요한 염분을 배출하는 정수기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이 농축된 소화과정을 거치면 아주 짭짤한 소변이 나오게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개나 바다사자 같은 해양 포유류의 소변은 바닷물보다 2.5배 정도 짠데 고래도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바닷물을 열심히 먹뱉하는 고래들은 대신 지방을 활용해 부족한 수분을 보충한다. 낙타가 자기 혹에 축적해둔 지방으로 물을 만드는 것처럼, 고래는 지방 1㎏을 태워 물 1.07㎏을 공급한다. 고래 몸통을 둘러싸고 있는 어마어마한 지방층이 생존에 필수적인 수원지 역할을 하는 거다. 고래들이 즐겨 먹는 오징어나 크릴새우 같은 촉촉한 먹이도 훌륭한 수분 공급원이다.

이경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사
“지방의 대사를 통해서 장기간 먹지 않아도 그리고 민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수분을, 몸 대사에 필요한 수분을 충분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