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 사이즈와 헤드 모델만 바꿨을 뿐인데”…악성 훅과 스카이 볼이 사라졌다

김세영 기자 2026. 2.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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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과 함께하는 “내 클럽을 찾아줘”
50대 2명의 남성골퍼 드라이버 피팅
첫 단계는 상담…이후 손 크기 측정
보통 그립사이즈 1종류, 핑은 6종류
로프트는 실력 아닌 스윙 따라 선택
티높이는 탄도 외에 방향성에도 영향
피팅에 앞서 포즈를 취한 박찬식씨(왼쪽)와 권기범씨. 오승현 기자


‘골프스윙은 지문과 같다’는 말이 있다. 골퍼들의 스윙은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그에 맞춰 자신의 스윙과 몸에 최적화된 클럽을 사용해야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50여 년 전부터 피팅 개념을 도입한 핑골프와 함께 스윙이나 구질, 그리고 클럽에 고민인 골퍼들에 대한 해결책을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시리즈의 첫 번째 시간은 새 시즌을 앞두고 일반 아마추어 골퍼의 관심이 가장 큰 드라이버 피팅으로 정했다. 대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명의 50대 남성 골퍼로 했다.

핸디캡 8의 박찬식씨는 구력 27년을 자랑하는 열정적인 골퍼다. 권기범씨는 구력은 6년밖에 되지 않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90타 전후 스코어를 기록한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체격이다. 박씨는 185cm의 당당한 체구이고, 권씨는 162cm로 다소 작은 편이다. 우리가 이처럼 나이는 비슷하지만 신체 조건이 조금 다른 골퍼를 섭외한 이유는 독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케이스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드라이버 피팅에서 아이언 거리를 물어보는 이유

두 사람에 대한 피팅은 핑골프의 조승진 차장이 맡았다. 조 차장은 오랜 기간 핑클럽을 사용하는 남녀 투어 프로들의 지원을 담당한 베테랑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9승의 김비오를 비롯해 일본 투어 2승의 송영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9승의 박민지, ‘메이저 퀸’ 이다연 등의 클럽이 조 차장의 손을 거쳤다.

피팅의 첫 번째 단계는 상담이다. 현재 구질은 어떤지,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지, 비거리와 스코어, 라운드 횟수, 구력, 신체적 불편은 없는지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이런 의견 교환은 딱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피팅을 하는 내내 이어진다.

상담 과정을 지켜보며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이번 피팅은 드라이버에 관한 것인데, 조 차장이 아이언이나 우드 비거리에 대해서도 질문한 것이다. 조 차장은 “골프는 클럽별 거리 편차가 일정해야 하기에 드라이버를 피팅하면서도 아이언이나 우드 거리를 파악해야 한다. 스윙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핑이 올해 출시한 G440 K 모델의 시타용 헤드. 김세영 기자


그립 사이즈만 6종류…“키는 왜 측정 안 하나요?”

박찬식씨에 대한 피팅을 먼저 진행했다. 손 사이즈부터 측정했다. 가장 긴 손가락인 중지부터 손목 주름까지 손바닥 길이를 잰 다음, 중지의 길이만 따로 측정한다. 오른손잡이일 경우 왼손을, 왼손잡이는 오른손을 잰다. 왜 그럴까. 그립을 주로 잡는 손, 즉 장갑 끼는 손을 측정하는 것이다.

조 차장은 “일반적으로 그립 사이즈까지 피팅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핑은 클럽과 손의 연결고리인 그립부터 최적으로 제안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시중에는 보통 60 사이즈 그립 한 종류만 나오지만 핑은 골퍼들의 손 사이즈에 따라 블루, 레드, 아쿠아, 화이트, 골드, 오렌지 6종류의 그립을 제공하고 있다. 아쿠아 그립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60 사이즈와 같다.

그립 사이즈는 내부 직경을 인치 단위로 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60 사이즈는 내부 직경이 0.60인치라는 뜻이다. 숫자가 낮은 그립일수록 그립을 샤프트에 끼우면 더 굵어지게 된다.

조 차장은 손 크기는 측정하면서 키는 별로도 재지 않았다. “아이언은 지면에 있는 볼을 때리기 때문에 신장에 따른 라이각 영향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드라이버는 티 위의 볼을 때리기 때문에 라이각보다는 헤드 디자인에 따른 구질 변화가 더 크죠.”

박씨의 경우 손 사이즈는 20cm, 중지의 길이는 8.7cm로 큰 편에 속했다. 박씨는 평소 드로 구질인데, 가끔 좌측으로 급격하게 감기는 낮은 탄도의 악성 훅이 고민이라고 했다.

핑골프의 조승진(왼쪽) 차장이 권기범씨에게 그립 사이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꺼운 그립 · 저스핀 헤드로 훅 없애고 거리 증대

스윙 스피드 시속 96마일 내외인 박씨는 우선 G440 맥스 모델로 때렸다. 비거리와 런을 합친 토털 거리는 평균 227.3m가 찍혔다. 박씨의 말대로 왼쪽으로 낮게 깔리면서 심하게 감기는 샷이 몇 차례 나왔다. 다음에는 올해 새로 출시된 G440 K 헤드를 장착해 때렸다. G440 K는 440 시리즈 중 관용성이 가장 큰 모델이다. 토털 거리는 평균 228.8m로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악성 훅은 여전했다.

조 차장은 마지막으로 저스핀 모델인 G440 LST를 건넸다. 거짓말처럼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다섯 차례 샷을 날리는 동안 훅은 사라지고 볼은 똑바로 날아갔다. 오히려 중앙에서 살짝 우측에 떨어지는 비율이 높았다. 휘어지던 샷이 똑바로 펴지자 토털 거리는 평균 243.7m로 찍혔다. 이전 두 모델을 사용했을 때보다 대략 16m 증가한 것이다.

샷 탄착군도 밀집되는 형태를 보였다. G440 맥스나 K 모델로 휘둘렸을 때는 샷의 좌우 편차가 15m 안팎이었는데, LST 모델에서는 4.8m로 확 줄어든 게 확인됐다. 볼의 론치 앵글도 약 12도였던 게 평균 13.8도로 증가하면서 충분한 탄도가 확보됐다.

테스트를 하고 있는 박찬식씨.


조 차장은 “박찬식씨의 경우 손이 큰데도 일반 그립을 사용하고 있었고, 백스윙을 너무 안쪽으로 들어 올렸다가 다운스윙 때는 뒤에서 낮은 각도로 들어오는 형태였다. 잘될 때는 드로가 나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면 악성 훅이 발생했던 것”이라고 원인 분석을 했다.

조 차장은 “일단 한 단계 두꺼운 그립을 추천해 손목 사용을 억제했다. 그런 후 맥스 모델보다 페이드 구질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LST 모델에 추가로 무게추도 페이드 방향으로 조정했다”며 “박씨의 경우 핸디캡 8의 상당한 수준을 갖춘 골퍼이므로 정타를 때릴 확률이 매우 높다. 때문에 헤드가 조금 작은 LST(450cc) 모델로 공기 저항을 줄이고 헤드 스피드를 증가시켜 거리를 늘리는 효과도 노렸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피팅 경험이 몇 차례에 있다는 박씨는 “그립 사이즈가 구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며 “내게 맞는 헤드 모델과 무게추 세팅을 확실히 알게 됐다. 훅으로부터 해방돼 이제는 드라이버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핑 피팅 스튜디오에 구비된 다양한 샤프트.


아마추어는 로프트 높아야 좋다? 스윙 따라 달라

또 다른 피팅 체험자인 권기범씨는 평소 너무 높은 탄도로 고민하고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는 일명 ‘뽕 샷’도 가끔 나온다고 했다. 샷 방향은 좌우로 날리는 등 일관성이 조금 결여되는 편이었다. 손 사이즈는 17cm, 중지 길이는 7cm였다.

스윙 스피드가 시속 92마일 내외인 권기범씨도 G440 맥스 모델부터 휘둘렀다. 스윙을 몇 차례 본 조 차장은 곧바로 “드라이버 로프트 각도를 9도에서 7.5도로 낮춰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권기범씨는 키가 작다 보니 짧게 잡고 스윙을 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헤드가 가벼워져서 손을 많게 사용하게 되죠. 더구나 임팩트 직전에 손목이 빨리 풀려 올려 치는 스윙을 구사하고 있어요. 그러니 로프트 각도부터 낮춰야죠.”

권기범씨가 “7.5도 드라이버는 다루기 어렵고 프로용이 아니냐”고 묻자, 조 차장은 “처음엔 어색하지만 금방 적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권씨는 이후 테스트에서 7.5도 드라이버로 때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프로 골퍼는 낮은 로프트, 아마추어 골퍼는 높은 로프트 드라이버를 사용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오해이며 스윙 스타일과 탄도 등을 고려한 로프트 각도를 선택하면 된다는 게 조 차장은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조 차장은 김비오의 예를 들었다. “김비오는 스윙 스피드가 빠르고 장타자지만 10.5도 드라이버를 사용해요. 왜냐하면 눌러 치는 스타일이거든요. 로프트 각도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매의 눈으로 지적한 ‘티 높이’가 신의 한 수

G440 맥스 드라이버를 로프트 7.5도 제품으로 교체했지만 권씨의 탄도는 쉽게 낮아지지 않았다. 볼의 발사각도는 18도로 처음과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에는 무게추를 29g에서 32g으로 교체해 봤다. 헤드 무게를 늘려 손목 사용 억제를 시도해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큰 효과는 없었다.

조 차장은 G440 K 헤드를 추천했다. 탄도를 낮추려면 저스핀의 LST 헤드가 적합하지만 볼 구질이 좌우로 날리기 때문에 관용성이 큰 모델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자 볼의 발사각도는 16.8도로 낮아졌다. 토털 거리도 약 10m 증가했다.

스윙을 유심히 관찰하던 조 차장은 티 높이를 6cm에서 4.5cm로 낮출 걸 권했다. 그런 후 샷을 하자 발사각도는 14.9도로 더 낮아졌고, 토털 거리도 평균 224.4m로 늘었다. 가장 적을 때보다 무려 19m나 차이 났다. 방향 편차도 눈에 띄게 좁혀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매의 눈으로 관찰한 티 높이가 피팅의 완성도를 높인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조 차장은 “티가 높을수록 탄도가 높아지고 볼 방향도 좌우로 흩어질 확률이 커진다”며 “티만 낮춰도 탄도와 방향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높은 탄도와 일관성 없는 방향으로 고민이었던 권기범씨에 대해서는 관용성이 뛰어난 G440 K 모델을 사용하되 로프트 각도는 7.5도, 티 높이는 4.5cm 정도로 낮게 꽂으라는 처방이 나왔다. 아울러 그립은 얇은 레드(시중 62 사이즈), 드라이버 길이는 1인치 커팅한 45인치가 알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범씨는 “클럽 길이나 무게감, 티 높이에 따라 볼의 탄도나 구질이 이렇게 바뀌는지 처음 알았다”며 “지금까지 아마추어 골퍼는 10도 내외 로프트 드라이버를 사용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7.5도를 사용해 봤는데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이 됐다. 내게 맞는 스펙을 정확히 알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만족해 했다. 이어 “스튜디오에서 샷을 하고 전문 피터와 계속 의견을 교환해 가면서 내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다 보니 피팅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체감했다”고 말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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