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상폐' 쌍용C&E, 현금성자산 증가 '배당' 재개할까
쌍용씨앤이가 자진 상장폐지 이후 배당을 재개할지 주목된다. 상폐 직전 분기 배당을 철회하며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늘어난 만큼 배당여력도 확대된 상태다. 비상장사가 되면서 100% 지분을 보유한 한앤코시멘트홀딩스(한앤컴퍼니 출자)가 투자금 회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쌍용씨앤이는 지난달 14일 반기보고서를 공시했다. 상폐 직전 작성된 마지막 반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1171억 원이었다. 지난해 말 850억원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던 쌍용씨앤이는 1분기 배당을 취소하면서 현금 보유량이 늘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6년 '한앤코10호 유한회사'를 활용해 쌍용씨앤이(당시 쌍용양회)를 인수했다. 인수 직후 지분율은 77.4%였으나 쌍용씨앤이의 자회사였던 쌍용자원개발, 쌍용해운 등을 합병하면서 보유지분이 71.34%로 감소했다. 한앤코10호유한회사는 이후 사명을 한앤코시멘트홀딩스로 변경하고 2017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쌍용씨앤이 자사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77.44%로 끌어올렸다. 2020년에는 상장된 우선주를 모두 자진 상폐해 지배력을 77.68%까지 확대했다. 올해 2~3월 공개매수로 자사주 5491만 주를 취득하고 소각한 후 잔여 지분의 주식교환을 진행해 100% 자회사로 만들며 상폐 요건을 갖췄다.
쌍용씨앤이는 1분기 공개매수를 시행하면서 2017년부터 실시해온 분기 배당을 취소했다. 당시 배당 취소의 이유로는 공개매수 중이라 배당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상폐를 준비하는 만큼 기존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공개매수로 서둘러 상폐 요건을 충족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공개매수 당시 지분율은 77.68%였으나 상폐를 위해서는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했다. 당시 공개매수가는 주당 7000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소 6089억원의 현금이 투입돼야 했다. 쌍용씨앤이는 공개매수설명서에서 매수 대상 주식을 전부 취득하지 못할 경우 포괄적 교환으로 한앤코시멘트홀딩스의 완전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이후 자진 상폐를 추진하는 것이 한앤컴퍼니의 계획이었다.
공개매수 결과 한앤컴퍼니는 지분 11.01%만 확보했고, 계획보다 적게 주식을 취득했기 때문에 곧바로 95% 룰을 통한 상폐가 불가능해졌다. 한앤컴퍼니는 5월 포괄적 주식교환을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상폐 절차를 밟았다.
쌍용씨앤이는 1분기 배당을 취소한 후 사들인 주식을 이익으로 소각했다. 그 결과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했음에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시멘트 업황 호조로 최근 5년 사이 최대 매출을 냈던 것도 현금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쌍용씨앤이는 2016년 배당을 실시한 뒤 2018년에서 2022년까지 매년 배당 성향을 늘려왔다. 2023년에는 157.8%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연간 2000억원 이상 배당해와 이러한 성향이 유지된다면 매년 최소 2000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과거와 같은 고배당 성향을 유지하지 않고 천천히 배당을 늘려갈 가능성도 있다. 한앤컴퍼니는 2022년 기존 펀드의 주주를 교체해 컨티뉴에이션펀드로 재편했다. 컨티뉴에이션펀드는 일반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을 유보할 때 활용되는 비히클로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 시점을 노려 자금 회수를 추진하게 된다. 이 경우 배당보다 기업가치 상승에 베팅해 몸값을 높이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 3월 쌍용씨앤이의 크레딧뷰를 '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면서 "신규 투자 및 배당금 지급, 자기주식 공개매수 관련 자금 소요로 재무부담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과거와 유사한 수준의 배당금 지급이 지속될 경우 재무부담이 커져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쌍용씨앤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배당에 대해 결정된 사항이나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100% 자회사가 된 만큼 향후 배당정책은 한앤코시멘트홀딩스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