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기자의 라커룸] 파리 건너온 올림픽 '활총칼' 열기, 경남도 후끈

뜨거웠던 파리 올림픽을 통해 우리가 활·총·칼에 특화된 민족이란 게 증명됐습니다. 전통적인 강세 종목 양궁은 금메달 5개·은메달 1개·동메달 1개를 거머쥐며 전 종목 석권이라는 역사를 썼습니다. 여기에 사격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 펜싱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을 이끌었죠. 그런 만큼 세 종목에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졌지요. 올림픽 열기를 이어받은 도내 사격장, 펜싱장, 양궁장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15일 창원국제사격장 이용객들이 사격 체험을 하고 있다. /이원재 기자

◇역대 최다 방문객 넘어서 = 창원은 사격 도시답게 인프라가 뛰어납니다. 바로 창원국제사격장이 있기 때문이죠. 2018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지난해에는 창원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와 제15회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 등 다수 국제대회를 유치할 만큼 우수한 시설을 갖췄습니다.

일반 시민을 위한 공간 역시 잘 마련돼 있습니다. 창원국제사격장 관광사격장에서는 산탄총(클레이)·화약총(권총)·공기소총·레이저·스크린 등 다양한 사격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산탄총과 공기소총은 다른 사격장에서는 쉽게 체험하기 어려운 걸 할 수 있어 매력적이죠. 레이저 사격은 만 14세 이하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어 인기라고 합니다. 또, 사전 예약을 하면 7대7로 서바이벌 레이저 사격으로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습니다.

15일 오전 찾은 창원국제사격장에서는 이른 시간부터 많은 방문객이 체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족 방문객은 물론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 모습이었습니다. 파리 올림픽 영향으로 최근 관람객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이전에 성수기 주말 하루 600여 명이 방문했다면, 11일에는 역대 최다인 1300여 명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원래 평일에는 자원봉사자를 두지 않는데, 최근에는 평일에도 배치할 정도라고 하네요.

15일 창원국제사격장 이용객들이 사격 체험을 하고 있다. /이원재 기자

반효진(대구체고)이 금메달을 딴 후 그 숫자가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올림픽 중계 장면에서 반효진의 총기에는 '창원특례시' 스티커가 붙어있는 게 포착되었는데요. 6월 창원시장배 사격대회 출전 당시 장비 검사 후 붙인 거였죠. 이 덕에 창원시민들이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답니다. 이날 남편·아들과 창원국제사격장을 방문한 이은경(신월동·57) 씨도 올림픽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올림픽 때문에 많이들 오신 것 같아요. 반효진 선수 창원특례시 스티커를 보고 우리 지역 선수인가 해서 반가웠거든요. 예전에도 한 번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사격 체험을 했는데 좋아서 아들 데리고 또 왔어요. 실탄 외의 사격도 많아서 가족들끼리 재밌게 할 수 있더라고요. 홍보를 더 해서 일반 시민들이 많이 와보셨으면 좋겠어요."

◇AG 은메달리스트에게 배우는 펜싱 = 펜싱은 2012 런던 올림픽부터 꾸준히 금메달을 안기는 종목입니다. 경남에는 우수한 펜싱 선수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진주 출신 박상영(배영초교-진주제일중-경남체고)이 있죠.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에페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되뇐 '할 수 있다'는 말이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한국국제대 출신인 송세라는 2020 도쿄 올림픽 에페 단체전 은메달을 땄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죠.

15일 창원에 있는 경남펜싱아카데미를 방문했는데 이곳도 올림픽 후 문의가 늘었다고 합니다. 경남펜싱아카데미는 경남 펜싱 선수 이규영이 운영하는 곳인데요.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사브르 개인전·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실력자입니다. 꾸준한 국제대회 활약과 더불어 2022년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도 배우 김태리가 펜싱 선수로 나온 점도 펜싱 인기에 한몫을 했다고 하네요.

경남펜싱아카데미는 초등부·중등부·성인부·동호회·선수반을 운영하고 있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동호인부터 전문선수까지 펜싱에 열정이 있는 누구나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일일 체험을 해보는 원데이클래스도 있어 한 번쯤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종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동호인들이 사용하는 저렴한 장비가 많이 나와 취미로 즐기는 사람도 늘었죠. 특히 미래 국가대표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취미로 접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클럽에서 취미로 시작해 전문선수로 성장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팀에 입단하는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다고 하니 다음 올림픽이면 취미반으로 시작한 선수들의 출전도 볼 수 있겠죠.

경남펜싱아카데미에서 만난 김도희(9·창원시) 양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는 당찬 포부도 드러냈습니다.

"펜싱 대결하는 게 재밌어요. 올림픽에서 선수들 모습이 정말 멋졌어요. 저도 국가대표다 돼서 올림픽 금메달을 딸 거예요."

(왼쪽부터) 이규영 감독, 최승연·김도희·최승희 양이 15일 창원 경남펜싱아카데미에서 자세를 잡고 있다. /이원재 기자

◇쑥쑥 자라나는 미래의 신궁들 = 양궁은 매회 올림픽 역사를 써내려가는 종목이죠. 그 역사에는 경남 선수들도 함께했습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두산중공업 소속 이창환은 남자단체전에서 임동현·박경모와 우승을 합작했고, 창원시청 소속 최현주는 어깨 부상으로 인대 강화제를 맞는 투혼을 발휘하며 올림픽 7연패에 큰 공을 세웠죠.

현장에서도 양궁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순미 경남양궁협회 부회장은 2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경남 초등학교를 순회하면서 양궁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1983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세계양궁대회 단체전 금메달, 70m 금메달, 개인종합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한국 양궁이 부흥하던 초창기를 함께한 인물이죠. 1년 전부터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지원으로 원하는 학교 신청을 받아 수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 그 열기가 대단하다고 해요.

"늘 올림픽마다 양궁 인기를 체감해요. 아이들도 엄청 좋아해요. 미디어에서 양궁이 이미지도 좋고, 어른들도 하고 싶은데 접할 기회가 없었죠. 아이들에게 양궁을 알려주고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할 수 있으니 보람된 일이에요. 지금은 1단계예요. 체육회와 교육청이 도와준다면 경남 양궁의 저변 확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남 양궁의 미래도 밝습니다. 지난해 전국소년체전에서는 창원 경화초등학교 서준용이 6관왕, 올해는 창녕초등학교 최윤찬이 5관왕에 오르기도 했죠. 10여 년 뒤에는 이 선수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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