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는 누구도 다가설 수 없었던, 말 그대로 ‘금지된 폭포’가 있었다. 낙석과 낙빙의 위험으로 45년간 출입이 막혔던 설악산의 비경, 토왕성폭포.
이제는 다시 걸을 수 있는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다시금 자연 앞에 겸손해진다. 거대한 절벽 사이로 흘러내리는 320m 길이의 장대한 폭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신화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토왕성폭포는 한국 자연유산의 상징 같은 존재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토왕성 폭포

토왕성폭포는 단순한 자연 명소가 아니다. 이름부터 남다르다. ‘신광폭포(神光瀑布)’, ‘토왕폭(土旺瀑)’ 등으로도 불리며, 그 명칭 속엔 오행설과 설악의 전통이 깃들어 있다.
예로부터 ‘토기(土氣)’의 기운을 북돋우는 의미를 담아 ‘토왕성’이라 불렸고, 고문헌에도 "천 길의 폭포가 석벽 사이로 떨어진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
2013년,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6호로 지정된 이후로는,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설악산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토왕성폭포의 진면목은 그 규모에서 실감된다. 설악산 외설악 칠성봉 북쪽 계곡, 해발 약 1,000m 지점에서 떨어지는 이 폭포는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로 구성된 3단 연폭이다.
총 길이 320m에 이르는 이 폭포는 국내에서 가장 긴 연속 낙차를 자랑하며, 물줄기가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 모습은 마치 선녀가 하얀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섬세함과 장엄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수량이 많을 땐 한 폭의 수묵화처럼, 가늘고 긴 물줄기가 바위벽을 타고 흐르며 감탄을 자아낸다. 계절에 따라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기에 어느 때 찾아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1970년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토왕성폭포는 낙석 위험으로 인해 수십 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다 2015년, 비룡폭포 탐방로가 확장되며 드디어 토왕성폭포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길이 열렸다.
여전히 폭포 바로 아래까지 접근은 금지되어 있지만, 일정 거리의 조망 지점에서 그 비경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망대는 폭포에서 약 1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실제로는 물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고, 수량이 적은 날에는 폭포의 모습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토왕성폭포로 향하는 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자연 속 여정이다. 이 길 위에는 설악산의 또 다른 매력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 중 하나가 비룡폭포다. 이곳은 토왕성폭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폭포지만, 수량이 풍부하고 길과 가까워 그 소리와 시원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육담폭포 또한 놓칠 수 없는 명소다. 여러 개의 소(沼)로 이루어진 폭포 주변은 깊은 물빛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마치 산수화 속 풍경처럼 다가온다.
구름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육담폭포의 모습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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