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준비 중에 뜬 오피셜
화요일이다. 3연전 시작 날이다. (2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한화 이글스 – SSG 랜더스)
오후 3시가 됐다. 경기 준비가 막 시작됐다.
그때였다. 오피셜이 뜬다. 엔트리 변동이다.
지금?
갑자기?
화요일인데?
물음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름을 보고 다시 놀란다. 선수가 아니다. 바로 홈 팀의 투수코치다. 양상문(65) 코치가 빠진다. 대신 박승민(49) 잔류군 코치가 합류한다.
다음은 구단 발표 내용이다.
“양상문 코치가 건강상의 사유로 금일 엔트리에서 말소될 예정이다.”
설명이 이어진다.
“양상문 코치는 야구장에 나온 후에 감독과 면담을 통해 이를 요청했고, 오늘 경기부터 박승민 코치가 합류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뭐, 그럴 수 있다. 선수 건강만 중요한 건 아니다. 코치도 인간이다. 몸이 안 좋을 수 있다. 그럼 쉬어야 한다.
다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그래서 오늘의 질문이다.
‘왜 하필 화.요.일.이.냐.’

묘한 달 감독의 설명
여기저기서 수군거릴 때다. 달(67) 감독이 등장한다. 모두의 눈길이 그의 입으로 쏠린다.
“양 코치가 오늘 와서 (건강 문제를) 이야기하더라. 스트레스가 왜 없겠나. 수술한 다리도 지금 좋지 않다. 그래서 이동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갑자기 그래서 부득이하게, 어쩔 수 없이 박(승민) 코치를 불렀다.”
(28일 경기 전, 김경문 감독)
대개의 엔트리 변동은 월요일에 이뤄진다. 그게 일반적이다. 새로운 일주일을 준비하는 과정인 탓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다르다. 화요일이다. 그것도 경기 준비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발표됐다.
물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친다. 특히 투수들이 기대에 못 미친다. 불펜의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담당 코치로써 압박감은 상당할 것이다.
불편한 다리도 문제다. 수술 이후 회복 중이다. 간간이 선수들의 부축을 받는 장면도 목격된다.
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스트레스를 못 이겨서? 불편한 다리 때문에? 뜬금없는 휴식을 요청할 이유라고 납득하기 어렵다.
백 번 양보한다. 만약 그렇다 치자. 그럼 더 일찍, 오전에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다. 그게 앞뒤가 맞는다.
야구장에 출근해서, 플레이볼 3시간 전에, 경기 준비가 시작되는 시점에, 급하게. 그렇게 결정될 일은 아니다.
사람을 봐도 그렇다. 양상문 코치가 누군가. 감독, 단장까지 지냈다. 선수 때부터 따지면, 이 바닥에서 40년 경력이다. 그 정도 헤아림도 못할 리 없다. 그 정도로 무책임한 인물은 아니다.
김경문 감독의 이날 설명 중이다. 가장 뜻밖인 부분이다.
“박(승민) 코치가 지금 오고 있다.”
서산(잔류군)에서 부랴부랴 이동 중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결정이라는 얘기다.

'문책'이라면 이상한 타이밍
더 이상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에 대한 얘기다.
누군가 양 코치의 복귀 시기를 물었다.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냐.’
보통이라면 이런 대답이어야 한다. “며칠 푹 쉬면 좀 나아질 것이다. 그때 다시 합류하면 된다.”
그런데 아니다. 뭔가 묘한 답이 돌아온다. 김 감독의 말이다.
“지금은 지켜봐야 한다. 우선은 쉬면서 몸을 조리하게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건강하게 회복하기를 바란다.”
‘복귀’라는 단어는 없다. 대신 ‘회복’이라는 말과, ‘바란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왠지 멀게 느껴지는 어휘들이다.
이런 상황이다. 팬들의 추측이 난무한다.
“뭔가 일이 있었나 보다.”
“꽤 심상치 않은 것 같다.”
그런 짐작이다.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인책론이다. 즉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말했다시피 투수진 문제가 크다. 이글스의 팀 평균자책점(ERA)이 5.24로 치솟았다. 10개 구단 중 유일한 5점대다. 당연히 꼴찌다. 1위였던 작년(3.55)과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28일 현재)
그러나 이 대목도 그렇다. 수긍하기 어렵다. 타이밍과 방식 탓이다.
만약 그랬다면. 구단 결정으로 1군 투수코치를 바꾼다면. 이런 식은 아닐 것이다.
굳이 화요일에 출근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부랴부랴 박승민 코치가 서산에서 이동하는 혼란도 피했을 것이다.

김서현 2군행과 관련성
또 다른 가능성은 의견 충돌이다.
혹시 투수 기용에 대한 이견이 생긴 것 아닌가. 그래서 대립이나 갈등이 악화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이다.
아무래도 어지러운 시기다. 여러 가지 변화가 요구된다. 그러다 보니 날카로운 반응이 있을 법하다.
그런데 이 부분도 회의적이다. 전례가 있다. 예전 롯데 시절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뜻이 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극단으로 가지는 않았다.
“코치로서 의견은 충분히 얘기했다. 아무리 그래도 최종 결정권자는 엄연히 감독이다. 일단 정해지면, 최대한 돕는 게 우리 일이다. 한 번도 뜻을 거스른 적은 없다.”
양 코치가 당시를 회고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하루 전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월요일(27일)이다. 대개의 엔트리 변경이 이뤄지는 날이다.
이글스도 이동이 있었다. 김서현의 2군행이 발표됐다. 혹시 이 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아시다시피 양 코치는 김서현에 대해 각별하다. 지난 시즌을 정리하는 인터뷰였다. 이런 얘기를 했다.
“(김서현은) 사람들의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 막판에 아쉬웠지만, 2025 시즌에 마무리 투수로 성공적으로 활약했다.” 지도자로서 그런 자부심도 크다.
또 유망주에 대한 기용과 육성, 관리에 대한 소신도 뚜렷하다. 여러 차례 성공한 경험도 가졌다.
따라서 이번 조치(2군행)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가졌을지 모른다. 시기적으로, 정황상으로. 그런 추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무튼.
그 외에 흉흉한 소문도 많다. 그만큼 이글스는 어려운 시기다.
그래도 8회를 잊지 말아야 한다.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육성 응원이다. 또다시 헛된 외침이 돼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