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막대기로 운전을 했었다? (feat. 스티어링 휠 변천사)

자동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뽑으라고 하면 무엇일까요?

고출력의 강력한 엔진과 변속기, 엔진의 위치와 구동방식, 이상적인 무게 밸런스, 차량의 형태, 브랜드 이미지, 넉넉한 실내... 사람마다 그 기준은 서로 상이할 텐데요. 하지만 누구나 동의할 만한 한 가지가 있어요. 뭐가 됐든 간에 만약 운전자가 차량 조작을 위해 사용하는 ‘스티어링 휠’이 없다면 그 자동차는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 스티어링 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스티어링 휠의 변천사를 쫓다 보면 재미있는 자동차 일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번 첫차연구소에서 스티어링 휠의 탄생부터 현대의 다양한 변종까지 다뤄 볼게요.


내 차를 좌지우지하는 키
스티어링 휠 🚗

이야기에 앞서 먼저 ‘스티어링 휠(Steering Wheel)’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이 포스팅을 읽는 사람들 중 몇몇은 이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스티어링 휠’ 말고도 ‘핸들’이라는 용어 또한 자주 사용되기 때문이죠.

 그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반적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으로부터 전파되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스티어링 휠’을 한도루(ハンドル)로 표현해요. 한국에서는 이 한도루가 시간이 흐르면서 핸들로 변화되었다고들 하죠. 그러나 본래 영어로 핸들(handle)은 손잡이를 뜻하기에, 스티어링 휠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따라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자동차 조향 시 사용하는 장치를 모두 ‘스티어링 휠’로 통용하여 사용하는 점 참고해 주세요.

1885년 독일 각지에서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자동차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바로 지금의 자동차에 흔히들 볼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당시에는 자동차 조향장치로 원형의 ‘스티어링 휠’이 아닌 ‘틸러(Tiller)’라는 장치가 사용되었어요. 이는 좌석 앞에 수직으로 세워진 막대 모양의 장치로, 그 끝에 달린 손잡이를 좌우로 조작하는 형태였죠. 당시 자동차 산업은 태동기였으므로 막대로 자동차를 조작하는 데에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돼요. 그 말인 즉슨 보다 정밀한 조향이 요구되는 시점에 스티어링 휠이 탄생됐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죠? 네, 맞아요. 알고보면 세계 최초의 스티어링 휠은 자동차 회사가 아닌 한 명의 엔지니어가 자동차 경주대회 우승을 위해 고안했다는 사실!

최초의 스티어링 휠은 1894년 프랑스의 엔지니어 알프레드 바쉐론(Alfred Vacheron)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는 당시 개최됐던 파리-르왕(Paris-Rouen) 경주대회에서 정밀한 자동차 조향을 위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프랑스 파나르사의 1893년식 파나르 르 바소(Panhard et Levassor)에 부착된 틸러를 직접 스티어링 휠로 교체했다고 해요.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세계 자동차역사에 기록된 세계 최초의 스티어링 휠이죠.

 다만 스티어링 휠이라는 ‘치트키’를 장착했음에도 그의 운전실력이 다소 부족했는지 당시 경주대회에서 아쉽게도 포디움에 들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자동차 회사에서 양산차에 스티어링 휠을 본격적으로 탑재하기 시작하게 된 건 그로부터 4년 뒤1898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당시 프랑스 판하드사를 시작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에서 점차 스티어링 휠을 장착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신 중 하나인 다임러의 경우에는 1900년 피닉스(Pheonix)라는 경주용차 모델에 최초로 스티어링 휠을 장착했다고 해요.

자동차가 계속해서 발전함에 따라 정밀한 조향은 필수불가결하게 되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틸러는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됐는데요. 가장 마지막으로 자동차 조향장치로 틸러를 부착한 회사는 미국의 램블러(Rambler)사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1904년 램블러사 또한 마침내 모든 모델에 틸러 대신 스티어링 휠을 부착하면서 틸러는 모습을 감췄어요. 스티어링 휠이 처음 공개되고 난 후 약 10년 만에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게 된 셈이네요.

초창기 스티어링 휠은 매우 간단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나무로 된 원형의 스티어링 휠이 자동차 바퀴와 직결된 형태였거든요. 따라서 조향 시 육중한 자동차의 무게를 오로지 운전자의 손으로만 감당하여야 했죠. 특히 차량이 정지된 상태나 저속에서 자동차를 조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어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된 것이 바로 ‘파워스티어링(Power Steering)’이에요.

 이는 말 그대로 조향 시 운전자에게 힘을 보조하여 좀 더 쉽게 자동차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놀랍게도 파워스티어링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초기부터 계속되어 왔는데요. 오늘날 파워스티어링 개념에 가까운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프랜시스 데이비스(Francis W. Davis)로 1920년대 당시 미국의 피어스 애로우(Pierce-Arrow)사의 상용차 부문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였어요.

그는 1926년 파워스티어링 기술을 개발하고나서 GM과 계약을 맺고 기술 상용화를 앞두고 있었는데요. 대량생산 차종에 기술을 도입하기에 가격이 매우 비쌌고 이윽고 찾아온 경제대공황까지 맞물려 결국 계약은 파기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데이비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어요. 이윽고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으며 계속해서 상용화를 위해 노력했어요. 결국 그가 발명한 기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거운 군용트럭 등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되어 일부 군용 차량에 시범적으로 도입하면서 조금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세계 최초로 파워스티어링 기술을 도입한 완성차 업체는 크라이슬러예요. 1951년식 임페리얼(Imperial)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는데요.

 당시 크라이슬러는 이 기술을 ‘하이드라가이드(Hydraguide)’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어요. 이는 유압(Hydraulic)과 가이드(Guide)의 합성어인데요. 한마디로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이라는 뜻이에요. 사실 이 기술은 앞서 언급한 데이비스의 기술특허가 만료되자 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를 그대로 지켜본 GM 또한 데이비스와 함께 협력하여 자사의 차량에 마침내 파워스티어링 기술을 도입했어요. 무려 25여 년의 노력 끝에 데이비스의 꿈이 실현된 것이죠.

파워스티어링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용이한 차량 조향을 위해 거대했던 스티어링 휠 크기는 점차 작아지기 시작했어요. 적은 힘을 들이고서도 차량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다만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의 경우 차체에 여러 가지 부품이 장착되고 작동 시 엔진의 힘을 일부 사용한다는 점에서 연비가 다소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어요.

 따라서 90년대까지만 해도 가볍고 작은 차량이나 스포츠카의 경우에는 아예 없거나 옵션으로만 제공되기도 하였는데요.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유압식이 아닌 전기 모터를 사용하여 구조도 간단하고 무게도 가벼운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이제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파워스티어링이 기본으로 장착되고 있어요.


자동차가 바뀌면
스티어링 휠도 바뀐다 🔥

앞서 말했듯 파워스티어링 기술이 도입되면서 스티어링 휠의 크기도 줄어들었어요. 초창기 자동차의 평균 지름은 약 430mm 정도였으나 오늘날의 자동차는 345mm에서 380mm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요. 거의 약 100mm가 줄어든 셈이죠.

 그런데 여기에서도 차량 용도별로 그 크기가 상이해요. 일반적인 승용차의 크기를 평균으로 생각할 때 트럭이나 버스과 같은 대형차는 상대적으로 스티어링 휠의 크기가 커지는데요. 지름이 큰 만큼 같은 힘을 들여 휠을 돌려도 적게 움직이므로 육중한 차체가 갑작스레 움직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따라서 장거리도 편하게 주행할 수 있죠. 반면에 스포츠카, 더 나아가서 경주용차의 경우 고속 주행 시 작은 조작만으로도 쉽게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작은 크기의 스티어링 휠이 장착되고 있어요.

크기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휠의 모양이 변경되기도 했어요. 

경주용차를 보면 위아래 부분이 썰려 나간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때, 스티어링 휠의 위치를 더 낮춰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고 조향 시 허벅지에 닿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와 비슷한 느낌의 스티어링 휠은 일부 양산차에 적용됐어요. 바로 아래 쪽이 평평한 이른바 ‘D컷 스티어링 휠’이 바로 대표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스포티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성이 강조된 모델에서 쉽게 확인 가능해요.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기아 EV6 GT 등 고성능 모델은 물론 쌍용 티볼리 등 SUV 등에서도 접할 수 있으며, 해외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아우디의 고성능 모델에서 자주 보이고 있어요.

😮 스티어링 휠의 변신은...
유죄?!

한편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티어링 휠에는 각종 기능들이 대거 탑재되고 있어요. 최초의 스티어링 휠은 나무로 제작되었으나, 사고 시 나무 조각의 위험성으로 인하여 플라스틱으로 변경되었죠. 거기에 다른 운전자들에게 경적으로 위험성을 알리는 클락션, 차량 사고 시 운전자를 충격에서 방지하는 에어백 등 안전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탑재되었어요.

 이후에는 안전을 넘어서 스티어링 휠에는 각종 편의장비들이 탑재되고 있어요. 크루즈 컨트롤, 핸즈프리 통화, 오디오 볼륨 조절버튼, 드라이브 모드 변경은 물론 스티어링 휠에 열선까지 탑재하는 등 여러 가지 기능이 집약되어 있죠.

하지만 과도한 기술을 탑재하다가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은 사례도 있었어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폭스바겐을 들 수 있죠. 최근 폭스바겐은 스티어링 휠 내 편의 장치를 버튼식이 아닌 터치식으로 바꿔 스티어링 휠로 하여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어요.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기능적으로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에 폭스바겐은 피드백을 수렴하여 다시 편의 장치 조작을 버튼식 변경한다고 해요.

 그 외에도 테슬라의 경우에는 D컷 스타일을 넘어 위 아래가 잘라진 요크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을 일부 차종에 적용하기도 했는데요. 경주용 자동차처럼 적은 움직임으로 빠른 조향이 필요한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많고 저속 주행, 큰 회전은 물론 카운터 스티어링 시의 문제 등이 제기되는 등의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스티어링 휠의 목적은 ‘조향’인 만큼, 무조건적인 변신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겠죠.


📌 오늘의 세 줄 요약!

☝ 본래 스티어링 휠(핸들)은 둥근 형태가 아닌, 막대기 모양이었어요.
✌️ 또, 파워스티어링 휠이 적용되기 전에는 직접 힘을 전달해서 방향을 바꾸었죠.
👌 스티어링 휠에 과도한 옵션을 넣거나 갑작스레 변하는 건 지양해야 할 부분이에요.

지금까지 스티어링 휠의 변천사에 대하여 알아봤는데요. 앞서 살펴봤듯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스티어링 휠은 계속해서 변화해 왔어요. 20세기 초창기 자동차 조향장치로 장착된 틸러가 스티어링 휠로 대체된 것과 같이 언젠가 완전한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한다면 스티어링 휠이 사라지거나 혹은 다른 지금과는 매우 다른 형태로 변화 혹은 대체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 시점에 우리가 타게 될 자동차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미지 출처 - Motor1, Google, 제조사 홈페이지.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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