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냐 플라스틱 빨대냐"…식음료업계의 딜레마

김지우 2024. 10.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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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카프리썬' 빨대 플라스틱으로 재교체
친환경 패키지, 생산비용 더 들거나 비슷
/사진=아이클릭아트

식음료 업체들이 친환경 제품 생산 정책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빨대에서 종이빨대를 적용했다가 소비자 불만과 판매량이 감소하는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친환경 제품 생산으로 브랜드 이미지 향상이나 판매량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도 보고 있어서다. 

소비자 불만 무시할 수 없어

농심은 최근 음료 브랜드 ‘카프리썬’에 제공되는 빨대 소재를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종이빨대를 적용한 이후 약 20개월 만이다. 카프리썬 종이빨대가 포장재를 잘 뚫지 못해 불편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아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농심도 종이빨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7월 종이빨대 절단면 각도를 조정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표면 처리로 빨대 강도를 보완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종이빨대 특유의 냄새와 감촉,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해지는 현상 등에 대해 지속적인 클레임을 제기했다.

소비자들의 이런 불만은 결국 카프리썬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매년 900만 박스를 유지하던 농심 카프리썬 판매량은 2023년 전년 대비 13%, 올해 3분기까지는 16% 감소했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변경은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만 농심은 플라스틱 저감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변화와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플라스틱 빨대를 적용한 카프리썬 /사진=농심

동서식품의 경우 2021년 10월 마트·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스타벅스 컵 커피' 제품 중 40% 물량에만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했다. 종이빨대를 부착한 제품 비중은 3년째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종이빨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소비자들도 있지만 (종이빨대 적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있어서 종이빨대를 없애지도 못하고 확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종이빨대의 이물감 등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의 입장에선 환경과 소비자 의견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늘 딜레마다. 게다가 종이빨대의 경우 플라스틱 빨대보다 원가가 더 높다. 더 많은 생산비용을 들였지만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면 오히려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아예 빨대를 없앤 경우도 있다. 매일유업은 2020년 '엔요100'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했다. 2021년엔 플라스틱 빨대를 제거한 멸균우유 '매일우유 빨대뺐소'를 선보였다. 지난달엔 플라스틱 캡(뚜껑)과 빨대를 제거하고 컴포리드(흘림방지 이중리드) 뚜껑을 적용한 컵 커피 '마이카페라떼 그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개당 3.2g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량화 본격화

최근 국내 생수 시장엔 라벨을 제거한 생수병이 확대되는 추세다. 무라벨 생수병은 페트병에 붙이던 라벨을 제거해 분리배출이 간편하고, 재활용률이 높아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방안이다. 여기에 최근엔 해외에서만 볼 수 있던 질소 충전 용기가 등장했다.

가장 먼저 도전한 곳은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질소 충전 기술을 적용한 생수 '초경량 아이시스'를 출시했다. 환경부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생수에 액체 질소를 충전했다. 제품 내부에 액체 질소를 충전해 액체 질소가 기체로 바뀌며 내부 압력이 형성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500㎖ 페트병 중량은 11.6g에서 9.4g으로 18.9% 가벼워졌다. 그만큼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어든다. 

롯데칠성음료는 초경량 아이시스의 용기 두께가 기존 용기보다 훨씬 얇은 만큼 개봉시 질소가 빠지면서 용기가 흐물거리거나 물넘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초경량 아이시스엔 중간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간 원형 페트병을 적용했다.

초경량 아이시스 제품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초경량 아이시스 제품 500㎖를 먼저 선보인 후 점차 다양한 용량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초경량 패키지 도입으로 연간 127톤의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생수 제조업체들은 무라벨 제품으로 환경 챙기기에 나섰다. 무라벨 용기를 통해 라벨 포장재를 절감할 뿐 아니라 생수 판매량까지 늘었다.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제주삼다수는 지난해 무라벨 제품 매출 14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제주삼다수 매출에서 무라벨 제품 매출의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롯데칠성음료는 2020년 아이시스 ECO 무라벨 생수를 출시한 후 2021년에만 약 2억9000만개를 판매했다. 이를 통해 약 129톤의 라벨 포장재와 182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라벨 제품이라고 해서 생산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아니"라며 "라벨 프린트 등의 비용은 줄겠지만 음각을 새기거나 병뚜껑에 QR코드 등을 넣으면서 새로운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생각하는 이유 

환경부는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받은 페트병 포장재를 제조하거나 수입한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50% 환급해주고 있다. EPR이란 포장재와 제품의 제조업자나 수입업자, 유통판매업자에게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금액을 부과하는 제도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들이 환경을 위한 용기 변화를 고려하는 이유도 생산 비용 절감 효과와 더불어 환경 보호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친환경 용기는 도입 초기엔 그에 따른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경영은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를 넘어 소비자의 신뢰와 브랜드 가치에 직결된다"며 "EPR을 도입한 것처럼 향후 더 강력한 환경 보호 관련 규제들이 시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친환경 용기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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