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한계 속 ‘미래형 리모델링 2.0’ 모색”… 탄소중립과 대수선 대안 부상
포스코이앤씨, 목구조 활용 하중 절감·AI 설계
삼성·현대, 거주 연속성·주거 품질 강화 리모델링 소개

재건축 규제와 공사비 상승으로 정비사업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가 기존 리모델링의 한계를 뛰어넘는 ‘리모델링 2.0’ 전략을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리모델링학회)와 대한건축학회는 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방배동 대한건축학회 건축센터 지하 1층에서 ‘근본이즘, 리모델링 2.0 지속 가능한 주거 미래와 진정성 찾기’라는 주제로 리모델링 미래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학계·건설사·정책 관계자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1부 발표 세션에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리모델링 담당자들이 참여해 각사의 최신 기술과 사업 모델을 소개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임종진 포스코이앤씨 건축연구그룹 과장은 ‘경량화 목구조 기반 아파트 수직증축 시스템’을 설명했다. 임종진 과장은 “수직 증축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말뚝 기초에 추가 하중이 집중된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며 “상부 구조의 하중을 줄이는 것이 핵심 해법”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은 콘크리트 슬래브 대신 목재 판재를 서로 교차해 붙인 고강도 경량 신소재인 ‘CLT’ 바닥 시스템을 적용한 개념 설계를 적용하면 수직 증축부 하중을 기존 대비 약 60%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구조는 탄소를 저장하는 자재로 친환경성이 뛰어나고 공장 제작을 통한 시공 기간 단축도 가능하다”며 “향후 제도 개선과 기술 고도화가 병행되면 수직 증축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증축을 배제한 차세대 대수선형 리모델링 모델인 ‘넥스트 리모델링’을 제시했다. 송형민 삼성물산 건설부문 리모델링팀 프로는 “2000년대 이후 준공된 3세대 아파트는 구조적으로 증축형 리모델링의 효용이 크지 않다”며 “골조를 유지한 채 공간·서비스·기술을 전면 재구성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의 넥스트 리모델링은 ▲공간 재해석을 통한 평면 개선 ▲맞춤형 하이엔드 인테리어 ▲인공지능(AI)·플랫폼 기반 주거 서비스 ▲외단열 에너지 절감 시스템 등을 핵심 사업으로 두고 있다.
송 프로는 “토목·해체·증축 공사를 생략해 확보한 비용을 상품 고도화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며 “사업 기간도 기존 재건축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리모델링 단지의 상품성을 극대화해 신축 아파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단순한 내외장재 교체를 넘어 삼성물산의 최첨단 AI 기반 스마트 홈 기술을 기존 건물에 적용할 방침이다. 기존 골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입면 디자인과 평면 구성을 통해 리모델링 단지에도 래미안 브랜드를 적용해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주 없는 리모델링’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인 ‘더 뉴 하우스’(The New House)를 소개했다. 이형덕 현대건설 대수선·리모델링 팀장은 “더 뉴 하우스는 입주민의 이주 없이 단지 전반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재건축과 증축형 리모델링의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라며 “외관·조경 개선, 커뮤니티 공간 확장, 유휴 부지 재배치 등을 통해 단지 가치를 높이면서도 입주민의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형덕 팀장은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주차 로봇 도입 등을 통해 주차 공간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이 팀장은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나 증축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낮은 경우에도 적용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며 “입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사와 분담금을 줄이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부 전문가 토론회는 김선숙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오윤택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 사무관, 오준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박주생 국립산림과학원 목재산업연구과장, 박세희 지안건축 대표가 참여했다.
박 대표는 증축 중심 리모델링은 사업성·이주 부담으로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아파트와 지방 노후 단지에는 이주 없이 주거 성능을 개선하는 맞춤형 리모델링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맞춤형 리모델링은 탄소중립·주거복지 측면에서 정책적 당위성도 크다”며 “기존 골조를 활용해 내재탄소를 줄이고 단열·설비 교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탄소중립·ESG 정책과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금융·사업 주체 체계가 정비되지 않으면 맞춤형 리모델링 활성화는 한계가 있다”며 “법 체계가 분산돼 있고, 장기수선충당금만으로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만큼 금융 지원과 전문 PM 조직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우 리모델링학회 회장은 “증축형 리모델링뿐 아니라 맞춤형 대수선, 그린 리모델링 등 다양한 유형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늘 세미나가 제도적 장애를 해소하고 실천적 기술 전략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철 대한건축학회 회장은 “과거에는 리모델링을 단순히 인테리어 공사 정도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재건축보다 공기가 짧고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며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 40%를 넘어선 시점에서 리모델링은 주거 문화를 개선하고 건설 경기를 활성화할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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