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웃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골닷컴 글로벌 에디션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LAFC의 MLS 무득점 흐름을 직접 말했다. 시작은 분명 달랐다. 2025년 후반기 LAFC 유니폼을 입고 13경기 12골을 넣었다. 미국 무대에서도 손흥민은 바로 통했다.
올해는 다르다. 북중미 챔피언스컵에서는 2골을 넣었다. 모든 대회 도움도 16개까지 쌓았다. 그런데 MLS 리그 골이 없다. 공격포인트가 없는 선수는 아니다. 다만 손흥민에게 가장 익숙한 장면, 골문 앞 마지막 한 방이 멈춰 있다.
손흥민은 “컨디션은 좋다. 아주 좋다. 골이 좀 없긴 하지만, 월드컵에서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농담처럼 들렸다. 손흥민도 웃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말에서 방향을 틀었다.
“감독님 탓이 아니에요. 제가 좀 운이 없었던 것 같아요. 골키퍼가 좋은 선방을 했다거나. 제 문제입니다. 누구를 탓할 수 있겠어요?”
요즘 LAFC를 보면 핑계 댈 이유는 많다. 팀은 서부 콘퍼런스에서 밀리고 있다.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 체제도 아직 매끄럽지 않다. 드니 부앙가와의 조합도 지난해만큼 날카롭지 않다. 부앙가는 더 낮은 곳으로 내려오고, 손흥민은 최전방에 서는 시간이 늘었다. 공을 받는 위치가 바뀌니 슈팅 장면도 줄었다. LAFC 공격의 속도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손흥민은 그쪽으로 가지 않았다. 전술 탓, 감독 탓, 동료 탓으로 말을 돌리지 않았다. 골을 넣지 못한 선수는 자신이라는 쪽에 먼저 섰다.
이 대목이 손흥민답다. 멋진 말을 해서가 아니다. 지금 팀에서 누가 제일 큰 이름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는 박수를 받을 때만 앞에 서는 자리가 아니다. 팀이 흔들릴 때도 맨 앞에 서야 한다. 손흥민은 그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손흥민의 무득점을 개인 부진 하나로만 묶기도 어렵다. 숫자를 보면 더 복잡하다. 리그 골은 없지만 도움은 쌓였다. 손흥민은 마무리보다 연결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 공간을 만들고, 동료를 보고, 마지막 패스 전 단계까지 내려온다. 문제는 LAFC가 손흥민을 가장 무서운 곳에서 얼마나 자주 쓰고 있느냐다.
손흥민은 박스 밖에서도 좋은 선수다. 패스도 되고, 시야도 넓고, 수비를 끌고 다닐 줄도 안다. 하지만 손흥민이 진짜 무서운 순간은 따로 있다. 수비 뒷공간이 열리고, 공이 발 앞으로 들어오고, 골키퍼와 마주 보는 장면이다. 토트넘 시절 손흥민을 세계적인 공격수로 만든 장면도 대부분 거기서 나왔다.
지금 LAFC는 그 장면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이 못 뛰어서만은 아니다. 팀 전체 공격 길이 꼬였다. 부앙가의 위치가 내려가고, 손흥민이 중앙에 묶이고, 공은 늦게 돈다. 손흥민이 마무리할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수비가 자리 잡는 장면이 반복된다.
그래도 마지막 책임은 손흥민에게 돌아온다. 그게 공격수의 자리다. 전술이 완벽하지 않아도 한 번은 넣어야 한다. 흐름이 좋지 않아도 한 번은 끝내야 한다. 손흥민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내 문제”라고 했다.
손흥민이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그는 골을 우연히 많이 넣은 선수가 아니다. 클럽 전 대회 200골 이상, 국가대표 54골,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이 숫자는 한 시즌 반짝으로 만들 수 없다. 골 감각이 잠깐 무뎌질 수는 있어도, 골 넣는 법까지 잊은 선수는 아니다.
손흥민은 “걱정 안 한다. 과거에 그렇게 많은 골을 넣었는데, 그게 없어지진 않는다. 실력은 영원히 거기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허세가 아니다. 손흥민은 이미 비슷한 시간을 지나왔다. 2017-18 시즌 막판에도 11경기 동안 골을 넣지 못했다. 3월부터 월드컵 직전까지 침묵했다. 그런데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3경기 2골을 넣었다. 멕시코전에서 골을 넣었고, 독일전에서도 골망을 흔들었다. 골이 잠시 멈췄다고 큰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었다.
손흥민이 월드컵을 말할 때 여유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처음 겪는 침묵 앞에 선 선수가 아니다. 골이 안 들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답답한지 알고, 그 시간이 끝났을 때 어떤 장면이 오는지도 안다.

지금 문제는 시간이다.
손흥민은 네 번째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2014년 브라질에서는 가능성이었고, 2018년 러시아에서는 독일전 골로 한국 축구의 기억을 만들었다. 2022년 카타르에서는 마스크를 쓰고도 포르투갈전 역전골의 출발점이 됐다. 2026년 북중미에서는 다르다. 이제 그는 기대주가 아니라 대표팀 주장이다.
한국도 예전과 다르다. 김민재가 있고, 이강인이 있고, 황인범이 있다. 옌스 카스트롭이라는 새 얼굴도 들어왔다. 손흥민 혼자 모든 짐을 지는 팀은 아니다. 손흥민도 “압박을 동료들과 나눈다”고 했다.
그래도 큰 경기의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손흥민을 향한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한 걸음 더 가려면 결국 골이 필요하다. 열심히 뛰는 축구, 서로 돕는 축구만으로는 부족하다. 월드컵은 한 번의 슈팅으로 방향이 바뀌는 무대다. 그 한 번을 가장 오래 책임져온 선수가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월드컵은 몇 번을 나가든 어린아이의 꿈같은 무대”라고 했다. “네 번째 월드컵이지만 첫 번째 월드컵처럼 느껴진다”고도했다.

말은 설렜지만, 그 안에는 무게도 있다. 네 번째 월드컵은 낭만만으로 뛰는 무대가 아니다. 골문 앞에서 끝낼 힘이 남아 있는지, 주장으로 팀을 더 끌고 갈 수 있는지 확인받는 자리다.
대표팀 이야기도 단순한 낙관은 아니었다. 손흥민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고,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신 “매 경기 우리 스타일의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싸우고, 적극적으로 뛰고, 서로 돕는 축구. 손흥민이 말한 한국 축구의 방향이다.
그 말은 근사하지만, 결국 골이 붙어야 힘을 얻는다. MLS에서 멈춘 골이 월드컵 무대에서 저절로 돌아온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LAFC의 남은 시간이 더 중요하다. 손흥민은 대표팀에 오기 전, 클럽에서 먼저 답을 찾아야 한다. 슈팅 장면을 늘려야 하고, 박스 안 움직임을 되살려야 하고, 부앙가와의 거리도 다시 맞춰야 한다.

인터뷰 마지막에 손흥민은 다시 웃었다.
“월드컵을 위해 아껴두고 있어요.”
농담으로 끝낸 말이다. 그래도 손흥민의 농담은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그는 골이 멈춘 시간을 지나 본 선수다. 월드컵에서 다시 터지는 장면도 만들어본 선수다.
손흥민은 책임을 말했다. 다음 답은 말이 아니라 골이어야 한다.
출처 :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영상= 쿠팡플레이 스포츠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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