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안동역 약속이 불러낸 ‘다시 만난 다큐 3일’···“시청자들 부름에 용기 얻었다”
‘안동역 10년 특별편’ 이후 제작진 뭉쳐
이지운 CP “기쁘다, 마음의 빚 갚는 기분”
6일 복귀 첫방송 ‘서울 273 버스’ 다시 기록

“안동역에서 촉발된 부름은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프로그램을 불러주는 반응이었어요. 아직 <다큐 3일>을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구나.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직도 원하는구나, 작은 확신을 얻게 됐죠. 제작진들이 용기를 냈고, 그때부터 <다큐 3일>을 다시 시작해보자는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KBS의 <다큐멘터리 3일>(<다큐 3일>)이 오는 6일 4년 만에 돌아온다. ‘안동역에서 10년 뒤 만나자’던 <다큐 3일> VJ(비디오 저널리스트)와 대학생들의 약속이 온라인에서 회자하며 지난해 8월 특별판 방송이 만들어졌던 일이 끝내 본편 부활로 이어졌다.
이지운 <다큐 3일> 책임 프로듀서(CP)는 지난달 26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프로그램을 복원하는 것에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쁘다. 마음의 빚을 갚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큐 3일> 담당 프로듀서로 4년 전 방송 중단 과정의 실무를 맡았던 그는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됐다.

2007년부터 2022년. 15년간 안방극장을 지킨 <다큐 3일>은 특정한 공간에서 72시간 동안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만드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아 즉흥적으로 섭외하는 일이 많은 만큼, 일상적이면서도 의외로 감동적인 장면을 켜켜이 보여주던 프로그램이 사라진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편성 종료가 결정된 2022년, 시민 1072명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을 찾아 “폐지를 재고해달라”는 청원에 동의했다. 당시 KBS 측은 ‘폐지가 아니라 편성 종료’라는 표현을 고수했으나, 사실상 폐지 결정에 가까웠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웠던 것뿐 아니라 초상권에 대한 시민 인식이 높아지면서, 일반인을 불특정하게 만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제약이 늘어나는 것도 중단의 한 이유였다.
이른바 ‘안동역 약속’이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 방영된 ‘내일로 기차여행 72시간’편에서 카메라 뒤 한 VJ는 경북 안동역에서 만난 두 대학생과 즉흥 약속을 한다. 정확히 10년 뒤인 ‘2025년 8월15일 오전 7시 48분’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2025년 8월이 다가오며 누리꾼들은 이 낭만적인 약속이 이뤄질지를 궁금해했다. 프로그램이 중단된 지 3년이 넘었건만, 계속되는 호명에 KBS는 약속의 주인공인 이지원 VJ를 비롯한 옛 스태프들과 함께 특별판 ‘어바웃 타임-10년 전으로의 여행’을 만들어 방영했다.

이 CP는 안동역 약속에 열광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정말 <다큐 3일>에 대한 요구가 맞는가’라는 고민도 깊었다고 한다. 그는 “<다큐 3일>이 아닌 ‘한때 진솔했었던, 왜인지 재고 살지 않던 것 같은 10년 전 우리들’에 대한 그리움이 모인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고 했다.
불확실하더라도 방송재개를 결정한 건 “<다큐 3일>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가장 내밀하고 진솔한 시대상을 보여주는 아카이브라는 자부심”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다큐 3일>의 원칙은 시간순의 구성을 지킨다는 것이다. 이 CP는 “다른 프로그램은 자극적인 구성을 위해 어제와 오늘을 바꿔 편집하기도 하는데, 이 프로그램만큼은 시간적·공간적 왜곡이 없는 게 원칙이다. 재미가 없으면 분량을 줄이더라도 순서를 바꾸지 않는다. 우리 이웃의 가장 진솔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건 그래서다”라고 말했다.


4년 만에 돌아오는 6일 방송은 1회 같은 717회다. 14년 전 <다큐 3일>이 좇은 적 있던 서울 ‘273번 버스’의 3일을 다시 한번 기록한다. 서울의 대학가를 가로지르는 이 버스에는 하루 평균 3만 명이 타고 내린다. 특별판 ‘어바웃 타임’의 이지원 VJ도 <다큐 3일> 팀에 합류해 첫 촬영을 마쳤다. 그는 2007년 3회 방송부터 프로그램이 중단되기까지 꾸준히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베테랑이다.
이 VJ는 <다큐 3일>을 촬영하는 날에는 시민들에게 “어디 가세요?”라는 질문으로 첫인사를 하는 편이란다. 이 VJ는 지난 3일 통화에서 “오랜만의 촬영 날 ‘어디 가세요?’하고 물을 때 기분 좋은 떨림을 느꼈다”고 했다. ‘옛날만큼의 호응이 있을까’하는 걱정은 잠시였다. <다큐 3일>을 반가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기록자로서 <다큐 3일>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VJ는 막힘없이 말했다.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을 만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런데 ‘당신의 낭만을 들려달라’며 말을 걸어보면 다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에요. 본인은 그걸 모르지만요. 각자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작업이라서 <다큐 3일>을 좋아합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300800001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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