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니컬 히스토리] 파마리서치, 항암 1상으로 '리쥬란 이후' 신호탄

/사진 제공=파마리서치,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리쥬란을 기반으로 외형과 수익성을 키워온 파마리서치가 항암 신약 'PRD-101'의 임상1상에 처음 진입했다. 의료기기 중심 사업구조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추가하려는 시도가 구체화됐다는 데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이번 임상은 파마리서치가 리쥬란 이후의 성장 축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로 평가된다.

1상 진입 의미, 캐시카우 다각화 신호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이승준 기자

18일 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PRD-101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1상 시험계획(IND) 및 개시 승인을 받았다. 이번 임상1상 시험은 미국 내 최대 7개 의료기관에서 약 90명의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임상에서는 PRD-101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적특성 등을 중심으로 단계적 검증이 이뤄질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파마리서치가 파이프라인 범위를 신약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공식화한 사례로 해석한다. 회사의 연구개발(R&D)이 그동안 의료기기와 재생 관련 물질을 중심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보고서 내 R&D 진행 현황 목록에서 의약품에 속하는 후보물질은 IRC_D101(PRD-101)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바이오 부문에 속하는 IRC_D105과 IRC_M301, 의료기기 부문에 속하는 IRC_M126, IRC_M119, IRC_M116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번 임상은 그동안 회사가 주력해온 뉴클레오티드 R&D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폴리뉴클레오티드(PN) 기반의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을 제조하고 해당 사업을 확장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PRD-101 또한 뉴클레오티드를 항암 제형에 최초로 적용한 나노 항암제다. 뉴클레오티드 기반 약물의 탑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자체 플랫폼 DOT(DNA Optimizing Technology)으로 약물의 체내 체류시간을 증가시켰다.

PRD-101 개발에 참여한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이번 미국 임상1상 승인으로 차세대 나노 항암제의 안전성과 가능성을 검증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단계적 임상 진행을 통해 PRD-101의 특성을 확인하고,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더 확장된 '항암 치료 분야'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쥬란 의존 구조 변동 발생, 다각화 불가피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이승준 기자

PRD-101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중심 수익구조'가 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5357억원, 영업이익 2143억원, 당기순이익 1706억원으로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키웠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에프엔가이드는 컨센서스로 매출 5475억원, 영업이익 2281억원, 당기순이익 1813억원을 제시했다. 의료기기 매출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 리쥬란의 매출이 4분기에 부진하자 성장의 지속성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실제로 2025년 파마리서치 매출에서 의료기기 부문은 3144억원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국내 의료기기 매출은 1분기 483억원에서 2분기 607억원까지 확대됐지만, 3분기 572억원으로 다시 주춤했고 4분기에도 소폭 축소된 597억원을 기록했다. 의료관광 수요와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수 성장 속도가 둔화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장은 파마리서치 사업구조의 특징이 새로운 성장 축 모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리쥬란을 중심으로 한 에스테틱 사업은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경쟁 심화와 분기 변동성은 부담요인으로 지목된다. 증권가는 파마리서치의 2025년 4분기 판매관리비가 직전분기 대비 100억원 증가했다고 추산한다. 이는 항암 파이프라인을 포함한 R&D비 확대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분기 판관비는 직전분기 대비 100억원 증가했다"며 "주요 증가 요인은 R&D비, 인건비성 비용, 지급수수료 증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R&D비는 35억원 증가했으며, 이는 항암 파이프라인 개발과 2028년 일본 허가를 대비한 준비비용, 1월부터 계획된 임상시험이 상반기에 본격 개시되면서 발생한 비용 증가에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리쥬란發 현금흐름, 항암 R&D 전환 가능성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이승준 기자

시장은 이제 파마리서치가 리쥬란을 통해 창출한 현금을 항암 R&D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증권가에서는 리쥬란을 중심으로 한 의료기기 사업이 2026년에도 고성장 스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국내 매출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소폭 하향될 수 있지만, 유럽 등으로 확장하면서 수출 부문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의료기기 전체 매출 기준으로는 고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는 외형성장 과정에서 부채가 늘었지만 자기자본의 증가 속도가 빨랐다는 점에서 재무 안정성은 유지된 것으로 평가한다. 회사는 자본총계를 2021년 3238억원에서 2025년 7307억원으로 불리며 재무구조를 크게 확대했다. 2025년 말 부채총계는 3159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3.2%에 그쳤다. 이는 부채비율이 50.2%였던 2024년에 비해 7%p 개선된 수준이다.

현금창출력 역시 항암 임상 초기 단계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지난 5년간 영업이익을 2021년 525억원에서 2025년 2143억원까지, 당기순이익을 468억원에서 1706억원으로 늘렸다. 2025년 4분기 들어 일시적으로 주춤했지만, 의료기기와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사업에서 현금 유입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현금흐름은 단기 임상 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기반으로 꼽힌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의료기기 부문에서 국내 매출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소폭 하향될 가능성이 있으나, 유럽 등으로 확장되면서 수출 부문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전체 의료기기 매출 고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유럽 등으로 리쥬란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올해 30%대 성장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의료기기 전체적으로는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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