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 뛰지만 … 쿠팡 '곰곰두부' 값은 30% '뚝'

노현 기자(ocarina@mk.co.kr) 2023. 3.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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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김·즉석밥·냉동만두 등
대기업 제품가격 10% 오를 때
쿠팡 PB제품값 1년 새 1%↓
물류투자로 유통비용 낮추고
대규모 발주로 '규모의 경제'
서민 물가 폭등 억제 역할

쿠팡 자체 브랜드(PB) 제품인 '곰곰 국산콩 부침두부(170g)'의 가격은 지난해 2월 1950원에서 올해 2월 1350원으로 1년 새 30.8% 낮아졌다. 고물가 시대, 이례적으로 가격이 역주행한 것이다. 같은 기간 CJ제일제당 '행복한콩 천일염·국산콩두부 부침용 두부(300g)'의 수도권 유통업체 평균 판매 가격은 2884원에서 3218원으로 11.5% 올랐다. 통계청 품목별 소비자물가 조사에 따르면 같은 기간 두부 가격은 11.3%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곰곰 국산콩 부침두부(170g) 제조사 '맑은물에'는 '나홀로 가격 역주행'의 비결에 대해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수입산 대두 가격이 50% 가까이 치솟자 원재료를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이 덜했던 국산 콩으로 바꿨다"며 "쿠팡 측에서 발주량을 크게 늘리며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PB 상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쿠팡의 생활필수품 PB 상품들의 평균 가격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와 자동화 물류 기술 도입을 통한 유통 비용 축소, 대규모 직매입·대용량 묶음 상품 판매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 등을 통해 PB 제품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생활물가 급등을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매일경제가 소비자 물가정보서비스가 매달 가격 변동 추이를 조사해 발표하는 생활필수품 39개 품목 중에 쿠팡이 PB 브랜드로 판매하는 18개 품목을 선별해 지난해 2월과 올해 2월 사이의 가격 변화를 비교한 결과 대기업 제조사의 18개 품목 40개 베스트셀러의 판매 가격은 평균 9.5% 오른 반면 쿠팡 PB 상품 가격은 평균 1.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물가정보서비스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운용하는 사이트로, 서울시 25개구의 300개 유통업체와 경기도 10개 지역의 120개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생활필수품에 대한 가격 조사를 실시해 매달 발표한다. 통상 시장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제조사 제품을 조사 대상으로 한다.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쿠팡 PB와 중복되는 18개 품목의 대기업 제품들 가운데에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것이 많았다. 동원F&B의 '양반 좋은 원초에 그윽하고 향긋한 들기름김&올리브김(5g 9봉)' 평균 판매 가격은 3589원에서 3990원으로 11.1% 올랐고 오뚜기의 '맛있는 오뚜기밥'은 1314원(210g 환산가격)에서 1489원으로 13.3% 올랐다. 광동제약의 '제주 삼다수(2ℓ)'는 1071원에서 1194원으로 11.4% 올랐으며 남양유업 '맛있는 우유 GT(1ℓ)'는 2924원에서 3234원으로 10.6% 상승했다.

반면 쿠팡 PB 제품들은 가격이 내린 경우가 더 많았다. 쿠팡 가격변동 앱 '역대가'에 따르면 쿠팡 PB 제품의 경우 30% 넘게 가격이 하락한 두부를 비롯해 우유(-12%), 김(-12.8%), 냉동만두(-11.8%), 즉석밥(-13.8%), 생수(-3.5%) 등 9개 제품 가격이 내렸고, 된장과 오렌지주스의 경우 1년 전 가격 수준을 유지했다. 달걀, 세탁세제 등 6개 품목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이로 인해 쿠팡 PB 제품들과 대기업 제조사 제품들의 가격 격차는 지난 1년간 크게 확대됐다. 재래식 된장의 경우 CJ제일제당의 '해찬들 구수하고 담백한 재래식 된장(1㎏)' 가격은 6697원에서 8283원으로 23.6% 올랐지만 쿠팡 PB 제품인 '곰곰 고소한 된장(1㎏x2개)' 가격은 6880원에서 6990원으로 10원(0.1%) 오르는 데 그쳤다. 쿠팡 PB 제품의 ㎏당 가격은 3495원으로, CJ제일제당 제품 가격의 42%에 불과하다.

쿠팡 주요 PB 제품들의 가격 안정성은 통계청 품목별 소비자물가 조사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비교 대상 18개 품목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은 10.8%였다. 즉석밥을 포함한 즉석식품(8.9%), 냉동만두 등 냉동식품(8.5%), 우유(8.9%) 등 화장지를 제외한 모든 품목의 상승률이 쿠팡 PB 상품 대비 높았다. 화장지의 경우에도 지난 1년간 상승률은 26.1%로 높았지만, 가격은 30롤 기준 1만3990원으로 유한킴벌리·깨끗한나라 등 주요 제조사 대비 절반 이하였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PB 가격 혁신이 가능한 이유로 전국 30개 지역 100여 곳의 물류센터 등 대규모 물류망 투자를 통한 유통 비용 축소와 AI(인공지능) 등 자동화 물류 기술 도입, 대용량 묶음 상품 판매 확대를 위한 대규모 직매입 등을 꼽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무게가 무거운 생수 12개 묶음과 24개 묶음 등을 로켓배송으로 배송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쿠팡이 배송과 마케팅, 물류비, 고객 응대(CS) 등을 전담하고 중소기업은 제품 개발과 생산에만 집중하는 상생 전략도 쿠팡의 PB 전략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쿠팡에서 PB 제품을 만드는 업체 10곳 중 9곳은 중소 제조사로, 이들의 매출은 2019~2021년 3년간 500% 늘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대용량·최저가를 내세운 쿠팡의 PB 전략이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며 "중소 제조사 입장에서는 쿠팡과의 계약은 영업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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