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어 먹는 비빔밥이 내 정체성"...'백수저' 셰프 에드워드 리가 한국 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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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100명의 요리사가 보여준 '인간극장'이었다.
백종원은 '흑백요리사'에서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 셰프가 인생 음식 미션에 선보인 '참치 비빔밥'을 보고 이렇게 심사평을 한 뒤 최고점을 줬다.
에드워드 리는 '흑백요리사'에서도 묵은지를 활용해 샐러드 소스를 만들었다.
현지 요리를 꾸준히 개발해 다시 손님을 끌어모은 그는 '흑백요리사' 제작진으로부터 이메일로 출연 요청을 받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경연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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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미국인? 나는 비빔 인간"
한국의 맛 늘 머릿속에 담고 살아
화제의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100명의 요리사가 보여준 '인간극장'이었다. 배달 노동자 출신 '중식 4대 명장' 여경래부터 15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책임진 '급식 대가' 이미영까지. 그들이 내놓은 음식엔 손맛을 넘어 굴곡진 삶이 배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온라인엔 "먹고살기 위해 바닥부터 시작한 그들의 삶과 정체성, 꿈이 요리에 다 깃들어 있어 눈물 났다" 등의 시청 후기가 줄줄이 올라왔다. 톱8까지 살아남은 김미령('이모카세 1호'·50)은 지긋지긋한 가난을, 한국계 미국인인 에드워드 리(52)는 정체성 혼란을 요리로 승화했다. '결핍의 음식'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게 두 요리사의 공통점. 다음은 흑·백 계급을 넘어 음식으로 '인생의 맛'을 보여준 두 셰프 중 에드워드의 이야기다.
"할머니 레시피는 특별"
"포크로 먹어야 돼? 숟가락으로 먹어야 돼? 얼마나 정체성이 혼돈스러웠을까 이해가 되네."
백종원은 '흑백요리사'에서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 셰프가 인생 음식 미션에 선보인 '참치 비빔밥'을 보고 이렇게 심사평을 한 뒤 최고점을 줬다. 에드워드 리는 밥에 김치 등을 넣어 비벼 주먹밥처럼 만들고 기름에 튀긴 뒤 그 표면을 생참치로 감싸 비빔밥을 완성했다. 그가 내놓은 비빔밥은 칼로 썰어 숟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는 "한국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문화가 내 안에 있다"며 "여러 재료가 섞여 하나의 맛을 내는 비빔밥이 바로 나"라고 말했다.
재미동포 2세인 에드워드 리는 어려서 미국 영화 '미나리' 속 순자(윤여정)의 손자처럼 자랐다. '미국 남부와 한국 요리의 비밀을 드러내다'를 주제로 제작된 그의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보면, 그는 일하느라 바쁜 부모 대신 할머니 손에 컸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해준 음식을 보며 요리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할머니의 레시피는 특별하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통해 가족이 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간장과 고추장 등 한국의 장은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가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된장을 활용한 디저트 등을 만든 배경이다. 에드워드 리는 '흑백요리사'에서도 묵은지를 활용해 샐러드 소스를 만들었다. 그는 최근 미국의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개인전에선) 일부러 한국식 요리만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연결, 항상 찾았다"
미국 유명 요리 경연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2010) 등에서 우승했지만, 에드워드 리가 탄탄대로만 걸은 건 아니다. 2001년 미국 뉴욕 9·11 테러 이후 그는 맨해튼 중심가에서 운영하던 식당 문을 닫았다. 큰 충격을 받아 방황했고, 미국 남부로 터전을 옮겼다. 낯선 곳에서 다시 연 식당엔 6개월 동안 저녁 손님이 하루에 4, 5명밖에 오지 않았다. 현지 요리를 꾸준히 개발해 다시 손님을 끌어모은 그는 '흑백요리사' 제작진으로부터 이메일로 출연 요청을 받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경연에 참여했다. '두 번 다시는 요리 경연쇼에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쇼"라 마음을 돌렸다.
'흑백요리사' 참여는 그에게 '나'를 찾는 여정이었다. 7일 한국을 다시 찾은 그는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미교포로 살며 100%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아웃사이더(이방인)로 살았다"며 "한국과 나를 연결해 줄 무언가를 항상 찾았고, 셰프로서 한국의 맛을 늘 머릿속에 담고 산 내게 이번 기회는 중요했다"고 말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0717420005215)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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