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모델이자 배우 미즈하라 키코는 자연과의 교감과 다이빙을 향한 애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미즈하라 키코(Kiko Mizuhara)는 인터뷰 전날까지만 해도 맹그로브 숲과 맑은 바다, 산호초로 유명한 일본 남서부의 유네스코에 등재된 섬 아마미 오시마에 있었다. 현재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키코는 취미로 다이빙을 시작했다가, 최근에는 최대 30미터까지 다이빙이 가능하다는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고급 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정식 훈련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그는 더욱 다이빙에 몰두하며, 다이브마스터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삼았다. 다이빙 중에 키코는 산호가 산란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는 바다와 더욱 깊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요즘 키코의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 보면 그의 패션 캠페인뿐만 아니라, 그의 여동생 애슐리 유카(Ashley Yuka)와 함께 운영하는 파티 ‘WET’의 스냅샷의 일환으로 바다 민달팽이, 상어, 쏠배감펭과 같은 바다생물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바다가 키코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느와 케이 니노미야(Noir Kei Ninomiya)를 착용한 모습을 선보인 i-D Japan과의 화보 외에도 그는 자신의 패션 브랜드 오피스 키코(Office Kiko)와 프루티 부티(Fruity Booty)의 스쿠버 다이빙에서 영감을 얻은 컬래버레이션 캡슐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그의 라이프 스타일은 최근 몇 년 동안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는 이제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자연 속에서 보내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이번 팬데믹을 통해 시간의 덧없음을 절감한 이후, 그의 일과 개인 생활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향한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그는“만약 내가 오로지 나의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삶이 펼쳐질지 굉장히 기대된다. 예전에는 나 자신을 과소평가했는데, 이제는 나를 믿고 싶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키코와 함께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떻게 처음으로 ’WET’를 기획하게 되었나?
5년 전, 나의 패션 브랜드 'OK'를 론칭하면서 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WET’가 열리는 클럽 ‘RAISE’는 평소 내가 즐기던 클럽과는 결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주로 샴페인을 터트리곤 한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클럽을 찾길 바랐던 주인장은 내게 재미있는 파티를 꾸려달라고 부탁했다. 당시에 나는 많은 젊은이들이 팬데믹과 락다운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마음껏 나가 놀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만큼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도 나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파티를 여는 것이었다. 일상 따윈 모두 잊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모두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곳 말이다. 그날은 월요일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까지 긴 줄과 인파가 이어지곤 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시간은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코로나19 이전에는 늘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어야 했던 만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락다운으로 인해 어린 시절 이후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내가 16살 때 입양했던 늙은 고양이를 돌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야 비로소 내가 가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이를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 이후로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결심이 당신의 커리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는가?
예전에는 모든 것들을 세상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지금은 일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결정하고 있다. 작품을 고를 때는 배급사의 이름을 고려하기보다, ‘과연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작품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영화 제작에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소요되는 만큼, 만약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스케줄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당신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
그렇다. 나는 내게 의미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해나가겠다고 결심했다. 일 외에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만큼, 다이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동차 면허도 땄다. 나는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동시에, 나의 능력의 최대치를 이끌어내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영화에 친밀감 전문 연출가를 활용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일본 영화 산업의 현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연히 고레에다 히로카즈(Hirokazu Kore-eda)와 사이히데 유키코(Yukiko Saihide)를 비롯해, 가네하라 히토미(Hitomi Kanehara)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오디블 프로젝트를 감독하기도 한 니시카와 미와(Miwa Nishikawa)와 같은 감독들이 꾸려가는 영화감독협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가 출연한 넷플릭스(Netflix) 영화에서 나는 친밀감 전문 연출가와 함께 촬영하게 되었는데, 그런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생전 처음 알게 됐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내가 일본 영화 산업을 더욱더 개방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나 또한 이에 동의했다. 내가 그런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뻤다. 배우로서 나는 무슨 말을 하든지 공격받기 일쑤이다. 내 목소리가 큰 것 같아 보여도, 나는 사람들로부터 늘 놀림을 당하곤 했다. 업계 사람들은 그나마 영화감독들의 이야기를 가장 귀 기울여 듣는 편인 것 같다. 감독들이 직접 나선다면, 영화 산업 전반을 변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동안 모델, 디자이너, 배우를 비롯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이 업계에 몸담아왔다. 아무래도 기존 일본 연예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사람들에게 배우로서는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협회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굉장히 특별하다. 늘 나는 이 업계에 진정으로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STARRING 미즈하라 키코(Kiko Mizuhara)
Creative Director 카즈미 아사무라 하야시(Kazumi Asamura Hayashi)
Photography 모니카 모기(Monika Mogi)
Styling 마사코 오구라(Masako Ogura)
Make-up 리에 시라이시(Rie Shiraishi)
Hair 사키에 미우라(Sakie Miura)
Set Design 레나 사사쿠라 쇼클리(Lena Sasakura Shockley)
Editor 노리코 와다(Noriko Wada)
Photography Assistant 아이 쇼가키(Ai Shogaki)
Styling Assistant 카나 하시모토(Kana Hashimoto)
Hair Assistant 사이야카 아라이(Saiyaka Arai)
Editorial Assistant 케이타 사사키(Keita Sasa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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