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찌개에 넣으면 맛있다는 특이한 한국의 산나물

초봄 산골짜기에서 연녹색 잎을 틔우며 고개를 드는 구릿대. 물기를 머금은 땅에서 힘차게 자라는 이 산나물은 투박한 줄기와 독특한 향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키가 2m에 이를 만큼 우람한 모습, 흰 꽃이 우산처럼 펼쳐지는 모습은 산형과 식물의 전형이다. 한국의 산과 들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은 약재이자 나물인 구릿대에 대해 알아봤다.
산과 냇가에서 자라는 구릿대

구릿대는 산형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이다. 한국 전역, 특히 중부 이북의 산골짜기와 계곡, 습지 근처에서 흔히 자란다. 물기를 좋아하는 성질 덕분에 냇가나 햇빛이 드는 길가 주변에서 잘 볼 수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동시베리아 등 동아시아를 넘어 널리 분포한다.
높이는 1~2.5m까지 자란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고 지름이 7~8cm에 이를 만큼 굵다. 줄기는 연녹색에 약간의 자줏빛을 띤다. 어린줄기는 부드럽지만 자라면서 단단해진다. 이 투박한 줄기가 구릿빛을 띠고 대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구릿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잎은 어긋나며 2~3번 갈라지는 깃꼴겹잎으로, 길이 30~50cm, 폭 25~40cm에 달한다. 잎자루 밑부분은 부풀어 줄기를 감싸는 잎집을 형성한다. 6~8월이면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흰 꽃이 겹산형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꽃차례는 지름 10~15cm다. 큰 우산처럼 펼쳐져 화려하다.
9~10월에는 납작한 타원형 열매가 맺히며, 가장자리가 날개 모양을 띤다. 제철은 봄과 여름, 특히 3월 말부터 5월까지 어린순과 잎이 부드러울 때다. 이 시기에 채취한 구릿대는 나물로 먹기 가장 좋다.
구릿대는 비슷하게 생긴 독초와 구별해야 한다. 특히 지리강활이나 개당귀는 겉모습이 비슷해 주의가 필요하다. 지리강활은 전체적으로 자주색을 띠고 잔털이 없으며, 잎이 모이는 곳에 붉은 반점이 있다. 구릿대는 잔털이 있고 줄기가 연녹색에 가까우며, 꽃의 개수도 지리강활(30~60개)보다 적은 20~40개 정도다. 채취 시 잎의 톱니 모양, 향, 줄기의 색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나물부터 약재까지... 구릿대의 맛과 요리

구릿대는 생으로도 먹을 수 있고 데쳐서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육질이 많아 씹히는 맛이 좋다. 또한 독특한 향이 있는 방향성 식물이다. 이 향은 사람에 따라 민감하게 작용해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매운맛이 감도는 것도 구릿대의 특징. 데쳐서 찬물에 담그면 매운맛이 줄어든다. 하지만 구릿대 특유의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특유의 매운맛 때문에 생선 찌개나 조림에도 매우 잘 어울린다. 줄기가 굵어 비빔밥이나 잡채에도 어울리고 튀김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쌈으로 먹을 때는 생잎의 신선한 향과 쓴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식감을 준다. 말린 잎을 차로 우려내면 매운맛이 옅어지고 구수한 향이 돈다. 뿌리를 술에 담그면 매운맛이 알코올과 어우러져 부드러운 풍미를 낸다.

구릿대를 나물로 요리하려면 어린순과 잎을 채취해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0초에서 1분 정도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니 주의한다. 데친 구릿대는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우려낸다.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우려내는 시간을 짧게 한다.
데친 구릿대를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 양파, 액젓, 발효액으로 무친다. 된장에 버무려도 감칠맛이 좋다. 섬유질이 풍부해 씹는 맛이 살아 있으며, 쌉쌀한 풍미가 봄철 입맛을 돋운다. 비빔밥이나 잡채에 넣으면 굵은 줄기의 식감이 조화를 이룬다. 튀김으로 요리하면 바삭한 겉과 부드러운 속이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낸다. 튀김옷은 얇게 입혀 구릿대 고유의 향을 살린다.
구릿대는 묵나물로 보관하기도 한다. 데친 구릿대를 말려 갈무리하면 겨울철에도 나물로 즐길 수 있다. 장아찌나 김치로 담가도 독특한 향이 살아난다. 생선조림에 넣으면 구릿대 특유의 매운맛이 비린내를 잡아준다.
쌈으로 먹을 때는 고추장에 찍거나 들기름에 살짝 볶아 내도 좋다. 뿌리를 약재로 사용할 때는 가을에 채취해 말린다. 하루 4~8g을 물에 달여 2~3회 나누어 마신다. 꿀을 첨가하면 매운맛이 부드러워져 마시기 편하다. 말린 뿌리를 가루 내어 환으로 먹거나 외용으로 바르기도 한다.
치쿠톡신(독미나리의 식중독 성분)이라는 독소가 미량 들어있기에 현기증이나 구토,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초여름이 지난 한여름의 큰잎은 먹지 말고 과용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을 챙기는 구릿대의 효능

구릿대는 온갖 효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나물계의 귀족’으로 불리기도 한다. 구릿대는 한방에서 백지로 불리며 뿌리와 뿌리줄기를 약재로 쓴다.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맵다. 주로 폐, 위, 대장 경락에 작용한다. 항균, 해열, 진통, 소염, 지혈, 진정 효과가 뛰어나다. 감기, 두통, 치통, 관절통, 신경통, 생리통, 부인병, 피부병 치료에 처방된다. 중추신경계 흥분, 호흡 촉진, 혈압 강하, 항경련, 자궁 수축 작용도 있다.
백지는 두통, 삼차신경통과 치통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임상보고에 따르면, 백지 100g과 빙편(용뇌 또는 보넬올로 불리는 약재) 1g을 가루 내어 비강에 흡입하면 치통과 신경통이 1~10분 내 완화됐다. 두통 21례 중 20례, 신경쇠약 두통 17례 중 14례에서 효과를 봤다.
피부질환에도 특효다. 화농성 피부염, 옴, 습진, 여드름, 기미, 흉터, 백전풍, 은설병에 효과적이다. 새살을 돋우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모공을 수축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해 미백 효과도 있다. 비염과 축농증에는 백지 달인 물로 코를 세척하거나 가루를 흡입한다. 세안하면 기미와 주근깨가 옅어진다.
구릿대는 혈류량을 늘려 심장 건강을 돕는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예방에 기여한다. 중풍, 마비, 저체온증, 안과질환, 농약 중독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부인과 질환, 월경불통, 대하증, 유산 예방에도 쓰인다.
<동의보감>에서는 풍사로 인한 두통, 어지럼증, 눈물, 젖몽우리, 치루, 옴, 버짐 치료를 언급한다. 다만, 열이 많은 사람이나 음허 체질은 섭취를 피해야 한다. 추대(꽃대가 올라가는 해)의 뿌리는 약효가 떨어지니 어린순만 나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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