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수년 째 제기돼 온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의무화를 두고 현행대로 '자율결정이 바람직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의무화 결정 시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결제 편의 제공' 측면에서 효과가 불분명한데, 보험료는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국회입법조사처는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자율결정 방식이 바람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제언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원본 손실의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 △신용공여기간을 이용한 차익거래 가능성이 있는 예·적금 등 금융상품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가 금지돼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보험상품 중 '장기저축성보험'이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는데 국회에서 이를 타당하다고 봤다.
또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의무화와 관련해 별도의 법령상 근거가 없는 점도 주목했다. 즉 보험사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는 해외 주요국에서도 보험사의 판단으로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도록 해 보험료 납부방식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보험료 납부는 계좌이체, 현금수납, 신용카드 결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보험료 중 카드납부 비율은 약 6.8%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동기 대비 약 0.5%p 감소한 수치다.
국회는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비율이 저조한 이유로 2% 대의 카드사 가맹점수수료 부담 때문에 보험사가 계약자의 신용카드 납부를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저축성 보험의 경우 공시이율이 3%대에 불과해 2%대의 가맹점수수료를 낸다면 사실상 상품 판매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보험사가 가맹점수수료율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아 보험료 인상을 유발한다고 봤다. 이어 보험 수요는 원가 상승에도 소비가 줄지 않는 비탄력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 보험료 인상의 부담이 보험계약자에 상당 부분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카드 업계는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를 의무화하는 경우 일정 기간 소비자의 부담을 이연시키는 효과가 있어 자금의 유동성 측면 등에서 결제 편의성이 향상되고, 포인트 적립 등 카드 사용에 따른 부가적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며 보험 업계와 맞섰다.
그러나 국회는 "카드납부 의무화시 카드대금 결제기한까지 보험료의 기간이자 비용만큼을 절약할 수 있지만, 단기부채 회피 성향 등으로 카드 납부를 선호하지 않는 일부 소비자들의 현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료의 카드 납부로 당장 현금 납부는 회피할 수 있지만 결국 결제기한 도래시 카드대금 결제 의무가 있어 회피효과가 단기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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