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사태 그 곳에 5만명 모인다... 해리스, 백악관 코앞서 ‘결정적 연설’ [르포]
트럼프, 2020년 대선 패배후 선동 연설… 의회 습격 이어져
워싱턴DC 경찰 당국 “최대 5만명 이상 집결 예상”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 백악관 코 앞에 있는 디 일립스(The Ellipse) 공원에서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는 ‘결정적 연설’을 한다. 수도 워싱턴DC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이번 대선에서도 해리스에 압도적 몰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 선거를 불과 1주일 앞두고 경합주 유세할 시간도 부족한 해리스가 이곳에서 유세를 하는 건 ‘트럼프가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캠페인 구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패배 후 이곳에서 불복 선동 연설을 했고, 이게 흥분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의 1·6 의회 습격 사태로 이어졌다.
워싱턴DC 경찰 당국은 이날 유세에 많게는 5만명 넘게 운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부터 디 일립스 주변에는 2m 높이 펜스가 쳐졌고, 일대 도로 교통도 통제됐다. 또 상당수 기업·기관이 직원들에 재택근무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출입은 해리스 연설 4시간 전인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됐는데, 도합 1km에 가까운 긴 줄이 들어섰다. 또 거리 곳곳에 해리스와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얼굴이 박힌 ‘굿즈’를 파는 매대(賣臺)가 놓였다.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중죄인’이란 문구가 적힌 그림을 펜스에 붙이고, 트럼프와 나치의 상징 문양인 스와스티카를 합성한 인형 등을 들고 나왔다. 버지니아주(州) 세일럼에서 온 자원봉사자 티나 스미스씨는 “트럼프의 온갖 혐오 발언을 들을 때마다 너무 화가 난다”며 “이제는 한 페이지를 넘겨서 미래로 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날 집회는 허가 당시만 해도 8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해리스 캠프는 선거 막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전에 열을 올렸다. 폴리티코는 “가수 비욘세가 연설한 텍사스 휴스턴 유세 때 모인 3만명을 능가한다”며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리스 캠프 관계자는 “해리스가 이번 선거를 분열·혼란으로 점철된 트럼프 시대에 대한 국민투표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로레인씨는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지만 트럼프의 낙태권 폐지, 여성 혐오를 우려한 여성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올 것”이라며 “11월 5일(대선일)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고 했다. 이날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틀 전 트럼프의 뉴욕 유세에서 나온 푸에르토리코 비하 발언 얘기도 나왔다. 숀 화이트씨는 “혐오 발언을 버젓이 해놓고 ‘유머 있게 넘어가자’는 건 허튼 소리”라며 “라틴계 유권자들의 분노 투표가 트럼프를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가 ‘민주주의의 적(敵)’이자 ‘파시스트’라는 해리스의 캠페인 전략이 얼마나 주효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트럼프는 28일 조지아 유세에서 “해리스와 그 캠프의 새로운 구호는 ‘그들에게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나치’라는 것”이라며 “그들이 말하는 방식은 매우 역겹고 끔찍하다”고 했다.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에 비해 흑인 남성의 지지세가 저조한 해리스가 “트럼프 클럽에 속해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트럼프가 당신을 저녁에 초청할 것 같으냐”고 훈계조로 말한 것도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날 유세 현장에선 바이든 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일변도 중동 정책을 항의하는 1인 시위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 해리스는 연설에 앞서 5개 언론사와 잇따라 인터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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