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의 스타 선수들에게는 모두 간절한 ‘루키’ 시절이 있었다.
팀을 대표하는 선배들을 연예인처럼 지켜보면서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 속에 훈련을 하고, 가진 것 이상을 보여주기 위해 오버 페이스를 하기도 하면서 스타들의 역사는 시작됐다.
처음부터 주목받으면서 기대감 속에 시작을 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긴 기다림의 시간을 버티면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
프로야구 기자로 스타들의 시작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KIA 타이거즈의 2026 스프링캠프가 일본 아마미오시마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시즌 실패를 곱씹으면서 재도약을 위해 달리고 있는 이번 캠프에는 모든 게 신기한 신인 선수들도 있다.
투수 김현수와 외야수 김민규가 ‘고졸 루키’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프로 무대를 위한 워밍업을 하고 있다.
김민규는 지난 11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프로 미리 보기를 했다. 이범호 감독과 1군 코칭스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무리캠프를 치렀던 만큼 김현수보다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훈련장을 누비고 있다.
김현수에게는 ‘적응’이 우선 과제가 된 프로 첫 캠프다.
앞선 마무리캠프 명단에는 김현수의 이름이 없었다.
몸관리 차원에서 차분하게 겨울을 보냈던 그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TV에서 보던 선배들과 동료가 돼 함께 뛰고 있다.
프로 선수가 됐지만 투수조 아이스박스를 챙기는 게 그의 우선 역할. ‘신인’ 김현수는 스프링캠프의 나홀로 투수 신인으로 모든 게 어색하다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오갔다. ‘투수’ 김현수는 달랐다.
지난 2일 그의 첫 불펜피칭이 진행되던 날 불펜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침착하게 김현수가 20개의 공을 던졌고, 이범호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 본 신인 투수가 강력한 공을 던지면서 불펜피칭에서 제대로 어필을 한 것이다. 마운드 구상에 새로운 카드 하나가 더 생긴, 이범호 감독의 행복한 두통이었다.
김현수는 힘 있는 최고 147㎞의 직구와 함께 커브, 스위퍼, 스플리터 등을 던졌다.
감독, 코칭스태프가 지켜보고 있는 만큼 ‘오버해서 던지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지만 김현수는 “80%정도로 했다”며 오히려 덤덤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를 지켜봤던 이들도 놀라게 한 힘과 성장이었다.

5일 김현수의 두 번째 불펜 피칭이 진행됐다.
이번에는 ‘안방마님’ 김태군이 ‘루키’ 김현수의 공을 받았다.
김태군이 자청은 했지만 내심 걱정도 했다. 대선배에게 공을 던져야 하는 만큼 괜히 어린 선수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손이 말려서’ 프로 초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은퇴 이유가 ‘손이 말려서’인 경우도 종종 있다.
선배, 지도자 눈치를 보면서 실수에 위축돼서 또는 훈련의 기본인 캐치볼을 하다가 손이 말리기도 한다.
KIA를 대표하는 베테랑 포수는 조심스럽게 18살 어린 후배의 눈치를 보면서 미트를 들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신인은 씩씩하게 공을 던졌고 김태군의 입에서는 “간만에 공다운 공을 받는다”는 칭찬의 말과 함께 ‘나이스볼’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독학으로 배운 스위퍼가 첫 피칭과 달리 마음대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막내는 “타자 있을 때의 모습이 궁금하다”며 대선배를 웃게 했다.
김현수는 “선배님이 공을 너무 잘 받아주셔서 더 힘이 났다. 베테랑 선배님이라 긴장한 느낌은 있었는데 그걸 이겨내야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 공을 재미있게 던졌다”며 “앞선 피칭보다는 직구 제구가 코스 코스 잘 이뤄져서 좋았다. 스위퍼는 네일에게 더 배워야겠다. 첫 번째 피칭보다 편했다. 더 생각을 하면서 던졌다”고 언급했다.
조금 더 편해진 김현수에게는 숙제가 생겼다.
김현수는 오타니의 영상을 보면서 스위퍼를 독학으로 배웠다. KIA에는 스위퍼의 대표 주자 제임스 네일이 있다.
김현수의 목표 중 하나가 ‘네일에게 스위퍼 배우기’다.
마운드에서의 씩씩한 모습과 달리 김현수는 “아직 어색해서 물어보지 못했다”면서 네일에게 스위퍼 배울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어색해하는 신인과 달리 네일은 소문을 듣고 김현수의 데이터를 찾아봤다.
네일은 “직접 공을 보지는 못했지만 김현수의 스위퍼 데이터를 보니 수치가 좋았다”면서 루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외야에는 이미 적응을 끝낸 김민규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마무리캠프에서 “나성범, 김도영 선배님이 롤모델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그런 스타성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김민규는 롤모델을 붙잡고 배움의 캠프를 보내고 있다.
“애들이 끊임없이 질문한다”면서 나성범은 외야에서 ‘성범 스쿨’을 열고 있다.
김민규는 넓은 수비력, 빠른 주력, 강한 어깨가 강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었다.
타격은 정립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컨택이 강점으로 중장거리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소개처럼 KIA는 김민규를 다양한 강점이 있는 외야수로 주목하고 있다.
김민규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면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관심이 쏠리면 즐긴다. 즐기면서 기량 향상이 되는 것 같다”는 김민규는 “마무리캠프 때 훈련을 해 봐서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힘든 것 같다. 그래도 가르쳐주신 것 재미있게 하고 있다. 자세는 유지하되 좋은 타이밍에서 좋은 포인트에서 공을 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고 즐기는 자의 웃음을 보여줬다.
꿈만 같던 나성범, 김도영과 훈련하고 있는 김민규는 현실에서의 진짜 모습을 통해 배움을 얻고 있다.
김민규는 “도영이 형, 성범 선배한테 붙어서 많이 물어보려고 하고 있다. TV에서 봤던 것보다 더 와닿는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2~3배를 더 하신다. 선배님들은 훈련할 때 집중도가 확실히 다르다”고 화면 뒤에 보이지 않는 진짜 모습을 배우고 있다.
상상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선배를 통해 동기 부여를 얻었다는 ‘루키’는 100% 이상의 노력을 말한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이 “너무 열심히 하는 게 단점이다. 옆에서 조절해 줘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김민규는 모든 순간에 전력을 다한다.

우려의 시선에도 김민규는 “신인이니까”라면서 모든 순간을 불태우겠다는 각오다.
김민규는 “선배님들도 어렸을 때는 죽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다. 조절을 할 위치는 아니다. 타격을 할 때도 ‘200%치자’는 생각으로 과하게 하려고 한다. 시즌 들어가면 코치님들이 조절시켜 주실 것이다. 지금은 시즌을 위해 몸 만드는 기간이다. 또 아마추어 때는 경기가 많지 않았는데 프로는 다르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 하고 있다”고 신인의 거침 없는 질주를 예고했다.
신인다운 열정을 이야기하면서 김현수와 김민규는 신인답지 않은 생각과 말로 빛나는 무대를 위해 달리고 있다.
2026년 2월, 아마미에서 본 그들의 플레이와 그들과 나눴던 대화가 몇 년 뒤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새로운 스타는 이렇게 탄생하곤 했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