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의 선택] 산토끼 찾아간 트럼프 "그녀는 재앙" 집토끼 붙잡는 해리스 "그는 공포"
대규모 유세전으로 세 과시
멜라니아도 남편 지지 호소
펜실베이니아 찾은 해리스
흑인교회·서점·식당 방문
지지층 결집시키려 안간힘
◆ 2024미국의 선택 ◆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34번가. 뉴욕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 본점이 인접해 평소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이곳 분위기는 평소와 달리 긴장감이 넘쳤다.
27일 오후 5시(현지시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앞두고 경찰의 삼엄한 바리케이드 사이로 트럼프를 상징하는 지지자들의 빨간색 모자와 목도리가 긴 띠를 이뤘다. 평소 뉴욕 기념품을 팔던 가판대는 트럼프 티셔츠 판매점이 됐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차를 몰고 왔다는 스미스 씨 부부는 "견고한 트럼프 지지세를 보여주기 위해 새벽부터 바쁘게 차를 몰았다"며 "점점 병들어 가는 미국을 살리기 위해 우리에게는 트럼프의 복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백인이 주류를 이룬 트럼프 지지 물결 중에서는 이민자와 흑인으로 이뤄진 소수의 지지자 행렬도 눈길을 끌었다. 도미니카 이민자 출신인 줄리아 라미레즈 씨는 "트럼프는 불법 이민에만 반대하는 것인데, 이민자를 핍박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며 "미국에서 사는 이민자 역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지지 팸플릿을 든 한 흑인 여성은 "흑인이 인종만을 고려해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미국을 진정 사랑하는 시민이라면 오직 트럼프가 답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번 연설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에서 돌풍을 일으켜 보겠다는 야심 찬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멜팅팟'을 상징하는 뉴욕에서의 유세 일정은 뉴욕 경제 생태계 밑바닥에 버티고 선 이민자 표를 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경합주 대신 사실상 '적진'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이벤트를 개최한 것은 뉴욕 태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적 희망에 더해 장소가 갖는 상징성이 주는 홍보 효과 때문이다.
이날 유세에는 사실상 그동안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나와 처음으로 지지 유세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투표가 11월 미국을 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세금을 인하하고 물가를 낮추고 임금을 올릴 것이며,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에서 만들고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나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 범죄자의 침략을 중단시킬 것이며, 아메리칸드림을 되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은 카멀라 해리스에게 '당신은 끔찍하게 일했다, 미국을 파괴했다. 당신은 해고야'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트럼프는 경제, 물가, 이민, 범죄 등 분야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한 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한 재앙"이라며 "그가 우리를 3차 세계대전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이른바 '집토끼' 결집을 호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8만표 차이로 이긴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이자 민주당 텃밭인 필라델피아에서 흑인 교회, 이발소, 서점, 식당 등을 방문해 바닥 표심을 다지고 유세를 통해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필라델피아의 한 체육관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우리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기 때문에 여기에 있다"면서 "트럼프 때문에 지난 10년간 미국 정치의 특징이 됐던 분열과 공포의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펜실베이니아 사전투표가 29일 종료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금이 사전투표를 해야 할 때다. 만약 투표용지 우편을 받았다면 기다리지 말라"면서 "선택은 진정으로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 여러분의 투표가 목소리이자 힘"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홍장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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