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골칫거리 취급하는 '생태 교란종'인데… 한국인들 입맛 단번에 사로잡은 나물

가시상추, 생태계 교란종에서 한국인 식탁 위 '밥도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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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상추는 유럽에서 야생으로 자라던 식물이다. 처음엔 잡초로 분류됐다. 우리나라에는 1978년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문제는 생장 속도와 번식력이다. 뿌리가 깊고 빠르게 자라 최대 2m까지 성장한다. 성장 과정에서 주변 작물의 수분과 영양분을 빼앗아 주변 식물을 말라죽게 만든다.

가시상추는 생명력이 강해 제초제를 뿌려도 잘 죽지 않는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제거가 힘들어 ‘식물계 바퀴벌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환경부는 가시상추를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원래대로라면 관리 대상으로 사라졌어야 할 식물이지만 예상과 달리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도로 옆, 주택가 틈새, 어디서든 자라던 가시상추를 사람들이 직접 채취해 먹기 시작했다. 생김새가 익숙하지 않아 낯설고 쓴맛도 강했지만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특유의 씁쓸한 맛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고기와 함께 먹으면 쓴맛이 기름기를 잡아줘 개운하다는 것이 직접 먹어본 이들의 평가다.

이후 가시상추는 김밥 재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무쳐서 나물 반찬으로 먹기도 했다. 기존 쌈채소보다 개성이 뚜렷하고 재배가 쉬웠다. 병충해에도 강해 농가에서 재배를 시작한 사례도 나타났다. 처음엔 잡초로 취급됐지만 점차 일반 식탁에까지 오르게 된 셈이다.

가시상추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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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상추는 식재료 외에도 약재로 쓰였던 기록이 있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불면이나 신경 과민에 대응하는 민간요법으로 활용됐다. 줄기에서 흘러나오는 흰 수액인 락투카리움은 진정 보조제로 쓰였던 성분이다.

이 외에도 뼈에 필요한 무기질이 풍부하다.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이 함유돼 있다. 항산화 물질도 들어 있어 활성산소 제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위를 자극해 위산과 소화효소 분비를 유도하고 위장 운동을 촉진하는 작용도 보고된 바 있다. 유럽에선 식욕이 없을 때 샐러드에 넣어 식전 요리로 먹기도 했다.

식이섬유도 풍부해 변비 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단 생으로 먹으면 쓴맛이 강해 데쳐서 무치거나 나물로 요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양념장을 더해 무치면 특유의 쌉쌀한 맛이 감춰지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난다.

의학적으로 확실한 치료 효과가 입증된 건 아니지만 일반 채소로서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있는 식물이다.

교란종에서 품종 개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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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상추의 강한 생존력은 다른 곳에서도 쓰였다. 종묘 업계에선 질긴 특성을 활용해 품종 개량에 쓰기 시작했다. 상추 중에서도 병해에 강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 가시상추 유전자가 일부 포함된 계열이 개발되고 있다. 일부 종묘 회사는 가시상추 계통 품종을 등록하고 종자 판매에 나섰다.

처음엔 외래 잡초로 취급됐던 식물 하나가 식탁에 오르고 품종 개량의 재료로까지 사용되는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에서 새로운 식재료로 활용되는 흐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시상추는 지금도 도심 한복판 도로변이나 공터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먹기 위해 따가는 사람들도 많다. 관리 대상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정확한 정보와 조리법을 알고 접근한다면 식탁의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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