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1위 기록했던 청바지 브랜드, 지금은?
국산 브랜드 뱅뱅·잠뱅이
Y2K 호재로 영업이익 ↑
잠뱅이 225억·뱅뱅 73억
패션, 화장법, 헤어스타일은 물론 영화·드라마와 같은 문화 콘텐츠까지 1990년에서 2000년대 사이로 돌아간 듯한 ‘뉴트로’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인기를 끌던 패션 브랜드들이 줄이어 재출시 행보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추억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국산 청바지 브랜드들이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 청바지의 대명사인 뱅뱅과 잠뱅이로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세기말의 생활양식)의 인기와 더불어 호실적을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청바지 브랜드라고 하면 ‘뱅뱅’이 꼽힌다. 뱅뱅은 1961년 동대문 평화시장의 ‘제일 피복’을 모태로 하는 뱅뱅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청바지나 면바지에 물감을 들인 가짜 청바지만 넘쳐나던 시절에 제대로 된 청바지를 생산하면서 큰 사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기와 함께 높아진 매출로 1983년 서울 강남에 사옥을 올린 제일피복공업은 3년 뒤인 1986년 뱅뱅을 별도의 회사로 독립했다.
또한, 1985년 상표 등록 이후 1993년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단독 매장 1호점을 오픈한 ‘잠뱅이’도 한국 청바지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로 꼽힌다. 당시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전지현, 원빈, 장혁 등 당대의 청춘스타들을 기용한 감성적인 광고로 청소년,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국산 청바지 브랜드는 높은 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리바이스, 캘빈 클라인, 게스 같은 고가의 수입 청바지를 선호하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며 타격을 입었다. 이와 더불어 1997년에는 IMF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거의 모든 의류 브랜드가 폐업 수순을 밟기 시작하면서 뱅뱅은 여성복 사업을 포기했고, 300개 남짓의 대리점도 100개로 줄이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국산 청바지 브랜드의 악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에 접어들며 프리미엄 진 열풍이 불면서 한 벌에 30~40만 원을 호가하는 트루릴리전, 허드슨, 세븐진 등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 대비 화려함이 덜 했던 뱅뱅과 잠뱅이를 비롯한 국내 청바지 브랜드의 인기는 식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저렴한 SPA 브랜드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고, 뛰어난 가성비가 장점이었던 국산 브랜드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뱅뱅은 이 과정에서 다른 SPA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매장을 넓히고 제품군을 확대해 변모를 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다리가 짧고 허벅지가 굵은 한국 사람 체형에 맞는 디자인의 청바지들을 내놓고, 홈쇼핑 채널에서 청바지 3벌을 6만 9,900원에 판매하는 등 새로운 판로를 개척함과 동시에 가성비도 더욱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뱅뱅과 달리 잠뱅이는 소재 개발에 집중하며. 여름에는 시원한 쿨맥스 데님을, 겨울에는 답답하지 않게 잘 늘어나는 기모 데님을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당시 전체 상품의 20%를 차지하던 쿨맥스 데님은 인기를 끌며 지난 2017년 80% 비율로 늘어났다. 두 브랜드의 노력 끝에 매출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지난 2016년 뱅뱅의 매출은 1,14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2017년에는 1,001억 원으로 매출이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63억 원에서 68억 원으로 오히려 늘며 인기를 자랑했다. 창립 이후 꾸준히 300억 원대 매출을 이어온 잠뱅이 역시 지난 2016년 3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2017년에는 520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뱅뱅과 잠뱅이는 또 한 번의 위기를 겪었다.
최근 뉴트로 열풍이 이어지며 뱅뱅과 잠뱅이 역시 Y2K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호재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잠뱅이를 운영하는 제이 앤드 제이 글로벌의 매출은 지난 2022년 기준 2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 기간 영업이익은 9억 원에서 3배가량 늘어난 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잠뱅이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사 몰을 키우고, 무신사와 같은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는 등 새로운 청바지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바지를 제외하고도 조거팬츠 등 영역을 넓히며 실적 반등에 나서고 있다. 이어 뱅뱅을 전개하는 뱅뱅어패럴의 매출 역시 지난 2022년 기준 7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한편, 1970년에 시작해 올해로 55년을 맞은 뱅뱅어패럴은 지난 2019년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1,000억대의 매출을 유지하며 국내 1위 청바지 브랜드 타이틀을 지키기도 했다. 압도적인 행보를 이어가던 뱅뱅은 타 청바지 브랜드보다 홈쇼핑에 빠르게 진출해 판매 채널을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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