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IPO설 ‘야놀자’...진짜 실력은 숫자로 말한다

[재무제표 읽기] 잘 안 쓰는 '조정 EBITDA' 지표 쓰는 이유는

"비행기표는 트리플, 숙소는 야놀자, 공연은 인터파크?"

여행 좋아하는 분들은 더 이상 이런 고민,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이 모든 기능이 ‘NOL’이라는 플랫폼으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한 때 ‘모텔 앱’으로 인식됐던 야놀자가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숙소 검색 플랫폼을 넘어 AI가 설계하는 초개인화 여행 플랫폼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여행 데이터 기업을 지향한다.

이를 위한 야놀자의 M&A는 속도와 규모 면에서 무섭다. 숙박운영부터 여행 인벤토리 유통까지 여행 관련 국내외 기업을 모조리 야놀자 아래 두려 한다. 2024년 연결 기준 야놀자의 종속기업은 66개로 불과 1년 새 14개가 증가했고, 7개를 제외시켰다. 2025년 1분기 기준 야놀자 자산총계는 2조5000원에 달하며, 지난해 연간 영업수익은 924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야놀자 2024 사업보고서. / DART

최근 CI 변경과 TV-CF 광고 등 ‘NOL 유니버스’를 강조하는 야놀자의 변화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편리성 강화·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검색이 아닌 추천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야놀자는 야놀자·트리플·인터파크 등 자사 플랫폼에 쌓인 여행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개인의 취향, 여행 이력, 검색 패턴에 따라 맞춤형 여행지를 추천한다. 최근 인수한 애드테크 기업 ‘데이블’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 글로벌 B2B 여행 플랫폼 GGT(Go Global Travel)를 통해 전 세계 130만 개 이상의 여행 상품(숙소, 항공, 액티비티 등)을 확보했다. AI는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 분석해 최적의 가격을 제시한다고 한다.

셋째, 여행 준비를 한 곳으로 몰았다. 숙박, 항공, 패키지, 공연, 티켓까지 하나의 앱에서 예약할 수 있는 ‘슈퍼앱 전략’이다. 크게는 인터파크와 트리플 인수를 통해 이 구조를 완성했다.

다만 재무적인 관점에서는 비용이 걱정스럽다. 야놀자는 2021년 이후 매년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2년 무형자산 손상차손 1366억원과 2024년 인터파크커머스 매각대금 미수금을 포함한 '기타의 대손상각비' 1782억원은 야놀자의 성적표를 나쁘게 만들었다.

물론 실제로 현금이 나가지 않은 ‘회계상 손실’이지만 IPO 등 지속적인 투자를 유지하는 데에는 분명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야놀자 2024 사업보고서. / DART

주요 종속기업인 놀유니버스와 Yanolja Cloud Pte. LTD.는 아직까지 큰 폭의 적자 상태다. 그나마 야놀자 본캐(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2024년 영업수익은 3071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위 무형자산과 대손상각 모두 종속회사 관련 손실임을 감안하면 야놀자를 중심으로 연결된 종속회사는 전체 영업수익의 66% 차지하지만 아직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주식회사 야놀자는 여행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전세계 여행 데이터를 디지털화하여 소비자의 여행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킴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는 야놀자. 하지만 플랫폼을 구축하고, 해외 연결시키는 과정 속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야놀자를 중심으로 짜여진 'NOL유니버스'는 앞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숫자를 보면 답이 나온다. 2023년 연결 재무제표 영업이익 26억원, 2024년 영업이익 492억원 (전년 대비 1792% 증가), 2025년 1분기 영업이익 49억원으로 핵심 사업인 플랫폼·솔루션 부문에서 꾸준한 흑자를 내고 있으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스코어다. 이에 야놀자는 현금 창출력을 증명하기 위해 현금흐름에 비현금성 항목과 일회성 비용을 뺀 ‘조정 EBITDA’까지 언급하는데 야놀자의 2024년 조정 손익이 1172억 원이라고 주장한다.

야놀자 2024 사업보고서. / DART

야놀자는 몇 년 전부터 IPO 계획을 공공연히 밝혀 왔고, 미국 나스닥 상장이 목표라고 한다. 야놀자가 노리는 것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다. 쿠팡과 같은 영광을 원한다. 비전 펀드로부터 투자 받은 1조 원이 마르기 전에 글로벌 시장에서 트래블 테크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인정받고, 과거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업의 성공을 공증받기를 원한다.

최근 2025년 하반기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지만 반대로 우려도 존재한다.

야놀자가 제시하는 '트래블 테크 플랫폼'이라는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그 이면의 숫자는 심각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단순히 미래를 위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적 착시'로 치부하기에는 그 규모와 내용이 심상치 않다.

야놀자 신사옥이 들어선 성남 분당구 판교 제2테크노밸리 텐엑스타워. / 야놀자

따지고 보면 무형자산 손상은 성급하게 추진한 M&A가 '승자의 저주'가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규모 대손상각비는 기업 매각 및 관리 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성장을 위한 고통이라고 하지만, 값비싼 실패의 흔적일 수도 있다.

특히 '조정 EBITDA'처럼 잘 안 쓰는 지표를 사용하는 것은 지속되는 순손실의 심각성을 가리는 연막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