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어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니 경기 불황이니 하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호실적'을 누리고 있다. 최근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데 이어 3분기에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2조3178억원, 영업이익 42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4% 늘었고, 영업이익은 69.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국타이어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난 4조445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86.4% 급증한 8187억원을 달성했다.
한국타이어가 이처럼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고수익 제품 판매 비중의 확대가 꼽힌다. 한국타이어의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매출에서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분기에 46.3%로, 작년 2분기보다 2.8%포인트 늘어났다. 한국타이어는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을 연말까지 49%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규격이 큰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약 20~30% 비싸게 팔려 타이어 제조사가 수익성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된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에서도 한국타이어는 선도 기업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인 '아이온(iON)'을 출시한 이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현재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온 제품 규격은 16인치부터 22인치까지, 다양한 폭·편평비·하중지수 등으로 총 236개에 이른다.
한국타이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인 AMG의 스포츠카 GT쿠페에 타이어를 공급한다. 한국타이어가 AMG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AMG GT 쿠페에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하는 제품은 최적의 접지력과 정밀한 핸들링 성능을 갖춘 '벤투스S1 에보Z'다. 한국타이어는 2017년부터 BMW 고성능 브랜드인 M과 아우디 고성능 브랜드 중 하나인 RS에도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호실적에 힘입어 글로벌 타이어 업계 순위도 올랐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크레던스 리서치(Credence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100대 타이어 업체에서 한국타이어는 8위로 '톱10' 브랜드에 꼽혔다. 한국 시장에서의 강력한 입지를 토대로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도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를 사로잡기 위한 컬처 마케팅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가 낯선 MZ세대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예술·음악·패션·F&B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문화·예술 활동을 전개하며 독특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올여름에는 강원도 양양 서피비치를 찾아 타이어 모양의 튜브를 빌려주는 대여소 콘셉트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또 한국타이어는 MZ세대를 대상으로 글로벌 브랜드 '한국(Hankook)'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모터 컬처 마케팅과 함께 패션, F&B, 아트 등 이종 산업과 연계한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또 한국타이어의 CI 컬러를 적용한 스니커즈, 레이싱 타이어 컴파운드를 활용한 고기능성 카본 러닝화, '아이온'과 SUV 타이어 '다이나프로'의 트레드 패턴을 적용해 접지력을 강화한 스파이크리스 골프화와 올터레인 트레일 러닝화까지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F&B 산업과 연계한 이색적인 팝업스토어도 MZ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다. 프리미엄 커피·디저트 카페 '하프커피'와 손잡고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과 신세계 백화점 타임스퀘어점에서 트렌디한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하하(HAHA)'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한국타이어의 제품을 모티브로 한 도넛 '크로넛'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약 10일간 매일 매진을 기록하면서 총 1500여개 이상 판매됐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래 모빌리티 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를 끌어내는 혁신적 브랜드 이미지 확산과 미래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해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한국타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