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젊은 교사들...이들은 학교를 떠나 어디로 향했을까
"마음속에...이렇게 한 조각 남았던 희망이 뭔가 깨지는 느낌이었어요."
1년여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사건을 계기로 거리에 섰던 20대 전직 교사 김호연(가명) 씨가 한 말이다.
서이초 교사와 같은 나이였던 김 씨는 동일한 어려움과 고민을 갖고 있었기에 그 아픔이 고스란히 다가왔다고 했다. 결국 그는 학교에서 스스로 퇴직했다.
"신규발령자는 비선호 지역에 발령이 대체로 나요. 저는 다른 학교로 옮기면 지금보다 나아지겠지. 이런 믿음이 있었는데 서울에 있는 또래 선생님께도 제가 겪은 일 못지않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보니까 어딜 가도 똑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당하기 어려운 교실과 열악한 처우는 특히 MZ세대(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울러 부르는 말) 교사들의 이탈을 가져오고 있다.
이직 관련 업체가 생기는가 하면 '탈출 성공기'를 담은 브이로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안정적인 공무원, 교사는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여성은 경력 단절 없이 출산·양육이 가능한 등 휴직도 쉽고 방학이 있어 교대 입학 점수가 문과 최상위권인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등교사 가운데 20~30대 비율은 43.2%(8만3240명)로, 10년 전(9만6776명)과 비교하면 10% 넘게 낮아졌다.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든 데다 이탈하는 젊은 교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퇴직한 근속연수 5년 미만 초·중·고 교원은 589명으로 전년 동기(303명)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민원보다 더 힘들었던 것’
그렇다면 퇴직 교사들은 대체 어디로 향했을까. 올해 3월 사직서를 낸 조은하(25)씨 역시 2021년 임용된 젊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교사로서의 삶을 꿈꿨지만 2년 차 때 겪은 악성 민원은 그 생각을 바꾸게 했다. 어느 날 학생들 사이에 다툼이 일었다. 아이들을 배려하면서 처리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재하는 과정을 못마땅해 한 학부모는 조 씨에게 밤낮 가릴 것 없이 연락을 해왔다. 조 씨는 학교에까지 찾아온 그 학부모가 세 시간 넘게 항의를 했다고 토로했다.
"그 시간 내내 분리 조치나 따로 보호되는 것이 전혀 없었어요. 옆에서 (관리직) 선생님들이 '이 선생님이 신규 교원이고 미숙해서 그러니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관련 장치가 없으니까요. 그 이후에 '교권보호위원회'라도 열고 싶다고 했는데 그냥 좀 넘어가게 됐고 결국 질병 휴직을 내게 됐어요."
그는 무너진 교권 하락이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될 것 같지 않았고 느꼈다.
"그저 교사 개인의 문제로 여기지 말고 이를 해결할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어요. 혼자 버티다가 결국 학기 말에 (학교에)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버텨라, 다 힘들다' 이런 식의 말들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이나 학급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이직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조 씨는 한의대로 눈을 돌렸다. 그는 수능을 다시 쳤고 올해 3월 한의대생이 됐다. 왜 하필 한의대를 선택했냐는 물음에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이러니하게도 전문직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교대에서 4년 내내 실습과 교과과정을 익히다 보니 인턴이나 각종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이 없었다. 일반 취업시장에 뛰어들기엔 무리라고 생각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교사를 탈출할 방법이 수능이라고 생각했고, 전문직이고 임금 수준도 좀 더 높은 한의사가 괜찮아 보였어요. 교사는 더 이상 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을 택하고 싶었으니깐요.”
'청년의 열정이 발휘될 수 없는 공간'
김호연(가명, 26) 씨 역시 약 4개월 전 초등 교사직을 그만뒀다. 교대를 갈 때엔 작은 소망도 있었다. 힘든 재수 시절,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친구와의 대화가 원동력이 됐다.
교대를 결정했을 때 주변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김 씨는 "적당한 벌이도 되고 안정적이고 적당히 시집도 잘 갈 수 있는 그런 직장을 생각해 봤을 때 이제 교사만한 직업이 없다...이런 말들을 많이들 해주셨죠."
김 씨가 퇴직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무엇보다 젊은 교사인 그에게 교직은 함께 가치를 실현하기엔 '열정이 인정되지 않는 환경'이었다. 기대감을 갖고 사회로 나왔지만, 청년의 열정은 경직된 구조와 부딪혔다.
그는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를 위해 주말을 비롯해 본인의 자투리 시간을 쓰며 노력했던 시간을 언급했다.
그는 "학생이란 꽃이 꼭 제 앞에서 피진 않아도 좋았다"라며 "그래도 나는 양분을 줄 거고 그럼 이 아이 인생에 있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젠가 내 노력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오겠지하고 노력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진심으로 직업에 임했지만, 학부모나 동료 교사들의 눈에 존중이나 존경이 크지 않다는 걸 지속적으로 느끼게 됐다고 했다. 학교 안팎으로 연대와 협력은 어려웠다.
결국 그는 일을 하면서 지난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시험을 쳤고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입학과 동시에 퇴직했다. 교사보다는 자기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올 거란 생각이 있었다. 학교 폭력이나 아동학대 관련해 고소가 들어와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법적으로 돕고 싶다고도 했다.
과거 세대와 달리 MZ 세대의 교사 이탈률이 왜 높은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시대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재직 당시 20년 선배인 부장 선생님이 매해 교권이 체감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땐 IMF도 있고 그래서 더 안정적인 직업이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평생직장 개념이 많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거죠."
'젊은 교사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기대감'
7년 차 교사였던 이원석(29) 씨의 경우, 교사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기대감과 업무에 점점 지쳐갔다고 했다.
초임이나 젊은 교사들의 경우, 시 외곽지역으로 발령 나는 경우가 많다. 기존 교사 배치가 끝난 뒤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 역시 작은 규모의 학교로 발령이 났다. 학생의 규모가 작다 보니 교사도 적은 편이었다. 그는 "모든 학교마다 배정되는 업무가 동일하고 양은 다 똑같은데 작은 학교는 그걸 맡을 선생님 수가 적다 보니까 한 사람당 맡아야 되는 업무량이 엄청나게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연차가 짧은 교사들이 각종 부장 업무들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렇게 2년여를 보내고 큰 학교로 옮겨가면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20~30명 되는 교실을 한 명의 교사가 담당하기엔 통제가 어려웠다.
과거에 비하면 학급 당 인원수가 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교사가 해야 하는 업무는 더 많아졌다.
이 씨는 "지금은 옷 갈아입혀 달라, 약 좀 챙겨달라는 등 아이들 보육적인 면에서도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시고 그런 면에서도 윗세대분보다 더 힘든 점이 더 많다"고 했다. 훈육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아이들 통제는 더 어려웠다.
"지난 내 인생에서 여기 직장에서는 미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냥 빠르게 의원면직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이 결정에 주변 친구들은 그에게 '퇴사 파티'를 열어줬다. 서이초 사건 이후, 젊은 교사가 갖는 부담감이 어떠한지를 알고 있기에 만류하는 분위기보다는 축하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퇴직 후 휴식기를 가지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 극단에서 배우로 서고 있기도 하다. 대학교 때 섰던 무대가 줬던 해방감이 지쳤던 교직 생활에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그는 기술을 배우거나 강사 일을 하고 있다.
학교는 떠났지만, 그는 남은 동료 교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서이초 사건이 있고 단체 시위에도 참석했고 이후 1인 시위 같은 것도 했었어요. 동료 교사들과 서로 힘들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만 뭔가 바꾸지는 못하고 떠난 듯 해 안타까워요. 더 좋은 환경에서 교사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계속 힘을 모았다면 더 도움이 됐을 텐데 뭔가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죠."
'경쟁 중심적인 교육…바꾸고 싶었지만, 민원만 늘었다'
"연차가 적은 신입 교사에게 학교폭력(학폭) 업무가 주어졌어요. 중재하는 데에 쓰는 에너지는 정말 상상 초월입니다."
3월에 퇴직한 전직교사 조민주(31) 씨는 모두가 기피하던 학폭 업무를 떠안고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 노련한 경험이 필요하지만, 모두가 기피하기 때문에 이 업무는 가끔 신입 교사에게 떨어지기도 한다.
조 씨는 "날이 선 학부모님들과 상담하며 중재를 하고 자해하는 학생, 범죄 폭력 피해 학생들을 만나며 정말 많이 울었다"며 "아이들을 보면서도 너무 안타까웠지만 제 스스로 소진되어 가며 수 차례 위경련으로 쓰러지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학폭 문제가 성장과 성적 중심인 교육 제도에 있다고 생각했다. 젊은 교사로서 새로운 수업 분위기를 도입하고 싶었다.
"제가 받았던 경쟁식 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을 아이들에게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핀란드와 독일의 교육서와 연수를 많이 접했고 실행했는데, 그런 식으로 교육하니 민원은 늘어났습니다."
조 씨는 경쟁 중심의 사회시스템 속에서 열정과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됐다. 환경 쪽으로도 관심이 많아서 수업 외에 환경과 접목된 수업을 하기도 했지만 돌아온 것은 '학원 과제가 더 중요하다'라거나 '학습지를 왜 더 안 시키느냐'는 각종 민원과 '튄다'는 주변의 반응이었다.
젊은 교사로서 거대한 시스템 속에 매몰되고 싶지 않았다. 여러 차례 각종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퇴직을 결정하게 됐다. 그는 현재는 환경교육 전문가로 강의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조 씨는 "교육이 싫어서 떠난 것이 아니다"라며 "성장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삶을 꿈꾼다"고 했다.
젊은 교원 이탈 가속화... 교육 현장은 어떻게 될까
이러한 젊은 교사의 이탈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계의 낡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과거의 잣대로 이 문제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사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부모의 간섭현상도 심해졌다. 학교폭력 예방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 등이 생기면서 민원과 소송이 많아졌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김성천 교수는 "젊은 교사들은 승진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않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성도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낡은 패러다임의 교원 인사제도를 전면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이후에 신뢰와 소통, 대화, 협력 등의 가치가 작동하는 학교 공동체 모델이 많이 무너졌다"며 "갈등과 대립의 학교 문화를 협력과 연대가 넘치는 학교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계속해서 젊은 교사들의 이탈이 이뤄지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숙련된 교사들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중간에 휴직하거나 퇴직하는 교사들이 많아지면, 학급 담임이나 교과 담당 교사가 바뀌게 되고, 학생들에게도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어려워진다"며 "갈수록 학생들을 상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데, 숙련된 교사들이 교실 현장을 떠나게 될 때 그만큼 학교의 교육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