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게임쇼, 완성! 게임스컴 아시아 X 태국 게임쇼

지난 주, 게임스컴의 주최사인 쾰른메세가 신선한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싱가포르에서 개최해 오던 '게임스컴 아시아'가 '태국 게임쇼'와 함께 공동 개최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죠.

두 게임쇼가 함께 하나의 행사를 진행함에 따라, 우리나라 지스타보다 한 달 먼저인 올해 10월 16일에는 동남아 최대 게임 행사가 태국 방콕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세계 3대 게임 행사, 유럽 최대 게임쇼라는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게임스컴'은 최근 들어 그 입지를 전 세계로 확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21년 본격적으로 개최를 시작한 '게임스컴 아시아'에 이어, 지난해에는 브라질 최대 인디 게임쇼 BIG 페스티벌과 협력해 '게임스컴 라탐(라틴 아메리카)'을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동남아시아 게임 산업의 성장과 함께 두 게임쇼의 공동 개최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황, 과연 올해 방콕에서 열릴 '태국 게임쇼 X 게임스컴 아시아'에서는 어떤 것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같은 문화권, 같은 날 개최하지만 성격은 다른
B2C에 강한 태국 게임쇼, B2B 성격 강한 게임스컴 아시아를 만나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태국 게임쇼와 게임스컴 아시아 모두 생소한 편입니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이들이 구축한 입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동 개최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먼저, 태국 게임쇼(Thailand Game Show)는 지난 2006년부터 방콕에서 개최되어 온 연례 이벤트입니다. 국내의 여러 게임 쇼를 통합해 출범한 지스타(G-STAR)가 2005년에 처음 개최되었으니, 지스타만큼이나 긴 역사를 가진 게임쇼이기도 하죠.

온라인게임 부흥이 일어나던 우리나라와 다르게, 당시 동남아시아는 게임 커뮤니티를 겨우 형성하던 시기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느 오프라인 전시회가 그렇듯 초기 행사는 지역 게임 개발자나 소규모 퍼블리셔, 이용자 커뮤니티가 중심이었을 테고요. 그런 맥락에서, 태국 게임쇼의 규모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을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글로벌 기업의 참여 또한 제한적이었을 것입니다.

▲ 참관객 18만 명 이상, 태국 게임쇼는 동남아 최대 B2C 게임쇼라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게임 산업에 발맞추며 태국 게임쇼 또한 대단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인 게임 특수가 찾아온 것과 비슷한 시기에, 수많은 글로벌 게임 기업들이 동남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시작했죠. 2022년 행사부터는 호요버스, 라이엇게임즈, 반다이남코 등 기업들이 부스로 참여하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 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세계 3대 게임쇼라 불리는 게임스컴, 도쿄 게임쇼와 비교하면 적은 수지만, 거의 쫓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태국 게임쇼의 참관객 수는 18만 1천 명, 지난해에는 약 4천 명 정도 늘었습니다. 최근 게임스컴(30만여 명), 도쿄 게임쇼(20~25만 명 추산)와의 차이를 점점 좁히고 있죠.

▲ 역사는 짧지만, '게임스컴'이라는 이름은 결코 작지 않죠
태국 게임쇼와 비교하면 게임스컴 아시아는 이제 싱가포르에서 4회차를 진행한, 작고 귀여운(?) 행사입니다. 그러나 독일 본토의 게임스컴을 주최하는 '쾰른메세'가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네임밸류를 통해 개최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얻었습니다.

쾰른메세에게 있어 '게임스컴 아시아'는 동남아시아의 활발하게 성장해 나가는 게임 생태계를 활용하기 위한 접근이자, 동시에 유럽 외 지역으로 브랜드 확장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게임스컴 아시아를 발표하며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동남아시아 지역은 약 46억 달러의 게임 산업 관련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됐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22%가량 상승한 예상 수치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싱가포르를 개최지로 선택한 것은 대단히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이자, 동서양이 마주하는 우수한 연결성, 인프라 등은 전 세계 게임 업계 관계자를 끌어오기 더할 나위 없는 장점들이었을 테고요.

▲ '게임스컴 아시아'는 강연 세션과 B2B관을 강조해, 비즈니스 파트너십 허브라는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게임스컴 아시아의 여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초기 발표는 2019년경 이뤄졌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실제 행사는 2021년이 되어서야 개최할 수 있었죠. 그 때만 하더라도 한 장소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직 민감했기에, 소규모 하이브리드 행사로 그 노선을 비틀 수밖에 없었기도 합니다.

이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해 4회차를 치른 현재 '게임스컴 아시아'는 타 이벤트 대비 그 규모가 작은 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보다는 업계 관계자를 위한, B2B 성격이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하고요. 지난 해 기준 게임스컴 아시아의 참관객은 4만 명 정도에 그쳤지만, 참관객의 국적(78개국)이나 참여 전시업체(177개 사)수를 보면 '게임스컴'이라는 이름이 갖는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스컴 아시아 X 태국 게임쇼 2025
비로소 완벽해진 '동남아 최대 게임쇼', 기대해볼 수 있는 시너지는?

이처럼, 동남아 지역에서 개최하는 두 게임쇼는 그 출발부터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비자와 접점을 강화하고, 게이머들의 축제로서 동남아 최대 B2C 행사가 된 것이 태국 게임쇼라면,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등에 업고, 단기간 내에 기업 간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는 장으로 성장한 것이 게임스컴 아시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다지도 성격이 다른 두 행사가, 그동안 같은 시기 (10월 중순)에 개최되었다는 것 또한 이번 공동 개최가 자연스럽도록 느껴지게 만드는 점입니다. 게임스컴 아시아가 2021년 하이브리드 개최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해외 관계자 입장에서는 두 게임쇼 중 한 곳을 선택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예산이 널널한 기업이야 두 곳 모두 참여한다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아직 성장중인 동남아 지역에 위치한 두 개의 게임쇼 모두를 참여할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지 않나요?

지금까지 행사의 성격 (파트너십 모색 중점이냐, 아니면 이용자와의 접점 강화냐)에 따라서 태국과 싱가포르 두 곳 중 하나를 취사선택해야 했다면, 올해는 딱 한 곳,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게임쇼에 참여하기만 하면 됩니다. 동남아 시장을 방문할 기업의 입장에서나, 더 많은 관객과 어울리고 싶은 참관객의 입장에서나 모두 윈윈인 셈입니다.

▲ B2C 성격이 강한 만큼, 게이머 대상 부대 행사가 탄탄한 태국 게임쇼
▲ 전시 공간도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꾸며지고요 (레벨 인피니트의 니케 부스)
그렇다면, 아직 행사의 정확한 아젠다가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가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더욱 커진 행사장과 풍성한 즐길 거리, 일반 관객과 비즈니스 참관객 모두를 만족시킬 공간을 준비할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이겠죠?

기존에 각 행사에서 진행해 온 굵직한 행사들을 되짚어 본다면, 올해 10월에 열릴 동남아 최대 게임쇼를 슬쩍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태국 게임쇼는 동남아 최대 B2C 게임 쇼케이스이기도 하지만, 1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다양한 문화 교류가 이뤄지는 장이기도 합니다.

태국 게임쇼의 코스프레 콘테스트가 가장 유명한 예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유서 깊은 부대 행사로, 수 백명의 참가자들이 상금을 놓고 자신들의 코스프레를 뽐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B2C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만큼 여러 기업 부스에서도 코스프레 모델을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게임 시연이나 핸즈온 등, 일반적인 게임쇼에서 만나볼 수 있는 즐길 거리도 기대할만 하며, 최근에는 게임 음악 라이브 쇼, 브이튜버(Vtuber) 이벤트 등 이용자와의 접점을 확장하는 부대 행사도 늘어났습니다. 2022년부터는 NFT, 메타버스 존 등도 운영했지만, 올해 기업이나 참가자 관심도에 따라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 크지는 않지만, 게임스컴 아시아에서도 인디 게임 시연은 활발했습니다
게임스컴 아시아는 행사 공간의 절반 이상을 B2B 구역으로 활용할 만큼 그 성격이 뚜렷한 편입니다. 올해에는 태국 게임쇼와 공동 개최하는 만큼, 방콕 행사장의 B2B 구역 확장을 어렵지 않게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대다수 모이는 만큼, 컨퍼런스가 활발하다는 점도 게임스컴 아시아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본토인 독일 쾰른에서 진행되는 데브컴(Devcom)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종종 굵직한 개발자들이 전해주는 강연 세션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편입니다. 두 게임쇼가 통합하면서 '게임스컴'이라는 네임벨류도 함께 챙기는 만큼, 주요 게임 기업의 참여나 스타 개발자의 컨퍼런스도 기대해볼만 합니다.

게다가, 게임스컴 아시아라고 매일같이 비즈니스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캡콤의 격투게임 타이틀로 치러지는 e스포츠 대회같은 경기도 진행되곤 했죠. 이러한 e스포츠 이벤트 또한 방콕으로 자리를 옮겨 이어나갈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게임스컴 아시아와 태국 게임쇼의 공동 개최는 '희망편'이라고 부를 만큼 기대되는 시너지가 높은 편입니다. 마치 서로에게 모자랐던 부분만 채워주는, 퍼즐 조각이 완성됐다는 느낌을 줍니다. 전시회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자원이나 물류 비용, 일정 충돌같은 외적인 문제 또한 공동 개최로 어느 정도 감소시켰기도 하고요.

▲ 사실, 스타 개발자 초청에는 게임쇼의 인지도도 큰 역할을 하는 편입니다 (feat. 작년에 게임스컴 아시아에 참석한 츠지모토 료조)

국내 기업 고민도 덜어줄 이번 공동 개최
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당신, 올해는 한 곳만 가도 됩니다

이번 공동 개최는 국내 기업의 관심을 환기시키기에도 아주 적합한 소식이었습니다. 동남아 지역 게임 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그동안 지역 오프라인 게임쇼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두 행사 중 하나를 취사선택해야 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취사선택' 문제는 몇몇 지원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태국 게임쇼에 출품하고자 하는 중소규모 개발사들에게 한국공동관을 지원해 주었고,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BIC 조직위 등은 우수 인디 게임으로 선정된 작품들을 게임스컴 아시아에 참여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올해 행사에 대한 지원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두 게임쇼가 공동으로 개최되는 만큼 지원 사업 또한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수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태국 게임쇼에서 현지 팬들과 소통에 집중한 '검은사막'
그간 여러 국내 게임 기업 또한 틈틈이 태국 게임쇼, 게임스컴 아시아에 참여하며 현지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올해 달라진 점이라면, 위에서도 수 차례 언급했듯 모든 일이 '한 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이죠. 태국 현지 팬들을 만나고 싶은 '검은사막'은 태국 게임쇼에, 글로벌 성과에 대한 강연을 준비했던 '데이브 더 다이버'는 게임스컴 아시아에 나서야 했지만, 올해만큼은 모두 방콕에 모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동남아 시장 진출을 바라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공동 개최가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지스타와 약 한 달 정도 차이를 두고 개최되는 행사이기에 참여 규모 면에서는 고민이 있겠지만, 행사의 성격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지난 시기와 비교하면 그 고민의 폭이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황재호 민트로켓 대표는 '데이브 더 다이버' 강연을 위해 작년 게임스컴 아시아에 참석했습니다
소위 K-콘텐츠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에 다소 우호적인 태국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는 데에도 이번 '게임스컴 X 태국 게임쇼 2025'는 이상적인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14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한해 태국에서는 많은 한국 콘텐츠가 사랑받아왔습니다. 특히 케이팝 관련 행사는 지난 1년 간 "쉴 새 없이(보고서 발췌)" 개최됐으며, 다수의 케이팝 아티스트 또한 태국에서 팝업스토어, 팬미팅, 콘서트 등을 진행했습니다.

음악 뿐 아니라 각종 OTT 등을 통해 제공된 콘텐츠의 인기도 대단했습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구글 트렌드 기준 태국 사람이 가장 많이 검색한 만화 10위에 올랐으며, 이를 게임화한 '나혼렙: 어라이즈' 또한 구글 트렌드 8위에 이름을 올렸죠. 외국 드라마 1위와 2위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 '눈물의 여왕'으로, 한국 콘텐츠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태국 게임쇼와 공동 개최를 발표한 쾰른메세측은 이러한 협업이 앞으로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 장(Next chapter)'이라는 언급이나, 태국을 '이상적인 무대'라고 밝힌 점은 지속적인 파트너십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과연, 이처럼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꿈 같은 공동 개최의 성과는 어떨 것인지, 다가오는 10월에 기대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났네요.

▲ 올해 10월. 태국. 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