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민트초코 소스와 치킨의 만남은..
안녕, 에디터B다. 나는 민초단이다. 아이스크림을 파인트 사이즈로 시키면 민트초코를 끼워 넣어야 서운하지 않다. 물론 민초단이라고 해서 모든 민초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식품업계에서는 펀 마케팅이 뜨면서 민초를 소재로 한 수많은 괴식이 파생되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대부분의 민초를 좋아하지 않는다. 민초는 한눈팔지 말고 아이스크림하고만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하면 좋겠다.
KFC가 민트초코 디핑소스를 출시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재밌자고 만든 펀 마케팅이다. 그러니 민트초코 디핑소스에 치킨을 찍어 먹으면 맛있는지 맛없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쓰지 않을 거다. 어차피 맛없을 테니까.
민트초코 디핑소스는 이렇게 생겼다. 다른 소스와 차이가 있다면 디핑소스라는 글자 뒤에 ‘하트’가 붙었다는 것과 ‘민초가 세상을 구한다’라는 문구가 있는 것 정도.
왼쪽은 민트초코, 오른쪽이 그레이비소스다. 그레이비소스는 기울이면 흐를 정도의 제형이고, 민트초코는 소스와 크림 사이에 있는 듯한 질감이다. 굳어 있는 양송이 스프 같은 질감에 가깝다.
빵칼로 소스를 살짝 떠보았더니 흘러내릴 듯 흘러내리지 않는 상태로 오랫동안 있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민트초코에 치킨을 찍어 먹어 보자.
소스에 찍어 먹을 치킨은 블랙라벨 치킨이다. KFC 블랙라벨은 순살계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큼지막한 조각, 육즙 가득 기름진 맛, 바삭거리는 식감. 세 박자가 골고루 맞아떨어진 블랙라벨을 민트초코에 찍으려고 하니 맘이 아프다.
혹시 이 조합이 맛있을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없겠지? 당연히 맛이 없다. 그건 소스를 개발한 KFC에서도 잘 알고 있을 거다. 이 맛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는 대체로 비슷했다. “양치하면서 동시에 치킨을 먹는 맛이에요. 우웩.”
각각 따로 먹으면 맛있다. 민트초코만 먹었을 때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고, 블랙라벨만 먹었을 때는 훌륭한 맛이다. 하지만 둘을 함께 먹었을 때의 조합은 정말 좋지 않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 딱 붙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민초는 치킨 맛을 해치고, 민초는 치킨 맛과 섞여서 오묘한 맛이 된다.
민트초코 디핑소스의 가격은 900원이다. 호기심으로 한 번쯤 사볼 수는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맛이 없다는 내용으로 1,142자를 썼는데, 정말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할까. 900원을 아껴서 블랙라벨 한 조각 더 사먹는 데 보태는 건 어떨까. 블랙라벨은 후라이드, 양념, 간장 다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