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창간 18주년 특별기획
한국의 인구 붕괴와 초고령화 사회가 유통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유통회사의 생존 전략을 살펴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 선생님’ 대교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저출산과 학령 인구 감소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자 돌파구로 실버산업에 베팅하면서다. 지난 2022년 오너2세 강호준 대표의 주도 아래 대교뉴이프(뉴+라이프)가 탄생한 배경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를 모토로 출범한 대교뉴이프는 시니어 교육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브랜드로 출범했지만 지난해 100% 자회사로 독립했다. 대교는 사업을 본궤도로 올리기 위해 48년에 걸친 교육 노하우와 전국 인적 네트워크를 대교뉴이프에 이식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168조원에 달하는 국내 실버산업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 위기를 기회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유소년인구(14세 이하)는 526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0년(631만명)과 비교해 20.0%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15만명에서 1051만명으로 29.0%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이면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대교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 인구의 감소는 대교가 전개하는 눈높이 학습지의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코로나19까지 덮치며 법인 설립(1986년) 이래 첫 적자를 낸 대교의 고민은 현실이 됐다. 그 해 280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283억원, 2022년 500억원, 지난해 278억원 등 영업손실은 이어졌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사태는 대교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는 계기로 작용했다.
대교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역삼각형의 인구 구조에서 실버산업의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그렇게 2022년 1월 ‘교육’과 ‘시니어’를 결합한 대교뉴이프가 세상에 나왔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대교뉴이프는 출범 당시부터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교 대표가 이끌고 있다. 브랜드 론칭 1년 반 만인 지난해 7월 대교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대교뉴이프를 독립법인으로 신설하고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강 대표의 주도 아래 그룹 차원의 지원 역시 두텁다. 대교가 투입한 자금은 이미 132억원에 달한다. 초기 5억원을 출자한 뒤 지난해 분사 과정에서 기존 영업 자산에 대한 현물출자(32억원)와 1년간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자금 출자(95억원)를 진행했다. 올 하반기에도 추가 출자를 확정하고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
눈높이 신화 재현할까
대교뉴이프의 시니어 솔루션 사업이 제2의 눈높이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 상반기 대교뉴이프 매출은 52억원으로 이미 지난 한해 46억원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올해 외형은 100억원을 돌파할 것이 유력하다. 대교에 따르면 한국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잠재력도 풍부하다. 하지만 낙관할 순 없다. 올 상반기 대교의 연결 기준 매출(3263억원)과 비교하면 아직 관련 사업 비중이 1.6%에 불과하고, 대교뉴이프의 순손실 역시 20억원에 달하는 등 갈길은 멀기 때문이다. 외연 확대와 더불어 실질적인 수익성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대교뉴이프가 전개하는 사업은 구체적으로 전문지도사의 방문요양 서비스, 시니어 인지·신체 케어 서비스, 전문인력양성 등이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오프라인 데이케어센터(주간보호센터)와 방문요양센터를 함께 운영한다.
대교는 사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존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눈높이 학습지를 통해 다져놓은 프랜차이즈 역량과 교육 콘텐츠 제작 노하우, 전국 인력망을 대교뉴이프에 접목한 것이다. 실제 두 모델의 사업 구조는 대칭되는 경향이 있어 연계가 활발하다. 대교가 적자에 빠진 최근 4년간 눈높이 학습지 교사 인력이 상당수 전문 교육을 거쳐 대교뉴이프의 요양보호사 및 지도사로 이동한 것도 이 같은 일환이다. 오프라인 센터 역시 대교 눈높이로 치면 ‘눈높이러닝센터’와 비슷한 역할로 유소년 학생 대신 고령층 고객이 해당 센터를 방문해 인지 케어 서비스를 받는 식이다.
대교뉴이프는 이 오프라인 거점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022년 데이케어센터 1호점 광명점에서 시작한 매장은 올 6월 기준 직영점 20개(데이케어센터 6개, 방문요양센터 14개)와 가맹점 11개(데이케어센터 3개, 방문요양센터 8개)로 늘었다. 수급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93명을 달성했다. 여기에 대교뉴이프는 이번 달 140억원을 들여 수도권 거점 장기요양센터 9개를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어서 몸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나아가 대교뉴이프는 내년 센터 200개점 개소 및 수급자 1만1700명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대교와 대교뉴이프는 '시니어를 위한 나라'를 목표로 달린다.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 강화 콘텐츠 기술력이 자신감의 근거다.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까지 뻗고 있는 영향력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대교뉴이프는 최근 일본의 시니어 재활∙자립 지원 전문기관인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와 맺은 업무협약을 일본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시니어 교육 역시 유소년 교육 사업에 버금가는 연간 5~6000억원 규모의 외형을 달성하겠다는 게 그룹의 의지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