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호황 이면]② '엇박자' 효성重, 뜨거운 전력·차가운 건설

K전력기기 산업이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지만 이면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미국 시장 편중과 기업별 재무 리스크는 활황을 무너뜨릴 수 있는 ‘구조적 뇌관’이다. 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기업의 민낯을 살펴보고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방향성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생성형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효성중공업이 극명하게 엇갈린 두 사업 부문의 성적표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AI(인공지능) 인프라 확대로 전력기기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중공업 부문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반면 건설 부문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원가상승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전력과 달리 건설은 한없이 차가워지는 ‘절름발이 경영’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시장에선 효성중공업의 수익성 양극화가 기업 가치를 낮추는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중공업 부문은 수주잔고 폭증으로 영업이익률이 20%대에 진입하며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건설 부문은 3%대라는 저조한 수익성으로 내실을 깎아먹고 있다. 돈을 버는 전력과 쓰는 건설이라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지속성장을 위한 전력 설비 투자 재원이 건설 부문 재무 리스크 방어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중공업 부문, 이익률 20.2%

효성중공업 성장을 견인하는 중공업(전력기기) 부문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해당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2127억원, 영업이익 2445억원을 달성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2%로 전년 동기(10.8%) 대비 2배가량 늘었다.

1년 만에 제조업계에서 ‘꿈의 숫자’로 불리는 20% 벽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계 영업이익률은 5.1~5.6% 수준이다. 수주잔고도 증가세다. 지난해 4분기에 신규 일감으로 1조9658억원을 확보해 수주잔고는 11조9000억원 규모다. 1년새 29.3% 늘어난 양이다.

/생성형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이익률과 수주잔고 증가의 일등공신은 생성형 AI 열풍이다. AI 연산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지어지면서, 초고압 변압기 및 차단기 등 전력 인프라 수요도 폭발했다. 아울러 북미 지역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까지 맞물린 결과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을 중심으로 한 현지 생산 전략도 실적증가의 배경 중 하나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에서도 미국 직접 생산 능력을 보유해, 물류비 절감과 세제 혜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중공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4조1483억원, 영업이익은 6988억원이다. 증권가는 올해 매출 예상으로 5조3473억원, 영업이익은 1조1362억원을 제시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28.9%, 영업이익은 62.6% 증가한 수치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높은 단가에 수주한 물량이 올해부터 실적으로 인식될 예정”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존 변압기 중심에서 전력 품질 솔루션 영역까지 확장하면서 수익성 높은 일감을 꾸준히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익률 3%’ 건설 부문, 재무 건전성 위협

한때 효성중공업의 캐시카우였던 건설 부문은 찬란한 성과를 보이는 전력기기에 밀려 ‘서자’ 취급을 받는 모양새다. 건설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294억원,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이익률은 3.0%에 불과하다. 전력기기와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전력 사업이 100원을 벌어 20원을 남기는 동안, 건설은 고작 3원을 남기는 데 그친 셈이다.

효성중공업 매출에서 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줄고 있다. △2023년 39.5%, △2024년 36.1% △2025년 30.0% 등으로 내림세다. 반면 중공업 부문은 같은 기간 59.9%, 63.3%, 69.5% 등으로 오름세다.

김포 효성 해링턴플레이스 풍무 조감도 / 사진 제공=효성

건설 환경이 악화가 된 게 서자로 전락한 결정적 이유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신규 분양 시장 냉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철근과 시멘트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원가 부담을 가중시켰다.

물론 효성중공업 건설 부문만 위기인 것은 아니다. 대형 건설 상장 4개사(삼성물산 건설·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7%다.

다만 다른 건설사와 달리 전력기기 분야와 ‘한 지붕 한 가족’인 효성중공업 건설 부문 입장에서는 사업별 수익성 차이가 커지는 것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급여 측면에서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 부문 부진은 효성중공업 재무 건전성까지 위협한다. 전력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건설 리스크 방어나 우발 채무 관리 등에 투입되고 있어서다. 쌓인 일감과 수요 대응을 위해 전력기기 생산라인 증설에 쓰여야할 자금이 건설 부문의 ‘밑빠진 독’을 채우는데 투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주요 시장인 주택 분야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정부 정책 영향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이나 발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프로젝트 관리 능력과 브랜드 가치, 기술력 향상을 통한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꾸준한 노력으로 실적회복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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