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한 지 2년, 두 사람은 수도권의 복도식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평범한 도시의 작은 아파트, 따듯한 일상은 거기서부터였지만, 문득 시골 생활에 대한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도시의 편리함보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 속 고요함이 더 끌렸던 것이다. 강원도 원주에 부모님께 증여받은 땅이라는 든든한 기반 덕분에 두 사람은 과감히 '집 짓기'를 선택했다.

“단지 사는 곳의 차이일 뿐이에요.” 도시냐 시골이냐, 아파트냐 주택이냐고 물으면 그녀는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중요한 건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다. 그렇게 시작된 집짓기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서,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경험이 되었다.
설계도면부터 도면 미세 수정까지, 우리가 짓는 우리 집

첫 착공은 따뜻한 봄. 하지만 건축은 시간이 걸렸다. 본인이 직접 그린 평면도를 기반으로 설계했고, 창문의 위치, 계단 실용성 등 세세한 부분까지 손보며 조율해 나갔다. 집은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사는 이의 일상이 녹아든 결과물이었다.

복도식 구조에서 오는 채광을 극대화하고자 픽스창을 활용하고, 계단 아래는 다용도실로 전환했지만, 보일러 이슈로 다시 조정했다. 설계의 모든 과정은 다림질하듯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그 혼선의 시간들이 이 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따스함과 실용성이 공존하는 살림의 중심, 거실과 주방

현관을 지나 복도로 들어서면 따뜻한 느낌의 우드 컬러와 베이지 톤이 맞아준다. 그녀가 강조한 건 ‘따뜻하고 아늑한 집’이다. 맞춘 듯 은은하게 이어지는 톤 속에, 곳곳의 포인트들이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복도의 한쪽 벽은 라운드 처리를 통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붙박이장은 문고리 크기까지 다르게 설계해 위트를 더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안에 숨기듯 넣고, 청소기·스팀다리미 등 살림소품은 깔끔하게 보관한다. 거실은 프레임처럼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다육이 식물과 빈백이 포근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TV 옆 벽에는 자연소재로 만든 트리 장식이 붙어 있다. 인위적인 화려함보다는 이 집에 어울리는 소박한 멋이 곳곳에 배어있다.

주방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정교하게 반영한 공간이다. 수납 효율성을 위해 직접 스케치하고, 빌트인 서랍형 김치냉장고를 채택했다. 수납은 부족한 공간을 채우는 문제이지만, 동시에 움직임을 고려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가족과 손님이 오가는 공존의 공간, 다이닝룸 스타일링

다이닝룸은 이 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다. 10명 이상이 앉을 수 있도록 확장 가능한 원형 테이블을 선택한 건, 손님을 초대하기 좋아하는 부부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선택이었다. TV를 보며 밥을 먹고 수다도 떨 수 있는 탁 트인 구조는 친구들을 위한 환대의 공간으로도 손색없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에, 그는 컴퓨터도 가져와 이곳에서 작업하곤 한다. 거실과의 경계에 두었던 벽에는 처음엔 그림을 생각했지만, 이내 포인트 거울이 자리를 대신했다. 여백을 채우는 이 작은 변화가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카페 같은 주방’은 사실 ‘나에게 맞춰진 주방’에서 시작된다

주방 구조는 몇 번을 지우고 다시 그렸다. 그녀에게 주방은 단순히 요리하는 공간 그 이상이다. 동선에 맞춰 설계된 수납과 배치, 그리고 손에 익는 높이의 조리대가 오랜 고민과 정성의 결과를 보여준다. 냉장고 오른편에는 타공판을 설치해 추가 수납 공간을 만들었고, 위 보드는 모두 정확한 사이즈로 맞춰 시공했다.

이렇게 완성된 주방은 보기에만 예쁜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집 사용하는 사람의 하루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실용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이 실용성은 널찍하거나 고급 자재에서 오는 것이 아닌, 사소한 배려와 조율에서 비롯된다는 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