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시절과 똑같이 예쁘게 자라서 사진만 봐도 누군지 다아는 스타

(Feel터뷰!) 영화 '킬러스'의 심은경 배우를 만나다 -②
영화 <더 킬러스>는 이명세 감독이 추진한 프로젝트다. 심은경과 킬러란 두 재료로 네 감독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앤솔로지 형식을 띈다. 모든 작품에 주연이 아닌 숨겨진 얼굴, 감초, 키맨 등 역할이 달라진다. 제목부터 살벌한 ‘살인자’를 주제로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감독이 자신만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 《살인자들(The killers)》과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한다.

극장 개봉 후 VOD 및 OTT를 통해 윤유경 감독의 <언 땅에 사과나무 심기>, 조성환 감독의 <인져리 타임>까지 총 6편이 공개 예정에 있다.
한국이 싫어서 떠난 게 아냐,
자극제가 필요했을 뿐

아무래도 국내 관객은 심은경의 일본 활동과 수상을 보며 한국 활동의 갈증을 느꼈을 것 같다. 일본에서 활동하며 한국 작품에 참여해 차이점도 느꼈을 것 같고, 오랜만에 한국 작품을 하며 스스로 달라진 점도 있을 것 같다.

“한국이 싫어서 떠난 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해외 활동을 하고 싶은 욕심과 목표가 있었다. 어떤 나라든 상관없었는데 그중 하나가 일본이었고 2018년 유마니테와 정식 계약 했다”며 운을 떼었다.

“생활은 해야 하니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배우로서 표현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목표가 있었다. 일본 활동 이유에 대한 유튜브의 자극적인 영상과 가짜 뉴스 등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이 아니니까 웃어넘겼다. 언젠가 정식으로 이야기할 자리가 있다면 오해는 풀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그 자리가 바로 오늘이다”라며 일본 활동으로 연기 방식의 변곡점을 맞았다고 털어놨다.

일본 활동을 병행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서 진중하게 대답했다. “저는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게 아니다. 현장에서 익힌 것을 토대로 해왔었다.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나아가는 20대 초중반 때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았다. 열심히 해도 도돌이표처럼 제자리 같고, 뭐가 문제긴 한데 뭔지를 못 찾겠더라”며 터닝포인트를 찾지 못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어릴 때는 날것의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연습하면 퇴색된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일본 가서 깨닫게 되었다. 일본어가 서툴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서 매일 연습했었는데 이 방식을 잊어버리고 살았던 거다. 일본어 연습 때문에 국어책 읽듯이 반복하며 읽다 보니, 오히려 퇴색이 아닌 연기가 살아났다. 작품 전체를 보는 시각이 생기게 되었다”며 경력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 준비 방식이 최근에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워크숍(대사를 끊임없이 읽으며 연습)에서 힌트를 얻었다. 연습만이 살길임을 비로소 확신했다. 피나는 연습은 음악에 한정된 게 아니고 연기에도 통하는 방법임을 알 수 있었다. 이명세 감독님의 현장에도 리허설을 자주 했었다.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과 자세의 변화가 생겼다”며 <더 킬러스>가 연기 연구 방식의 변곡점이 되었다고 곱씹었다.

반복적인 연습과 노력은 바다 건너 열도에서 통했다. 심은경은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니야’며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장하다고 생각해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으니 즐기는 마음으로 멋지게 꾸미고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직도 상 받은 게 믿기지 않는다. 경련이 일어나고 몸이 굳어 버렸다. 존경하는 배우 야쿠쇼 코지가 이름을 호명하는데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나중에서야 영상을 보니, 백상 예술대상 때와 비슷하게 말했더라”며 수줍게 말을 이었다.

아역부터 시작해 당시에는 매니저로 활약했을 어머니를 향한 존경심과 사랑도 들어볼 수 있었다. <업자들>에서 납치당한 ‘소민’이 어머니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실제 어머니의 육성 연기를 들어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절 봐왔던 분이고, 누구보다 제 연기를 잘 아는 사람이다. 상대 역할도 자주 해주셨다. 이제 다 컸으니 더 이상 가르침은 없지만. 엄마가 은근히 연기 욕심도 있고 또 연기가 나쁘지 않다. 이번에도 한번 맞춰 달라고 했는데 연습 녹음 버전을 듣고 감독님이 좋아하시더라. 저도 몰입이 확 되는 절묘한 캐스팅이었다”며 아이디어를 공유한 사례를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두 현장을 경험한 심은경은 차이점과 공통점을 들며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차이점이라면 영화 촬영 기간이다. 한국은 한 편당 최대 3-4개월을 두고 진행되는데 일본은 작품의 장르와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1년 넘게 촬영하기도 하는데 제가 참여한 작품을 예로 들자면. <블루아워>(2020)는 2주, <신문기자>(2019)는 20여 일 만에 끝났다. 같은 점이라면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모두가 고생하고, 스태프와 배우가 한 프로젝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열정이다. 2주든, 20일이든, 1년이든 작품 자체를 대하는 자세는 배우의 유연성에서 비롯됨을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고전 영화를 즐겨 보고,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은 시네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인생 영화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배우로서는 당연히 <더 킬러스>다. <더 킬러스>와 접목해서 생각해 보니 팬으로서 자크 타티의 <플레이 타임>(1967)이다. 영화 한 편에 추구하는 형식미다 다 들어있다. 60년대 이미 구현했다는 데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무성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20)이다”며 영화 홍보에 맞는 센스 있는 현답으로 즐거움을 안겼다.

20년 차 배우의 관록이 느껴지는 품격 있는 대화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다.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적 대화의 장이었다.

“20년 동안 연기했다고 생각하니 인내해야 했던 시간, 받아들여야 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 같고 매번 고민이 앞선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큐를 보면 ‘아.'.모르겠다, 다 귀찮아’하면서도 끊임없이 작업을 놓지 않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가도 은퇴를 번복하는 게 이해된다. 저도 연기는 잘 모르겠고 알고 하는 거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더 킬러스> 같은 영화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고,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가도 번복하고야 마는 마음의 연속이다”라고 말했다.

배우 심은경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를 갖고 싶냐고 묻자 “어떤 수식어에 가두기보다, 관객분들이 보고 느끼는 대로 말씀해 주시길 바란다. <더 킬러스>는 사운드, 화면 비율, 디테일, 미장센 등이 극장에 최적화되어 있다. 지속 가능한 작업과 환경이라는 이명세 감독님의 바람이 담겨 있는 영화다. 모두가 합심해서 만든 결과물이니 부디 극장에 발걸음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배우 한 명을 중심에 두고 여러 감독의 연출과 해석이 돋보이는 <더 킬러스>는 오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글: 장혜령
사진: (주) 스튜디오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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