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방상 노광철로 전격 교체, 평양 방공망 南 무인기에 뚫려 문책성 가능성

정충신 기자 2024. 10. 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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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상 권순남에서 노광철로 교체 배경 두고 문책설 대두
軍 “사실확인 불가”…北 “한국 군부, 주범 또는 공범” 주장
北, 촬영했다면서 기체는 미공개…방공 실패·자작극 등 가능성
지난 7∼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상에 재기영된 노광철.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금의 국방상인 인민무력상에 기용됐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평양 핵심부 상공으로 침투했다고 주장했지만, 무인기 실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 명백한 후속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함께 북한은 이번 사태에서 허약하기 짝이 없는 평양 방공망 수준을 일부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북한 주장에 따르면 지난 3, 9, 10일 밤 등 세 차례에 걸쳐 무인기가 평양으로 침투했다. 북한은 무인기가 상공에 떠 있는 장면은 촬영했다면서 공개했으나 해당 기체를 확보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평양 상공은 흔히 말하는 ‘십자포화’가 이뤄지는 다중의 방공망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최근 북한이 국방상을 강순남에서 노광혁으로 교체한 것이 방공 작전 실패의 책임을 물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평양까지 무인기를 날릴 능력을 갖춘 주체인 우리 군은 ‘사실 여부 확인 불가’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주범 또는 공범의 책임”이 있다고 군을 겨냥하면서도 특정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13일 군과 각계 무인기 전문가 등의 견해를 종합하면 평양 상공에 떠오른 무인기 운용 주체에 대해 군용 무인기일 가능성, 민간 무인기가 북으로 갔을 가능성, 북한의 허위 주장 가능성, 북한 내부 반(反)정권 세력의 소행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군은 지난 11일 북한이 외무성 중대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처음 주장한 직후에는 “그런 적 없다”고 밝혔다가 이후 공식 입장을 정리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발표했다.

북한 주장에 대해 어떤 내용이든 사실관계를 확인해주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대응과 행동에 혼선을 초래하겠다는 의도다.

군 안팎에서는 군이 무인기를 북한에 보내는 정전협정 위반 행위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았다는 비공식적 설명이 따라붙는다. 아무리 북한 도발에 공세적 태도를 취하더라도 선제적으로 무인기를 보낼 일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신임 노광철 국방상이 김정은(앞줄 왼쪽 세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9주년 기념 연회에 김 위원장이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최선희 북한 외무상,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 김 위원장, 노광철 국방상. 김 위원장 뒤편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모습도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이에 민간 단체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날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측에서 평양까지는 적어도 약 140㎞를 날아가야 한다. 북한이 2022년 말 서울 상공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켰을 때처럼 좌표 사전 설정 방식을 적용한다면 꼭 위성통신 등이 필요하지는 않으므로 이론상 민간도 평양까지 무인기를 날려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이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상공 구역에서 촬영했다는 사진에선 고정익 형태의 무인기로 보이는 물체가 식별된다. 이는 대북 전단을 보낼 때 민간 단체들이 활용한 바 있다고 알려진 프로펠러 드론과는 다른 형태다.

중국 업체들이 대량 생산하는 저가의 민수용 프로펠러 드론과 달리 고정익 무인기는 민간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으로 알려졌다. 민간이 보낸 무인기가 맞는다고 해도 이를 누가 제공했는지는 다른 차원의 사안이 될 수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군의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 내부에서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원론적인 가능성 제기인 동시에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내부 반(反) 정권 세력의 행위일 가능성, 북한 정권과 군부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그것이다.

북한이 무인기가 살포한 것이라면서 공개한 ‘삐라’는 기존에 한국의 민간 단체들이 보내던 전단과는 내용이나 양식이 다른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기존에는 전단을 제작해 보내는 주체별로 특징이 확연하게 달랐는데 이번에는 특징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가혹한 주민 통제를 고려할 때 개연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전단을 제작하는 내부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일각에서는 북한 자작극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북한은 무인기 침투를 일반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했는데, 이런 식의 자작극으로 한국을 악마화함으로써 최근 김정은이 제기한 ‘두 국가설’과 ‘통일 포기’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다만 북한이 여러 사안에서 과장·기만을 일삼기는 했어도 없는 일을 꾸며 창작하는 수준의 조작은 드물었다는 점에서 ‘자작극설’에는 신중론이 함께 제기된다.가령 실패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이라고 주장한 적은 많지만, 쏘지도 않은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자작극을 전제로 하면 북한이 의도적으로 기체는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기체 공개 시 외부의 추가 분석에서 북한 주장의 허점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런 주장을 토대로 도발을 정당화할 수 있고, 실제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2년 전처럼 무인기를 또 남쪽으로 침투시키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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