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CORNER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여섯 가구가 모여 단지형 전원주택을 지었다. 집의 형태는 동일하지만 그곳을 채워 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경사 대지를 활용해 전망은 물론 프라이버시도 확보한 형태가 편안하고 쾌적하다.
진행 남두진 기자│글 자료 이대우건축사사무소│사진 김동규·조엘 모리츠 작가
DATA
위치 전북 진안군 성수면
건축구조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골조 -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2,223㎡(672.46평)
건축면적 476.69㎡(144.20평)
연면적 476.69㎡(144.20평)
1호 82.58㎡(24.98평)
2호 27.5㎡(8.32평)
3호 71.45㎡(21.61평)
4호 98.45㎡(29.78평)
5호 98.45㎡(29.78평)
6호 95.52㎡(28.89평)
건폐율 21.44%
용적률 21.44%
설계기간 2019년 1월 ~ 6월
시공기간 2019년 8월 ~ 2020년 1월
설계 이대우건축사사무소
010-3018-6859
leedaewooa@gmail.com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골강판
외벽 - 테라코트
데크 - 방킬라이
내부마감
천장 - 투명오일스테인
내벽 - 실크벽지
바닥 - 이건마루
단열
지붕 - THK225 비드법 보온판
외벽 - THK190 비드법 보온판
바닥 - THK125 비드법 보온판
도어 실내 - 영림도어
창호 알루미늄 시스템창호(로이삼중유리)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건축주 여섯 가구는 각자 다른 삶을 지내다 전북 진안이라는 장소에서 귀농이라는 고리로 엮였다. 그중 농촌 목회를 하시는 목사님이 주축이 돼 신도들과 농사를 지으면서 공동체 생활을 했고, 서울 교회들과 자매결연을 해 수확물을 판매했다. 공동생활의 비전을 가지면서 각자의 집에서 살다 조금 더 가까이 모이고자 결심하고 설계를 의뢰했다.
여섯 가구는 구성원에 따라 30평 3채, 25평 1채, 22평 1채, 8평 1채의 단지형 단독주택을 요청했다. 각기 다른 규모의 집이 마치 한마을처럼 보이면서 이웃 간의 소통 공간도 있어야 했고 동시에 프라이버시도 확보해야 했다.
초기 대지 및 지역 여건
주변은 남쪽으로 진안고원산맥, 섬진강, 농지가 펼쳐졌고 북동서쪽이 나지막한 산세로 둘러싸인 풍경이었다. 그 사이에서 본 대지는 기존 농촌 마을에서 400m 정도의 농로로 연결되고 9m 고저 차의 경사를 가지고 있었다.
주변 농가주택은 온전히 기능에 충실한 내부 지향적인 모습이었다. 마당이라는 훌륭한 공간이 있지만 사계절 변화를 실내에서 느끼기에는 부족한 듯했다. 평면도 시골집의 앞마당, 뒷마당과 바로 연계되는 홑집 형태가 아닌 흔한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겹집 형태였다.
이런 모습은 계획의 시작점에서 중요한 요소가 됐다. 마침 진안군에서는 농촌 살리기 정책의 일환으로 당시 3채 이상의 집을 같이 지으면 전기, 상하수도,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을 구축해 주고 있었다.
주택 사이의 관계성을 건축적으로 풀어내
대지는 진입 도로보다 레벨이 낮았다. 즉, 집을 내려다보며 진입한다는 뜻이다. 주변 풍경과 단출한 형태의 박공지붕이 겹쳐 보이길 바랐다. 이는 평면과 규모가 다른 여섯 채의 집이 경관을 묶는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 외갓집 처마 끝에 하늘, 햇살, 빗물 등이 떨어지던 모습을 되살려 지붕의 적절한 스케일을 정했다. 이런 지붕은 집에 드나들 때 자연스럽게 지붕 너머 나무와 하늘, 진안군의 자연 요소를 담아내는 배경이 된다.
다음 계획의 본격적인 시작은 대지를 만지는 일부터였다. 진입 도로에서 경사져 내려간 대지는 고저 차가 있었기에 단지 내 경사 도로의 선형을 잡고 다시 그 도로와 연결되는 여섯 개의 대지로 나눴다.
여섯 개의 대지는 약 1.4m의 레벨 차이가 나는 기단을 형성했고 이 기단은 집의 형태를 고민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내향적인 ‘ㄷ’자와 ‘ㄱ’자 형태에 지형에 순응하는 낮은 박공지붕의 집 그리고 레벨 차이가 존재하는 대지를 이용해 자연 경관을 품는 집이 되고자 했다.
같은 듯 다른 실내 구성과 인테리어 컨셉
현관은 실내에서의 첫인상이자 동시에 환대 공간이기도 하다. 단지 신발을 벗고 실내로 스쳐가는 공간이 아니길 바랐다. 햇빛이 들어 밝고 따뜻한 기운을 주며 주변 풍경과 겹쳐 보이는 그런 풍성한 전실이 되길 바랐다.
마당을 통해 현관으로 진입하면 넉넉한 스케일의 공간과 자연 채광, 주변 풍경이 들어오는 창을 먼저 마주한다. 실내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신발장 및 수납장은 넉넉히 마련해 수납 및 기타 편의 기능을 더했다. 같은 형태와 스케일로 현관과 전실을 계획했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방법은 집마다 다르다. 어떤 집은 작은 티테이블과 의자를 두었고, 어떤 집은 장식장이나 화분을 놓았다. 어떤 집은 그냥 비워 두기도 했다.
거실·식당·주방은 벽으로 구획해 단절하기보다는 하나의 큰 공간에서 커뮤니티가 발생하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이곳에서는 마당으로 난 큰 창문을 통해 실내가 밖으로 확장되고 마당과 남쪽 진안고원산맥이 한눈에 담긴다. 박공지붕 형태를 그대로 살려 층고를 확보해 트인 공간감을 더했고 천장 목구조를 노출시켜 벽과 대비되는 구조미를 드러냈다.
특히 주방은 상부장을 없애고 넉넉한 사이즈의 아일랜드 테이블과 키큰장으로 구성했다. 설계 당시 주방 위치가 노출돼 부담이 있고 부족한 수납공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실과 식당을 포함해 마당과 연결된 덕분에 오히려 가족 간 소통이 원활하고 동선 효율이 좋은 공간이 됐다.
살아가는 사람이 채워 나가는 집
완공 후 입주한 한 건축주가 이런 말을 전했다.
“이곳이 골짜기 지형이어서 바람이 많이 불어요. 근데 이 마당에 들어오면 바람이 들지 않아 너무 편안해요. 대문, 담장이 없어 걱정이기도 했는데 보호받는 느낌도 들고 앞집 지붕이 낮아 전망을 가리지 않아 답답하지도 않고 너무 좋아요.”
한편, 마당은 거실과 연계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사용은 집마다 다르다. 데크를 설치해 모임 장소가 되고도 하고 연못에 각종 나무와 꽃을 식재해 정원이 되기도 하며 근사한 나무 한 그루로 나만의 힐링 공간이 되기도 했다.
살아가는 사람이 채워 나가는 집, 저마다의 삶의 방식에 맞춰 공간을 채우고 만들어가는 모습은 건축가로서 상상만 해도 즐겁다.
2019년 사무실 개소 후 진안 귀농 농업인주택, 평창동 주택, 연남동 SVM사옥 리모델링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고, KIST글로벌기숙사 리모델링 공모, 추풍령 주거플랫폼 생활SOC문화복합시설 설계공모 외 다수의 공모전에서 입상한 바 있다. 귀농 농업인주택은 2023년 전라북도 건축문화상 은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