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광주제일고등학교 권현우

무조건 찢을 준비

한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대회에서 고교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선수가 등장했다. 전국대회 우승을 기록한 부산고 야구부를 상대로 보여준 묵직하고 깔끔한 공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맥없이 돌아갔고, 아웃카운트는 속절없이 늘어만 갔다. 그라운드 안팎의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이 경기는 새로운 대형 투수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잠시 부상으로 주춤한 투수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봄을 지나 여름의 문 앞에 올 때까지 마운드 위에 오른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교 생활의 마지막 1년이기에 답답한 심정을 숨기기 힘들었을 터. 꽉 막힌 숨을 고르며 준비한 복귀는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마침내 푸른 잔디 위에서 이 아이의 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듯, 무조건 찢을 준비를 마친 권현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nseok Kim Location Gwangju Jeil High School

권현우

출생 2006년 3월 28일
신체조건 190cm 90kg
출신교 광주 서림초-광주 충장BC-광주제일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3년 성적 11경기 30이닝 평균자책점 3.00 1승 0패 36탈삼진 20사사구 25피안타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번째 만남이에요. 자기소개 먼저 하고 인터뷰 시작할게요. (5월 15일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광주제일고등학교(이하 광주일고) 투수 권현우입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비가 오면 운동이 빨리 끝나요. 일찍 끝나면 최대한 휴식을 취하려고 하고요. 쉬는 걸 중요하게 여겨서 평소보다 빨리 자거나 집에서 시간을 보내죠. 광주는 오후 늦게 비가 오기 시작해서 훈련엔 지장 없었지만, 덕분에 조금이라도 일찍 종료돼서 운이 좋다고 친구들끼리 얘기했어요.

휴일인데도 운동 스케줄이 있었네요.
달력에 빨간색으로 칠해진 휴일에도 오전 훈련은 기본적으로 진행해요. 오늘은 오후까지 했고요.

#아픔을 딛고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 부산고와의 경기가 눈에 띄어요. 5.1이닝 동안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팬들의 이목을 끌었고요.
시합 전날 선발 투수로 올라간다는 소식을 감독님께 들었어요. 부산고는 작년 전국대회 우승팀이잖아요? 긴장도 했지만, 이기기 위해 상대 선수들을 한 번 더 찾아보고 공부한 후에 경기장에 들어갔죠. 게임이 시작한 후엔 ‘너넨 어차피 내 공 못 친다’라고 마인드 컨트롤하며 공을 던졌고요.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한 점도 내주지 않아 기뻤어요.

본격적인 시즌 첫 대회라 꼼꼼하게 준비한 모습이 보여요.
광주일고가 작년에도 1승 1패로 명문고전 본선 진출에 실패했어요. 올핸 한 번만 승리하면 올라갈 수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첫 경기부터 사활을 걸었죠.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지만 반대로 아쉬운 점도 존재할 텐데요.
중반부에 사고가 있었어요. 변화구를 던질 때 공이 빠지며 몸에 맞는 볼을 내줬죠. 사사구를 거의 내주지 않은 상황이라 아쉬웠어요. 공의 구위도 중요하지만 제구력이 좋아야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어요. 제가 노력해야겠죠.

마운드 위에선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작년까지는 그랬어요. 올해 들어선 포수 미트에만 집중하며 타자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마인드가 바뀐 계기가 있어요?) 타석에 선 상대와 싸워야 하는데, 고민이 길어지면 제 안에서 마찰이 일어나는 기분이었어요. 바꾼 후에 성적도 상승곡선을 그렸죠.

본인의 강점 한 가지를 꼽자면요?
플레이할 때 다음 동작이 몸에 배 있는 게 장점이에요. 평소 훈련량이 많아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계산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움직여요. 그만큼 행동이 빠르고요.

명문고 야구열전 이후에는 부상 소식이 들렸어요.
대회 종료 후에 연습 게임을 했어요. 시합이 끝난 후에 어깨 통증이 있어 병원에 갔고, 염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큰 문제가 아니라, 일주일 정도 쉰 후에 공을 던졌는데, 급한 마음에 휴식 기간에도 야구를 놓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부상이 길어졌죠. 제겐 마지막 1년이잖아요. 하루하루가 아까웠어요.

신세계이마트배 고교야구대회는 아쉬움으로 남을 거 같아요.
몸이 근질근질했죠. ‘내가 저 상황에 그라운드에 있었다면 경기 결과가 달라졌을까’란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아쉬워만 하기보다는 앞으로 있을 대회에 집중하고 싶어요. 기회는 남아 있으니까요.

재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학교에서 코치님과 매일 따로 보강 훈련을 했어요. 훈련 자체가 힘들다기보단 혼자 떨어져 운동하는 점이 힘들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기사에 실리거나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전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느껴졌죠. ‘안 아팠다면 훨씬 잘할 수 있을 텐데, 왜 다쳤을까’하고 자책하기도 했고요. 조급한 마음도 있었죠.

부상 복귀 후에 만난 동료들이 더욱 반가웠겠는데요?
다신 아프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현우가 왔으니까, 앞으로 있을 대회에 파이팅 넣어보자는 다짐도 같이했고요.

이전 대회에 나서지 못한 만큼 앞으로의 대회를 향한 욕심도 클 거 같아요.
어떤 상대가 나오든 무조건 찢을 준비가 됐어요.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무조건 팀 우승이 첫 번째고, 제 개인적인 목표는 나중으로 미루려고 해요. (그래도 하나만 얘기할 수 있다면요?) 기회가 된다면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발탁되고 싶어요.

#우리들의 WIND UP

작년 광주일고에서 ‘우리들의 WIND UP’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했어요.
작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진행할 때예요. 저뿐만 아니라 팀 동료들 모두에게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죠. 개인적으론 컨디션이 올라왔을 시점이라 더욱 기억에 남고요.

더그아웃과 경기장에 카메라가 설치된 게 어색하진 않았나요?
외면하려고 해도 카메라가 있는 쪽에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의식도 했고요. 시합 중에 점수가 나면 일부러 렌즈 앞에서 친구들과 세레머니를 하기도 했죠.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경험도 색달랐을 거 같아요.
첫 인터뷰라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동료들과 맞춰보기도 하고요. 하지만 촬영 중에 떨린 건 컨트롤하지 못했어요. 말하는 게 좀 부자연스럽기도 했고요. (지금은 막힘없이 답변이 나오는데요?) 사실 지금도 굉장히 긴장 중이에요. 대면이 아니라 다행이죠.

촬영하며 기억에 남은 경기는요?
봉황대기 대회 전에 전주고와 연습 게임을 했는데, 그 경기에서 제가 썩 좋지 못했어요. 좋은 모습만 영상에 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컸어요.

전 프로야구 선수들이 종종 광주일고를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들려요.
동계 훈련부터 곽정철, 김병현 선배님이 오셔서 도움을 받았어요. 김상훈 코치님도 자주 방문하셔서 포수 친구들을 도와주세요. 곽정철 선배님에겐 트레이닝 방식이나 본격적인 시합 시작 전 준비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김병현 선배님에겐 피칭할 때 본인이 갖고 있는 힘을 활용하는 팁과 하체 밸런스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고요.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해 본 분들이 직접 알려주시는 시간이잖아요? 더 집중하게 됐죠. (어떤 가르침이 가장 도움이 됐나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고민하던 부분이 있었어요. 해결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바로 짚어서 말씀해 주셨죠.

조윤채 감독이 올해 광주일고에서 주목해야 할 투수로 권현우를 꼽았어요.
감사했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땀 흘리고 있어요.

조윤채 감독과는 평소엔 어떤 대화를 나누나요?
최근엔 부상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로 했어요. 어깨 통증은 괜찮은지, 다른 아픈 곳은 없는지 등 제 컨디션을 계속 확인해 주셨죠. 부족한 부분의 피드백도 있었고요. (대화 내용이 궁금하네요.) 횡으로 휘는 변화구가 부족해서 슬라이더를 장착할 수 있다면, 피칭 디자인을 만들 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어요.

이 자릴 빌려 감사 인사를 해볼까요?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제가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닌데도 인터뷰 때 언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제가 더 잘해서 광주일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후배들의 롤 모델로

언제 야구를 처음 만났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베이징 올림픽 재방송을 봤어요.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며 아버지가 운동만 열심히 하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며 야구를 추천하셨죠. 장난이 섞인 대화였지만, 그때부터 조금씩 제게 스며들기 시작했어요.

야구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요?
원래 동네 친구들과 취미로만 즐겼어요. 그러다 야구부에서 갑자기 투수로 등판했는데, 첫 삼진을 잡았죠. 그때 짜릿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며 야구를 진지하게 보게 됐죠. (처음부터 투수였네요?) 투수와 야수 모두 했지만, 마운드 위에 서는 비율이 더 켰어요. 마음속의 비중도 투수가 컸고요.

야구선수의 길이 재미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요.
원래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15cm가 컸어요. 몸은 말랐고요. 체중 증량과 신체 밸런스를 함께 잡아야 했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스피드도 올려야 했고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밸런스를 잡을 땐 코어 근육이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스쾃 같은 하체 보강을 우선으로 했죠. 불안하지 않기 위해 심리적인 공부도 했어요. 제 피칭 영상을 보며 제구력을 잡기 위한 방법도 고민하고요. (어떤 방법이 가장 큰 도움이 됐나요?) 유튜브에서 한 다트 선수가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영상을 봤어요. 집중의 정도를 떠나서 언제든 원하는 곳을 맞힐 수 있는 상상을 하면 실전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죠. 비슷하게 따라 했고, 그러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어요.

후배들에겐 어떤 형이에요?
동생들에게 제 첫인상을 물어보면 굉장히 무서웠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에요. 제가 키도 크고 인상도 착한 편은 아니라 부정적인 반응이 많죠. 근데 제가 후배들 밥을 정말 잘 사주는 편이에요. (웃음) 처음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편하게 다가오는 친구들이 늘어나요. 2학년 투수들은 심리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아이도 있고요.

예능 캐릭터라는 소문도 들려요.
제가 투수조 조장으로 똑 부러진 면도 있는데, 야구 능력만큼 허당끼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동료들이 있어요. 혹시나 공을 내려놓게 되면 예능계로 진출하라는 추천도 종종 받아요.

투수조 조장으로서 특별히 고마운 동료가 있나요?
김태현 선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저보다 1살 높은 유급생인데, 제가 팀 분위기를 못 잡고 있으면 옆에서 같이 후배들과 소통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줄 때가 있어요. 동생들을 편하게 대해주고요. 마운드 위에 있을 때도 뒤에 태현이 있으니까 마음 편하게 던지고 넘겨주자는 마인드도 생기고요.

1, 2학년 때 기억에 남은 선배도 있나요?
현재는 동국대학교에 진학한 곽민승 선수요. 형의 태블릿 PC 사진함에는 야구밖에 없어요. 일본의 투수들 투구 영상도 모두 저장해 놓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어요. 인생을 야구에 걸었다고 보일 정도로 대단했죠. 형의 열정을 본받고 싶었고요. (실행으로 옮긴 부분이 있어요?) 야구뿐만이 아니라 사용하는 제 몸을 잘 알아야 한다는 부분이요. 신체나 기본 운동 내용이 담긴 책을 볼 때도 있어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투구폼을 보며 분석하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형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어요.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어요?
언제 마운드에 올라도 상대 타자가 쉽게 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간이 지났을 때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권현우를 지켜볼 팬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제 인터뷰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든 성공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8호 (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www.youtube.com/@DUGOUTMZ
네이버TV tv.naver.com/dugoutmz


<더그아웃 매거진>은 대단한미디어가 제작,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포스트 내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대단한미디어와 표기된 각 출처에 있습니다.
잡지 기사 전문을 무단 전재, 복사, 배포하는 행위를 금하며,
적발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