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출 열 올리는 지방은행…'부실채권' 우려 커지는 대구은행
지난해 5개 지방은행이 일제히 대기업 대출 비중을 늘렸다. 당국의 중소기업 대출 의무비율 규제 완화 및 금융시장의 변화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부실채권 관리에선 4개 지방은행이 만족할 만한 수치를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경남은행만 선방했다. 특히 대구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증가율이 매우 높아 대출영업에 열을 올릴수록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조7149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9.2%(9058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경남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2조115억원으로 14.7%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대구은행은 13% 늘어난 4조4493억원으로 지방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의 대기업 대출 성장률은 △KB국민(8.9%) △우리(8.5%) △신한(8.2%) △하나(4.5%) 등 4대 시중은행보다도 높았다.
이 기간 남은 지방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광주은행(6417억원, 6.0%) △부산은행(3조707억원, 3.1%) △전북은행(5417억원, 2.0%) 순이다.
지방은행이 단기간 내 대기업 대출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규제 균형이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4월 회의에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차등 적용됐떤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50%로 일원화하기로 의결하고 같은 해 7월부터 적용했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관련 규제에 따라 신규 대출 시 45%를, 지방은행은 60%를 중소기업에 할애해야 했다. 당국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50%로 일괄 적용해 지방은행이 보다 유연한 대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금융 환경의 변화도 지방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에 기여했다.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금리가 크게 뛰면서 대기업들이 채권시장 대신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이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도 개인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보다 연체 걱정이 적은 대기업 대출 비중을 늘리는 편이 합리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 지수는 28로 대기업(6)보다 5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당분간 지방은행의 대기업 대출 늘리기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과 중소기업 모두 신용위험 지수가 올랐지만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가 대기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대기업의 신용위험 지수는 8로 전분기보다 소폭 올랐다. 중소기업 신용위험 지수 역시 31로 전분기 대비 세 계단 상승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비슷한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했으나 은행의 대출 친화도는 대기업으로 기울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중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는 중소기업 및 가계에 대해서는 강화, 대기업에 대해서는 중립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당국의 대출 규제 완화와 금융시장 변화로 모든 지방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증가한 반면 부실채권 관리에선 경남은행만 웃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927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6.8%(1334억원) 증가했다.
은행의 대출채권은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나뉜다. 고정이하여신은 고정~추정손실 구간에 해당하는 대출채권이다. 3개월 이상 연체 발생하면 고정이하여신 잔액으로 분류된다.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나면 그만큼 부실대출이 늘어나는 셈이다.
고정이하여신 잔액 증가폭이 가장 가파른 곳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다. 광주은행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261억원으로 94.3% 증가했다. 전북은행은 78.2% 오른 1748억원을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 잔액 기준 최다액을 보유한 곳은 대구은행이다. 대구은행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1% 오른 3125억원이다. 부산은행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641억원으로 26% 올랐다.
경남은행은 5개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고정이하여신 잔액을 낮췄다. 경남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분기 1726억원이었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년 새 1503억원으로 약 13% 줄었다.
경남은행의 부실채권 억누르기에도 BNK금융의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연체율은 소폭 상승했다. 경남은행이 전분기와 같은 수치를 유지했으나 부산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들의 연체율이 오른 탓이다. BNK금융에 따르면 경남은행의 지난해 3분기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연체율은 각각 0.37%, 0.32%로 같은 해 2분기와 동일했다. 부산은행도 전분기 0.32%였던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0.27%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으나 연체율은 0.38%에서 0.44%로 뛰었다.
BNK금융은 지난해 3분기 그룹 경영실적 하이라이트를 통해 "지속적인 부실자산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룹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전분기 대비 1bp(0.01%포인트) 증가했다"며 "비은행 계열사들의 연체율 상승에 따라 그룹 연체율이 전분기 대비 5bp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우려의 시선은 대구은행을 보유한 DGB금융에 더욱 쏠린다. 부실채권 관리와 관련한 방법론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블로터>는 대구은행 측에 부실채권과 관련한 매각 계획 등을 물었으나 "대구은행은 자산건전성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므로 향후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귀관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동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