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도 길다"… K팝 히트곡을 만드는 시간, 15초
빠르게 후반부 핵심 구간 진입하는 곡 구조 변화... 짧아진 곡 길이

숏폼 플랫폼이 K팝 시장의 문법을 바꿔놓고 있다. 3~4분에 걸쳐 진행되는 곡 전체의 완성도와 흐름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15초 안팎의 킬링 구간이 노래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금, K팝 곡들의 러닝타임은 눈에 띄게 짧아졌다. 이제 노래 한 곡에 3분도 길게 느껴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후렴부터 시작하는 노래… '챌린지 중심' 구조로 변화한 K팝
최근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며 주목을 받았던 곡인 아일릿의 '낫 큐트 애니모어'의 러닝타임은 약 2분 12초다. 마찬가지로 숏폼 플랫폼에서 강세를 보였던 르세라핌의 '스파게티'(2분 53초), 블랙핑크의 '뛰어'(2분 45초), 제니의 '라이크 제니'(2분 4초), 하츠투하츠의 '포커스'(2분 58초), 투어스의 '오버드라이브'(2분 40초) 등은 모두 러닝타임 3분이 채 되지 않는다.
눈에 띄게 컴팩트해진 곡 길이는 인트로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후렴으로 진입하는 곡 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짧은 시간 안에 리스너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숏폼 플랫폼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K팝 시장에서 하이라이트 구간에 맞춘 안무 챌린지가 곡의 인기를 좌우하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오랜 일이다. 곡의 전체적인 흐름도 중요하지만, 후렴에 배치된 약 15초 내외의 킬링 구간이 얼마나 큰 주목을 받고 숏폼 콘텐츠로 반복 확산되느냐가 곡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면서, K팝 곡들의 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음원 플랫폼 분석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 음악 데이터 분석 기업 플랫폼인 차트메트릭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음원 차트에서 높은 인기를 모은 곡일수록 길이가 짧아지고 후렴 진입 시간이 빨라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숏폼 콘텐츠 인기가 곧 음원 차트 성적... 달라진 음악 시장
숏폼 플랫폼에서의 인기가 음원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앞서 틱톡과 음악 데이터 분석 기관 루미네이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 진입한 곡의 84%가 먼저 틱톡에서 바이럴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틱톡 조회수와 음원 플랫폼에서의 스트리밍 증가는 무려 96%에 달하는 아티스트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분석 결과다.
이는 비단 빌보드 차트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멜론 '톱100'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곡들 중 상당수는 발매 이후 숏폼 플랫폼에서 챌린지 등 2차 생산 콘텐츠로 주목을 받으며 입소문을 탄 곡들이다.
K팝 시장의 흐름이 바뀌면서 엔터사들 역시 발빠르게 숏폼 중심 마케팅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곡 발매 전 챌린지 영상을 먼저 공개하거나, 아티스트 간 챌린지 협업 콘텐츠를 쉴새 없이 제작해 공개하는가 하면 팬들의 주도 하에 만들어진 숏폼 콘텐츠의 인기에도 기민하게 반응해 입소문 확대를 노리는 중이다. 이제는 노래가 발매된 뒤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숏폼 콘텐츠를 통해 먼저 만든 유행이 음원 소비와 성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음악 시장 조사기관 IFPI(국제음반산업협회)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숏폼 플랫폼이 신곡 발견과 음악 소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짧은 영상에서 반복 소비되는 특정 구간이 곡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이후 스트리밍과 음원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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