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례대표 '병립형 회귀'로?…李측근 김영진 "연동형 결정과정 적절했나"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 문제가 정치권·시민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주류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 기류를 시사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현재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2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안팎의 '병립형 회귀 반대' 주장에 대해 "여러 면이 있지만 제도의 결정 과정이 과연 적절했는가, 이 부분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과정이 적절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김영진 의원은 특히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측의 주장에 대해 "반드시 비합리적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선거제도는 여야 간 게임의 룰"이라며 "그런데 당시에 야당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통과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비례제를 확대한 것에 대한 국민의 의견과 정치권의 의견이 약간 맞지 않는다"며 "국민들은 비례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고, 정치권은 '그래도 다양한 의견을 받기 위해서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 충돌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한 같은 당 이탄희 의원을 향해 "김대중 대통령이 얘기했 듯이 '정치권은 국민보다 반 보만 앞에 가야 된다. 너무 자기가 잘났다고 먼저 가면 국민들한테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따끔한 지적을 이탄희 의원도 다른 사람들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역공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도 같은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거론되는 안 중에 하나가 '병립형으로 돌아가더라도 타협을 할 수 있는 안을 만들자'고 하는 주장이 있다"고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영배 의원은 "외부에서 보시기에는 민주당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행 선거법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또다시 위성정당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는 여당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병립형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 없고, 그러다보니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배 의원은 당 소속 의원 30명이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주장한 데 대해 "국민의힘에서 이 법을 동의할 리가 없다고 보여서 선거법 협상을 재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위성정당 방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위성정당을 현실적으로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선거법을) 단독으로 처리한다 하더라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온다면 국민적 불신은 오히려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의원은 그러면서 "(타협안으로) 거론되는 방안 중에는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으로 그대로 간다는 상황이라면 (연동형 대 병립형을) 24석, 23석 이렇게 나누는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구체적 협상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 이탄희 의원과 정의당·녹색당 등 소수정당, 이부영·함세웅 등 시민사회 원로들은 민주당의 병립형 회귀 기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들은 전날 국회에서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를 열고 병립형 회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민주당에서 자유한국당 따라 위성정당 만들면서 몇 석 늘었나")
권지웅·김지수·박성민·이동학·이지혜·하헌기·황두영 씨 등 민주당 소속 원외 청년 정치인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병립형 선거제로 퇴행하는 야합에 동참하진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대선 시기 이재명 대표가 비례성을 강화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지적하며 "준연동형 비례제 개정을 부정하고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국민의힘의 일방적 주장에 동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며 "더 좋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합의가 결렬된다면 선거법 개정은 다음 국회로 미루고 현행대로 가면 된다. 그리고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이들은 "협력과 연합의 정치, 다양성의 정치, 그리고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만이 결국은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며 "선거제 개편에 대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해 달라. 현행법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선언하라"고 지도부에 요구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꺾이지 않는 가계빚 1900조 육박…원인은 주담대, 잔액 역대 최대
- 대전 간 한동훈, 이재명 겨냥 "세금으로 초밥·소고기 먹으면 탄핵 될까"
- 민주당, 비례대표 '병립형 회귀'로?…李측근 김영진 "연동형 결정과정 적절했나"
- 사전 경고에도 아랑곳 않는 북한 …군 정찰 위성 발사 계획 일본에 통보
- 홍익표 "민주당이 청년예산 깎았다? 오히려 늘렸다"
- 샘 알트먼 품은 MS주가, 사상 최고치…"엔비디아와 직접 경쟁"
- 또 최강욱…이번엔 여성 비하 논란 "尹정부, 암컷이 나와 설쳐"
-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국민의힘 "文정부 때도 전산망 마비"
- 윤 대통령의 정책 뒤집기에도 '마이웨이' 김동연 "다른 길 가겠다"
- [만평] 어쨌든 세계최고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