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가 20년간 지켜본 증권사 수장들의 발자취를 돌이켜봅니다.

우리투자증권이라는 간판이 2024년 8월 여의도에 다시 걸렸다. 2014년 NH농협금융에 매각되며 사라진 이름이 10년 만에 돌아온 것인데, 새 회사를 이끄는 남기천 사장은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강화를 위해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인사다.
떠나보낸 증권업을 10년 만에 다시 세우는 과정이 대표 인선에도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 우투증권의 등기 대표는 남 사장 한 명이다. 2024년 8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하면서 초대 대표에 낙점됐고, 재임 25개월째다.

옛 우리투자증권의 계보는 별도로 남아 있다. 2005년 4월 취임한 박종수 전 사장이 49개월, 2009년 5월 대표에 오른 황성호 전 사장이 50개월, 2013년 7월 취임한 김원규 전 사장이 56개월을 재임했다. 세 사람 모두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
마지막 대표는 통합법인으로 넘어갔다. 김 전 사장은 2014년 NH농협증권과의 합병 이후에도 NH투자증권 대표로 자리를 이어갔다. 회사는 사라졌지만 수장은 남았던 셈이다.
새 회사의 출발은 종합금융이다. 우리종합금융이 보유하던 종합금융투자업 라이선스를 그대로 이어받아 발행어음 상품을 운용할 수 있었고, 여기에 펀드 판매사인 한국포스증권을 붙여 증권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본격적인 영업은 지난해부터다. 회사는 2025년 3월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획득하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하며 기업금융과 리테일 영업에 돌입했다. 출범 첫해는 사실상 준비 기간이었던 셈이다.
남 사장은 그룹 밖에서 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영입한 첫 외부 인사로, 출범 당시 5년 내 연간 자기자본이익률(ROE) 10%, 10년 내 자기자본 5조원을 달성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기준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첫 성적표는 연착륙에 가까웠다. 우투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0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당기순이익은 274억원을 거뒀다. 전년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열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수익 구조도 바뀌는 중이다. 지난해 이자이익은 3308억원으로 전년보다 5.9% 늘었고 비이자이익은 1184억원에서 1887억원으로 59.4% 증가했다. 리테일 고객 수는 7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속도가 붙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9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3.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47억원으로 47.1% 늘었다.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에 버금가는 이익을 거뒀다.
비용도 함께 늘었다. 자체 원장 전산시스템 구축과 증권 전문인력 충원 등의 영향으로 판매관리비는 9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46.8% 증가했다. 사업 기반을 까는 데 드는 비용이다.
체급 키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1조2024억원으로 업계 17위 수준이었다.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4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순위도 11위권으로 올라섰다.
서두르는 이유는 양극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증권사 순영업수익을 100으로 놓았을 때 지난해 대형사는 111로 늘어난 반면 중소형사는 76으로 줄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까지 남은 거리가 곧 이 회사의 시간표인 셈이다.
우투증권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사명은 단순히 과거 브랜드의 재현이라기보다 우리금융그룹의 증권업 재진출이라는 역사적 의미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이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인지도를 계승하면서도 종합증권사로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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