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모니터] 주주에 손 내민 티엘비, 베트남 증설 승부수

/사진 제공=티엘비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기업 티엘비가 대규모 유·무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 기판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베트남 생산 시설 증설 자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다. 실적은 개선 추세에 있지만 차입 부담과 현금 여력 저하도 동반된 만큼, 이번 조달이 생산능력 확대와 재무 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엘비는 최근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새로 발행하는 보통주 수는 207만3000주로 기존 발행주식의 21.08%에 해당한다. 예정 발행가는 5만7900원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7월27일이다.

유증과 함께 회사는 1대1 무상증자도 진행한다. 무상증자 기준일은 7월20일이며 유증 후 주주명부에 오른 주주에게 1주당 1주를 배정한다. 유증으로 받은 신주 역시 무상증자 대상에 포함돼 최종 발행주식 수는 2370만1260주로 늘어난다.

티엘비는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전액 시설에 투입한다. 회사는 베트남 현지 공장 증축과 신규 PCB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AI 서버와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메모리용 PCB의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실제 사업 환경도 이번 유증의 배경과 맞물린다. 티엘비는 메모리 모듈 PCB와 반도체 드라이브(SSD) PCB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SoCAMM과 CXL 등 차세대 메모리 기판 시장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유증 공시일 기준 회사의 생산라인 가동률은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현재 생산능력만으로는 추가 고객 수요 대응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티엘비는 한국 안산 2공장과 베트남 2공장을 통해 병목 공정을 해소하고 중장기 생산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티엘비의 연간 매출과 영업활동현금흐름 추이. 실적 회복이 뒷받침돼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최근 수년간 성장세를 보였다. /그래픽=이동현 기자

실적 흐름을 보면 이번 유증은 단기 자금난 해소보다는 중장기 투자 재원 마련의 성격이 짙다. 티엘비의 지난해 연간 연결 기준 매출은 2585억원, 영업이익은 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3.6%, 673.2% 늘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3년 마이너스에서 2024년 양수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말에는 전년 대비 74.2% 증가한 82억원을 기록했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AI 서버향 수요 증가가 실적 회복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무 체력은 실적 개선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티엘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95.4%, 유동비율은 100.7%, 차입금의존도는 35.2%로 2021년 이후 재무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진 모습이다. 이와 함께 안산 2공장 매입 과정에서 단기차입금이 급증해 총차입금은 867억원으로 확대됐다.

현금 여력도 넉넉하다고 보기 어렵다. 회사의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45억원인 반면 유동성차입금은 698억원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누적 설비투자 금액은 1275억원으로 같은 기간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 463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재고자산 또한 전년 247억원에서 지난해 453억원으로 83.4% 증가했다.

티엘비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이 2024년 10월부터 가동됐고 원재료의 수급상황 등을 감안해 사전에 PCB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및 부재료를 확보했다"며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재고자산이 본격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업 전개도 이번 유증 배경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베트남 공장 가동에 이어 지난해 기준 수출 비중도 79.2%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SOCAMM 등 차세대 메모리 기판 대응도 본격화하면서 기존 메모리 PCB 사업 위에 해외 생산거점과 신규 수요처를 더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주주 입장에서는 부담도 적지 않다. 대규모 유증으로 기존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있는 데다 1대1 무상증자까지 더해지면서 단기적으로는 물량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대주주인 백성현 티엘비 대표는 배정 주식의 25%를 청약할 계획이며, 청약 자금 마련과 개인 채무 일부 상환을 위해 보유 주식 약 15만3000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명분과 별개로 유증과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계획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도 이번 유상증자를 중장기 성장의 발판으로 보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 2공장 증설로 티엘비의 고부가 PCB 생산능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SoCAMM 등 고부가 메모리 모듈 기판 시장의 수요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기 때문에 중장기 성장 경로의 확장성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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