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 왕궁을 둘러본 뒤, 같은 티켓으로 곧장 푸껫 해변에 도착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태국 정부가 관광 회복을 위해 내놓은 ‘국제선 타면 국내선 공짜’ 캠페인이 현실화되면 가능한 이야기다.
단순한 혜택 같지만, 그 이면에는 흔들린 관광 산업을 되살리려는 절박한 전략이 숨어 있다.
위기 속에서 나온 파격 제안

태국 관광체육부는 국제선 항공권을 구매한 외국인에게 국내선 무료 항공권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현재 7억 밧(약 300억 원) 규모의 예산 승인을 기다리는 단계로, 시행된다면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꿀 대형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배경에는 깊은 위기감이 있다. 2024년 들어 8월 10일까지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 특히 핵심 시장이던 중국인 관광객이 33% 급감하면서 타격이 컸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4천만 명에 달했던 황금기를 되찾기 위해, 태국은 결국 ‘공짜 항공권’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일본에서 영감을 얻은 지방 확산 전략

이 캠페인의 핵심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방콕과 치앙마이 같은 대도시에 몰린 관광객을 전국 각지로 분산시켜, 태국 전역에 경제 효과를 확산시키려는 전략이다.
일본이 과거 외국인에게 국내선 무료 탑승 기회를 제공해 성공한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태국 정부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와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최소 20만 명의 추가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캠페인이 시행되면 여행객은 1인당 최대 2매(왕복 1회 또는 편도 2회)의 항공권을 받을 수 있고, 20kg 위탁 수하물도 포함된다. 타이항공, 타이 에어아시아, 방콕에어웨이즈 등 6개 주요 항공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선택의 폭도 넓다. 정부는 이를 통해 300억 원 투자로 9천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관광객 편의를 높이는 또 다른 카드

태국 정부의 승부수는 무료 항공권 지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외국인 여행자가 보다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가상화폐를 태국 밧화로 환전해 사용할 수 있는 ‘투어리스트디지페이(TouristDigipay)’ 시범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2024년 4분기부터 18개월간 운영 예정인 이 제도는, 관광객이 정부 규제를 받는 플랫폼을 통해 가상화폐를 밧화로 교환하고 전용 앱으로 전국 상점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결제 편의성을 높여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또 하나의 전략인 셈이다.

아직 내각 승인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지만, 올가을부터 시행된다면 방콕·치앙마이를 거쳐 푸껫이나 치앙라이 같은 숨은 보석까지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태국이 이 파격적인 베팅으로 다시금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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