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 없어도 괜찮아”…비자의 다중 인격 카드 유럽 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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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VISA), 단일 카드로 신용·직불·포인트까지…AI 결제까지 결합한 미래형 결제 시스템으로 유럽 시장 집권 연장 시도한다.

사진 : 픽사베이

세계 최대 카드 결제망을 보유한 비자(Visa)가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결제 기술을 선보인다. ‘비자 플렉시블 크레덴셜(Visa Flexible Credential)’로 명명된 이 카드는, 기존의 고정된 결제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결제 수단을 한 장의 카드로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카드를 통해 소비자는 결제 시 신용카드, 직불카드, 포인트, 외화 계좌 등 여러 금융 수단 중에서 실시간으로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잔액이 부족할 경우에도 별도의 앱 조작 없이 다른 결제 수단으로 전환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높은 유연성과 편의성을 제공한다.

“충전 포인트도 현금처럼”…결제 수단 간의 경계 허문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바로 ‘멀티소스 결제(multi-source payment)’ 기능이다. 즉, 하나의 카드 안에 여러 결제 수단을 탑재하고, 소비자가 매 결제마다 이를 자유롭게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단일카드 체계와는 확연히 다르다.

예컨대, 고객이 보유한 포인트나 리워드 프로그램, 혹은 외화 계좌 잔액을 통해 실시간으로 금액을 전환해 결제할 수 있으며, 통화 변환 역시 자동으로 이뤄진다. 비자는 이 기능이 전 세계적으로 유통 중인 자사 카드 48억 장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AI가 쇼핑을 대행하는 시대

비자의 전략은 단순한 결제 기능을 넘어 인공지능(AI)을 통한 소비 경험의 혁신으로까지 확대된다.

사측은 가까운 미래에 사용자가 “이 가격 이하로 해당 제품을 찾아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조건에 부합하는 상품을 탐색해 추천하고, 필요시 사용자의 승인 하에 자동 결제까지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소비자 편의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기능이지만, 동시에 AI가 ‘소비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율적 소비 판단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럽은 ‘결제 주권’ 되찾기 나서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러한 미국 기반 결제 네트워크의 확장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EU 내 카드 결제의 70% 이상이 미국계 기업인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유럽은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 ‘디지털 유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유럽 내 민간 및 기업 사용자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비자 및 마스터카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금융 주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비자는 ‘편의’ 얻지만, ‘선택’의 부담도 커져

비자의 이번 행보는 소비자에게 결제 수단의 다양성과 기술 기반 편의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금융 기술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카드 한 장으로 수십 개의 결제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결제는 더 이상 단순한 행위가 아닌 ‘전략적 선택’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이 이끄는 결제의 미래. 그 중심에 선 소비자는 과연 이 변화 속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아니면 무수한 선택지 속에서 더욱 복잡한 소비 결정을 강요받게 될까.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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