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베를리너가 알려주는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

Places Loved by Berlin’s Creatives

작은 서점과 갤러리가 유독 많은 베를린 미테(Mitte). 오픈과 동시에 소셜미디어에서도 뜨거운 주목을 받은 서점 ‘리테라투렌존’의 주인 코코가 베를린의 여성 파워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안내한다.


코코 모이러(Coco Meurer)

서점이자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리테라투렌존’ 운영

코코 모이러는 9개월 전 미테에 서점 ‘리테라투렌존’을 열었다. 여성 작가들의 책을 팔고, 새 책 표지를 디자인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캠페인을 하는가 하면, 티셔츠나 모자 등의 상품도 제작한다. 모든 작업은 책과 관련이 있으며, 결국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협업도 한다. 코코 모이러는 차갑고 시크해 보이지만, 유머러스하며 다정하다. 그녀의 친근함이 깃든 서점에선 분명하고 개성 강한 동시대 책과 작가들을 느긋하게 탐험할 수 있다.

@literaturensohn


Literaturensohn

“리테라투렌존이란 말을 들으면 독일 사람들은 누구나 ‘아, 이 단어!’ 하고 연상하는 욕이 하나 있어요. 불량한 말을 문학이라는 진중한 단어와 엮어서 재미와 반전을 주고 싶었죠.” 그렇게 이름 지어진 서점에서는 주인 코코가 직접 읽은 책만 판다. 서점에는 250~300여 권 정도의 책이 꽂혀 있는데, 이 중 85%가 여성 작가의 책이며 표지가 예쁜 신간이 많은 게 특징이다. 최근 몇 년간 여성 작가의 책만 읽어온 주인은 사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매료되었고, 그 때문에 로맨스나 범죄소설, 베스트셀러 책은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출판사 신간 미리보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흥미로운 책과 영감을 찾는 주인은 저자와의 만남, 북클럽 등도 활발하게 벌이는 중. 서점 로고에 ‘책사랑’이란 한국어가 쓰여 있는 것이 뜻밖인데, 코코의 친구이자 한국인 아티스트인 샘 킴과 협업해 완성한 것이다. 책사랑이란 글자가 문과 거울, 후디, 티셔츠, 명함 등 곳곳에 적혀 있어 더 애정이 가는 공간이다.

주소 Brunnenstraße 34, 10115 Berlin
홈페이지 literaturensohn.de/buchhandlung


Herrlich Studio

오픈한 지 3개월도 안 된 노이쾰른(Neukölln)의 신상 맛집. 2022년부터 ‘헤를리히 다이닝(herrlich dining)’을 운영해온 한나 클레베르크(Hannah Kleeberg)는 자신이 개발한 레시피와 이벤트, 테이블 세트 스타일링 등을 꾸준히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커뮤니티를 만들어왔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 12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덕분에 그녀의 새 음식점, 헤를리히 스튜디오도 금세 입소문을 탔다. 맛도, 비주얼도 뛰어난 채식 음식과 내추럴 와인을 마시기 좋은 곳. “베를린에서 가장 오랜 친구인 프란지스카가 이곳의 셰프로 있어요. 저는 이곳 주인을 잘 모르지만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이렇게 젊은 나이의 여성들이 모여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게요. 음식은 물론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인테리어도 너무 감각적이죠.” 주인 한나를 비롯해 인테리어와 콘셉트 디자인을 도맡은 한시(Hansi), 셰프 프란지스카, 세 명의 여성이 뭉친 헤를리히 스튜디오는 베를린의 젊은 여성 파워를 보여주는 ‘펀 다이닝’ 장소다.

주소 Mainzer str. 23, 12053 Berlin
홈페이지 www.herrlichdining.de


Katz Orange

미테의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나 있고, 건물 안뜰에 숨어 있어 찾기가 조금 수고스럽다. 하지만 건물 안 마당으로 들어서면 옛날 양조장으로 쓰이던 고풍스러운 건물과 야외 테라스가 두 팔 벌리듯 반겨준다. 올해로 문을 연 지 12년째, 카츠 오랑제는 여전히 베를린의 힙과 바이브가 살아 있고, 음식과 서비스는 더 견고해졌다. 특히 12시간 저온으로 오래 조리하고 끓인 듀록(Duroc) 돼지고기와 슈프레발트(Spreewald)산 양고기가 이곳의 시그너처. “남자친구와 자주 와요. 공간도 멋지고 테라스도 사랑스럽죠. 특히 오랜 시간 저온에서 천천히 조리한 돼지고기 요리는 저의 단골 메뉴입니다. 제철 재료와 베를린에서 가까운 현지의 재료를 쓰는 데 진심인 점도 마음에 들어요.” 1층에 커다랗게 자리한 바에서 만드는 홈메이드 칵테일로 2차를 즐겨도 좋다.

주소 Bergstrasse 22, 10115 Berlin
홈페이지 www.katzorange.com


Halbinsel Stralau

땅의 삼면이 슈프레강과 루멜스부르거 호수로 둘러싸여 섬처럼 보이는 동네, 스트랄라우. S반 트랩토우 파크 역에서 내려 슈프레강을 건너다 보면, 강 너머로 낮고 하얀 고급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그 단지 앞에서부터 강변을 따라 3km 이상의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이곳이 코코가 주말 아침 조깅을 하는 코스. 나무로 만든 하우스보트와 개인 요트 선착장을 지나고 그늘진 밤나무 길을 따라 반도 끝 쪽으로 뛰다 보면 평화롭고 한적한 동네의 매력이 그대로 전해진다. 섬 끝자락에 있는 작은 공동묘지와 섬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가 정취를 더한다. 1464년에 지어진 교회는 후기 고딕 양식의 스테인드글라스 유적을 감상할 수 있다고. “집이 근처라 주말에는 항상 뛰어요. 트랩토우 파크와 무척 가깝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몰라서 여유롭고 조용하죠.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늘 뛰기 좋은, 아름다운 코스예요.”

주소 Stalau 10245 Berlin


MDC Cosmetic Berlin

오너 멜라니 달 칸톤(Melanie Dal Canton)의 이름 약자를 딴 MDC 코스메틱은 오랜 기간 장인정신과 철학으로 이어진 천연 화장품을 엄선해 파는 편집숍이다. 12년 전 문을 연 이후, 얼굴과 보디 마사지를 제공하는 MDC 큐어와 MDC 로프트 그리고 리빙 제품에 초점을 둔 MDC 넥스트도어까지 총 4군데의 매장을 열었다. 화장품계의 명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만큼 가격대가 높다. 1221년 피렌체 수도원에서 역사가 시작된 산타마리아 노벨라, 오스트리아의 천연 스파 브랜드인 수잔 카프만 등이 대표적이다. “MDC 큐어나 로프트에서 마사지 받는 걸 좋아합니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저는 커피, 술을 안 마시고, 담배나 마약도 해본 적 없어요. 그러니 저도 돈을 쓸 데가 좀 있어도 되지 않겠어요?” 눈을 찡긋해 보이며 웃는 코코에게는 MDC의 마사지가 정기적인 중독이자 힐링일지도!

©MDC cosmetic ©Noshe

주소 MDC Cosmetic: Knaackstraße 24, 10405 Berlin, MDC Cure: Diedenhferstrasse 5
홈페이지 mdc-cosmetic.de

WRITTEN by LEE DONG-MI
PHOTOGRAPHY by KUNALUM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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