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 재생에너지 잠재력 1위 전남, 단순 발전 넘어 첨단 기지로

박형주 기자 2026. 5. 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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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불안…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
‘자원 풍부’ 전남, 미래 전력 거점 부상
AI 급증 속 청정전기 공급지 경쟁 좌우
계통·인허가 개선 없이 한 발도 못나가
전남도가 풍부한 전력·용수·재생에너지원 등 필수 조건을 앞세워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추진에 나섰다. 사진은 전남 반도체 조감도. /전남도 제공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태양광·해상풍력·수소를 앞세운 전남의 청정에너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이 AI와 데이터센터 같은 미래 산업 유치의 새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전남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 해외 에너지 의존도 90%

한국은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 의존 국가다. 통계와 분석 자료를 보면 한국의 해외 에너지 의존도는 90%를 넘는다. 중동 정세가 흔들리면 국내 산업과 물가도 곧바로 영향을 받기 쉬운 구조다. 최근 한국 정부가 2026년 에너지 전환 계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확충을 함께 내세운 것도 이런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흐름으로 읽힌다.

실제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보급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석탄발전은 점진적으로 줄이고, 전력망을 넓혀 재생에너지와 산업 수요를 연결하겠다는 방향도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는 환경 정책에만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전략의 문제로 옮겨간 셈이다.
 
해남 구성지구 솔라시도 태양광발전단지/전남도 제공

◇청정에너지 보고·수도, 전남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전남이 있다. 전남은 바다와 햇빛이라는 강점을 함께 가진 지역이다. 특히 해상풍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 전남의 해상풍력 잠재량은 125GW로, 전국 잠재량의 32%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와 있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 큰 규모다.

사업 진척도도 빠르다. 2025년 6월 기준 전남의 해상풍력 인허가 용량은 21.3GW로 전국의 61%를 차지했다. 2026년 3월에는 전남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용량이 22.2GW에 이른다. 전남이 말뿐인 후보지가 아니라 실제 사업이 벌어지는 현장이라는 뜻이다.

대표 사례가 신안 앞바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4월 신안 3.2GW 해상풍력 단지를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지정했다. 이 사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해상풍력 단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단지 규모만 놓고 보면 현재 건설 중인 원전 2기 용량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미 상업운전에 들어간 사업도 있다. 전남 신안 자은도 북서쪽 해상에 들어선 전남1 해상풍력은 2025년 5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설비용량은 96㎿다. 연간 3억100만㎾h의 전기를 생산해 약 9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연간 12만5천600t의 탄소 배출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민간 주도 대형 해상풍력의 첫 상업운전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남의 강점은 해상풍력에만 있지 않다. 넓은 부지와 일사량, 섬 지역 여건은 태양광 확장에도 유리하다. 여기에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바탕으로 한 그린수소 산업까지 연결하면, 전남은 발전지이면서 동시에 저장·운송·활용 산업을 함께 키울 수 있다. 청정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수소를 만들고, 이를 산업과 물류에 쓰는 구조를 갖출 가능성이 큰 것이다.
 
영광 청정수소 생산 특화단지 기반 생태계 구성안/전라남도 제공

◇미래 첨단 산업 최적지 부상

청정에너지 보고라는 점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같은 산업은 막대한 전기를 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2030년 정보통신기술 부문의 전력 수요가 2023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전기만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어떤 전기를 쓰는지도 따진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경제·재무연구소(IEEFA)는 2025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AI·반도체 산업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보고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수준으로 늘리면 AI와 반도체 부문의 예상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탈탄소 요구가 강해지면서 청정전기 확보 능력은 투자 유치의 조건이 되고 있다.

정부도 제도 손질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는 분산에너지나 지역 전력을 쓰는 데이터센터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고 있다. 수도권 밖으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RE100 수요에 대응하려는 취지다. 이는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이 큰 지역이 앞으로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남이 미래 산업 최적지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넓은 재생에너지 자원,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 태양광 확대 여지, 수소 연계 가능성이 한 지역에 모여 있다. 값비싼 화석연료를 멀리서 들여오는 대신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지역 산업에 공급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면, 전남은 에너지 생산지에서 첨단산업의 기반지로 성격이 바뀔 수 있다.

◇전력망 확충·인허가 체계 개선 시급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전기를 많이 만들어도 전력망이 받쳐주지 못하면 산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현재 전남의 대형 발전사업이 전기위원회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다면 2033년 이후 계통 보강 뒤 접속 가능하다는 이른바 '조건부 허가'를 받는 실정이다. 7~8년 후에나 상업운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업성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주민수용성부터 무수히 많은 인허가도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전남 영광 안마도 인근 532㎿급 안마 해상풍력 사업은 최근 착공을 앞두고 국방부의 군작전성·레이더 간섭 등 우려에 막혀 중단됐다. 이는 지난 2024년 고정가격 계약 경쟁입찰을 통과한 국내 첫 대규모 상업용 해상풍력 사업이 인허가 리스크로 멈춰 선 첫 사례다. 계획입지와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의 사전 조율 강화 없이 추진된 데 따른 것이어서 전남 해상풍력 개발지 곳곳이 '제 2의 안마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신대학교 이순형 전기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과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계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에너지 전환 속도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광 약수해상풍력 발전현장/전남개발공사 제공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